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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다. 이 책은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데, 증명이라도 하듯 성인 독자층이 두껍다. 상징과 은유가 빼어난 작품으로 읽을 때의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동이 틀 무렵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예닐곱 살쯤 되는 어린아이가 홀연히 나타난다. 신비로운 이 아이가 바로 어린왕자이다. 때 묻지 않은 가장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모순과 고정관념에 젖어 사는 어른들에게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한다. 어린왕자는 소혹성을 떠나 여러 별을 여행하는데, 세 번째 별에서 술꾼을 만난다. 술꾼이 사는 별에는 아주 잠깐 들렀을 뿐이지만, 어린왕자를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뭘 하고 있어요?"

빈 술병 한 무더기와 술이 가득 찬 술병 한 무더기를 앞에 두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어린왕자가 물었다. 술꾼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술을 마시지."
"왜 술을 마셔요?"
"잊기 위해서지."
"무엇을 잊으려고 하는데요?"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야."

어린왕자는 그를 돕고 싶어 물었다.

"뭐가 부끄러운데요?"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꾼은 이렇게 말하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린왕자는 당황해서 그 별을 떠났다. 어린왕자는 여행을 계속하면서 중얼거렸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술을 잘 알지 못했을 때는 이 대목의 해석이 난해했었다. 그런데 술을 자주 마시다 보니 동화 속의 술꾼이 바로 내 모습이기도 했고,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술에 완전히 취하면 이성이 마비되고 수치심도 없어진다. 또한, 겁 없이 설치다가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피를 철철 흘려도 아픔을 모른다. 술에서 깨어나면 비로소 맞은 상처의 아픔도 느끼고 부끄러움도 밀려든다. 그래서 그 수치심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찾고, 그러면서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술에 흠뻑 젖어 든다.

딸내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린왕자가 술꾼에게 물었던 것처럼 "아빠, 술은 왜 마셔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뭐라고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똑같은 질문을 지금 받는다고 해도 마땅히 대답할 말은 없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때마다 다르니까. 우리는 흔히 세상 탓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한 잔으로 시작한 술, 절제하기 힘든 까닭

술자리(자료사진)
 술자리(자료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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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의역하면 감인토(堪忍土), 인계(忍界), 인토(忍土)로 번역되는데, 인내를 강요 당하는 세간, 인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라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은 참 고통이 많은 곳이다. 갖가지 문제들이 끝없이 생겨나서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마음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이랬다가 저랬다가 조화를 부리고, 온갖 생각이 갈마들며 참으로 다채로운 감정을 만들어낸다.

자본주의적 시스템은 엄격하게 인간의 노동력을 돈으로 사고파는 관계로 구분한다. 경영자(사용자)는 일하는 시간을 계산하여 노동자와 계약을 한다. 밥벌이 일터에서의 고용된 시간은 절대로 만만하지가 않다. 경쟁과 억압, 강제, 비교, 박탈감 등의 외부 압력에 떠밀린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 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봉급생활자이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려는 의도에서 한잔 술로 기분전환을 꾀한다. 알딸딸하게 이성을 마비시켜 온갖 시름을 잊으려는 것이다. 적당한 음주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코올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적당한 주량에서 멈추기가 무척 어렵다.

<고삐 풀린 뇌>의 저자 데이비드 J. 린든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로 신경학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 존재로 만드는 고유한 특성인 '자유의지'가 있음에도 누구나 쉽게 중독자가 되는 것은 '뇌 속 쾌감회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곳을 자극하면 쾌락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알코올 섭취를 통해 비정상적인 쾌감을 느끼게 되면 지속적으로 마시고 싶은 갈망을 유발하여 알코올중독자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왕자가 만난 술꾼은 전형적인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이다. 술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다만, 유보할 뿐이다. 맨 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운 그 순간을 벗어나려고 술을 마시지만, 술이 깬 뒤엔 그보다 더한 고통과 힘든 순간을 만나게 되고 그래서 또 마시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이다.

술과 담배는 히로뽕이나 코카인 등 우리 사회에서 죄악시되는 마약과 마찬가지로 강한 중독성과 금단증상이 있다. 다른 점은 술 담배는 국가의 허가 아래 공공연히 팔고 있다는 것이고, 마약은 국가에서 단속하므로 밀매를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세상에는 술 자체를 불법으로 금지한 나라도 있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동에서 술은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 중 하나이다. 이슬람 경전 <코란>에 따르면 음주를 할 수 없고 술에 취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돼 있다. 그래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술집이 없고, 아예 술을 팔지 않는다. 하물며 국제선 비행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동안에도 술을 못 마시게 한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일부 이슬람교도들은 암암리에 술을 마시며, 술의 대용품을 만들어 즐기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술맛을 알아버린 인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술을 찾는다.

술 마시는 이유는 가지각색, 못 마시는 이유는 둘

<탈무드>에 술의 기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 지구상에서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는데 악마가 다가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인간이 대답했다.

"멋진 식물을 심고 있지. 이 나무에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열려서 그 즙을 마시면 누구라도 기분이 황홀해질 것이네."

이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긴 악마는 자기도 한몫 끼워달라고 했다. 인간이 흔쾌히 허락했다. 악마는 양과 사자, 돼지와 원숭이를 죽여 그 피를 포도밭의 거름으로 뿌렸다. 그래서 술은 마시기 시작할 때는 양처럼 순하고, 좀 더 마시면 사자처럼 용감해지고, 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된다.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서 추태를 부린다. 이것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악마가 인간을 찾아가기가 너무 바쁠 때는 대신 술을 보낸다"라는 유대인의 격언이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맥락의 '술 귀신'에 관한 민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옛적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는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백방으로 약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던 중 풍모가 범상치 않은 노인이 이런 말을 했다.

