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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돌봄, 생명이라는 가치를 우리사회에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5명의 여성들과 300명의 시민들이 함께한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를 10월 25일 광화문KT드림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문화기획달의 달리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 기자말

뉴스에서 종종 공장식 축산을 마주할 때면 비건에 대해 고민해보다가도 당장 내일 있을  회식 앞에서 '소고기! 소고기!'를 외치는 우리에게 비건은 엄청난 도전이고 외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힙하다는 파티가 비건 파티라면 어떨까요? 비건 그룹, 너티즈(Nutties)의 멤버인 린의 비건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강의 들어보실래요?

린이 강연중이다.
 린이 강연중이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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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너티즈(Nutties)

안녕하세요. 저는 채식의 편견을 깨다 린's 바비큐를 요리한 린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번 여름에 크루즈 위에서 바비큐와 함께 하는 파티를 열었는데요, 거기서 채식과 상반되는 고기(?)를 구워서 육식주의자인 오빠를 속였어요. 사실은 고기가 아니라 채소였죠. 푸드트럭을 내면서까지 제가 파티를 연 이유는 채식을 즐겨보기 위해섭니다.

채식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채식주의자는 말랐다, 풀떼기만 먹는다 등의 편견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편견은 이중적이에요. 예를 들면 제가 채소를 구워 먹는 걸 두고 자연의 맛이 없다는 둥 비난을 합니다. 채식은 융통성이 없다는 말에 젓갈을 먹으면 수산동물은 동물이 아니냐며 뭐라고 해요. 몸이 마르면 채식해서 마른 거라고 뭐라 하고 살찌면 채식하면서 왜 뚱뚱하냐고 비난하죠.

풀떼기만 먹는 게 비거니즘이 아닙니다. 비거니즘은 동물의 상품화된 지위에 반대하는 철학이에요. 비거니즘에 대한 비판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 모두 이중잣대, 모순 속에서 힘들어요. 제가 일본 여행을 갔는데 제 사촌들이 제가 비건이라는 사실을 두고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비거니즘이 매우 공익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폐, 금욕주의가 아니라 여러분과 채식, 동물에 대한 새로운 소통, 뒤집는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종 차별도 차별이다

비건 크루즈파티에 와보신 분 있으신가요? 저는 채식의 편견을 깨려고 크루즈파티를 열었어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명을 물건으로 만드는 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겠다는 거예요. 한국 사회에는 성차별, 인종 차별 등 많은 차별이 있습니다. 게리 유로프스키(Gary Yourofsky)는 종차별 당하는 동물을 두고 세상이 망각한 피해자라고 말한 적이 있죠. 여러분은 돼지에 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강아지를 물건으로 취급해서 철창에 가둬놓는 건요? 돼지에 비키니를 입히는 것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꿀벅지 역시 마찬가지예요. 제가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동일시하는 이유를 여기 벗겨먹는 바비인형을 보면 이해하실 거예요(아래 이미지 참고).

소고기 옷을 입은 바비인형을 벗겨먹는 것은 섹스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옆 사진도 보세요. 여자다리에 소금을 찍어먹고 있어요. 여자, 바비인형이 대상화, 물건화 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명을 물건으로 만드는 일에 대해서도 감수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좌: 훠궈 가게에서 팔고 있는 소고기 드레스를 입은 바비 인형 사진 우: 여성의 다리에 소금을 찍어먹는 광고
 좌: 훠궈 가게에서 팔고 있는 소고기 드레스를 입은 바비 인형 사진 우: 여성의 다리에 소금을 찍어먹는 광고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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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고통에 공감하자

두 번째는 생명에 대해 공감하는 삶을 되찾자입니다. 공감하지 못하고 경쟁사회에 살다보면, 매사에 무관심해집니다. 그렇지만 공감은 지금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유대인 학살에 대해 말해볼까요. 누구나 유대인 학살은 잔인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이 잔인하다는 것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병아리도 수평아리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갈아서 버립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지옥철과 마찬가지로 돼지와 닭은 평생을 우리에 갇혀서 살고 있어요. 산부인과 의자를 흔히 굴욕의자라고 하는데요, 저는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 젖소를 폭력적으로 강제 임신시키는 것이 굴욕의자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젖소에게 설거지할 때 쓰는 고무장갑을 끼고 질에 손을 집어넣어 강제로 임신을 시켜요. 저는 한달에 한번 생리통을 심하게 겪는데요, 암탉은 어떨까요? 암탉들도 원래는 일년에 열두번 계란을 낳아요. 그렇지만 요즘 닭들은 하루에 한두개의 계란을 낳아요. 사람이 그렇게 낳게 합니다. 이것은 매일 암탉들에게 생리통을 겪게 하는 것이죠.

린이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린이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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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시작은 즐겁게

저도 카라멜 앞에만 가면 카라멜 안에 있는 우유를 생각하지 못하고 먹고 싶어해요. 카라멜 같은 달콤한 문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살충제 계란, 햄버거 박테리아, 구제역, 온실가스도 채식을 하면 줄일 수 있어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여러분에게 당장 비건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비거니즘을 조금이라도 즐겨보자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참고로 비거니즘의 시작을 제가 함께 하고 있는 단체 nutties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를 눌러주는 걸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여성환경연대, #에코페미니즘, #비건, #너티즈, #안백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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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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