"당신 아버지의 병은 선비, 광대, 미치광이 세 사람의 간을 먹이면 나을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고민 끝에 노인이 말한 세 사람을 죽여 간을 약으로 썼다. 그러자 정말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 아들은 자신이 죽인 사람의 시신을 한 곳에 수습했는데 그 무덤에서 밀이 돋아났다. 밀알의 세로 선은 세 사람의 간을 꺼내기 위해 배를 짼 자국이라고 하는데, 이 밀로 빚은 것이 술이다.

술에는 죽은 세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어서 마시는 양에 따라 차례로 나온다. 처음에는 선비처럼 점잖고, 취기가 오르면 흥이 올라 광대처럼 춤추고 노래하며, 도가 지나치면 미치광이가 되어 날뛴다는 것이다.

좋으나 싫으나 술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술을 즐기고 있으며, 술을 마시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기뻐서, 슬퍼서, 울적해서, 속이 출출해서 등등 무엇이든지 그냥 같다가 붙이면 이유가 된다. 술 마시는 이유가 998가지라면, 술을 못 마시는 이유는 단 두 가지뿐이다. 그것은 술이 없거나 몸에서 술을 받지 않아서다.

관용이 과음을 허락하고 있다

밤거리를 걷다 보면 술 귀신에게 완전히 홀린 취객들을 적잖게 보게 된다. '술 먹은 개'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취객의 추태 부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혐오스럽다. '술 먹은 개'란 말은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술 좋아하는 내 눈에도 정신없이 취한 모습은 안 좋게 보인다.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 눈에는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싫을 것이다.

잔뜩 취해서 오리처럼 시끄럽게 꽥꽥거리는 개, 길거리에 왝왝 먹은 것을 질펀하게 게워내는 개, 아무 데서나 노상 방뇨 하는 개, 괜한 사람한테 시비 걸고 행패 부리는 개 등등의 모습을 볼 때면 속에서 '좀 우아하게 살아라'라는 욕지기가 치미는 것을 꾹 참는 것도 힘들다.

음주 문화의 전통이 깊고 많은 사람이 술을 즐기다 보니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명절이나 제사 때면 음복(飮福)이라고 해서 미성년자들에게도 술을 권하고, 술에 취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해도 흔히 실수로 치부하기도 한다. '술 때문에'라는 한마디는 천변만화의 속사정을 압축한다. 그러한 관용이 '술 취한 개'들을 만든다.

음주 운전 사고도 끝없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같이 전국 곳곳에서 음주 운전 단속이 이뤄지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꼭 있다.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판단력이 현저하게 흐려져서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음주 운전은 치명적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무시무시한 폭탄과 다름이 없다. 음주 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탓에 각 나라의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음주 운전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도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 미국은 주마다 처벌이 다르지만, 워싱턴 주의 경우는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냈을 때 1급 살인을 적용해 최대 50년의 징역형에 처하기도 한다. 벌금을 왕창 물리기도 하는 등 가혹하게 처벌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처벌 수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음주 소란, 음주 폭력, 음주 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 대부분이 상습적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상습범은 가중처벌이 마땅한데도 자꾸 관용을 베풀어 처벌을 가볍게 한다. 심지어 살인죄에 해당하는 폭력을 행사했어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면 죄가 경감되기도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법의 현주소이다.

애주가들은 하루 중 술 마시기 좋은 시간을 '술시'라고 부른다. 옛날식 시간 계산법으로 따지면 술시(戌時)는 오후 7시에서 9시까지이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할 시간이다. 속이 출출할 때는 술이 술술 잘 넘어가는 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술을 충분히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즉 많은 사람이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음주량은 자신의 '주량'이라고 표현하며, 그 정도까지 술을 마시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래서 절묘하게도 '개 술(戌)' 자를 쓰는 '술시'는 술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거기에서 꼭지가 더 돌면 돼지(亥時)가 되어 버리는 것이리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술도 처음 배울 때가 중요하다. 잘못 배우면 그 고약한 버릇이 평생을 간다. '음복의 풍습'은 집안의 어른이 자손들에게 술자리 예절과 법도를 가르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마천은 <사기>에 "술에는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으니, 엎어지도록 마시지 마라(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고 경각심을 주었다. 만사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매력적인 술, 제대로 마시는 법

옛사람들은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예쁘고, 술도 반쯤 취했을 때가 좋다"라고 했다.
▲ 술은 반쯤 취했을 때가 좋다 옛사람들은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예쁘고, 술도 반쯤 취했을 때가 좋다"라고 했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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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마시는 법은 '술 주(酒)'자에 나타나 있다. 주(酒)자를 파자해 보면 '물 수 변(氵)'에 '닭 유(酉)'자가 된다. 닭이 어떻게 물을 마시는지 생각해 보라. 닭이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하듯이 술을 마실 때는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면서 천천히 마셔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 위해서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자주 마시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부지불식간에 몸과 마음 깊숙한 곳에 그 기운이 스며들어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일단 중독이 되면 술 귀신의 조종을 받게 된다. 허구한 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술주정뱅이의 모습은 한심하고 가련하기 짝이 없다.

그깟 술쯤 쉽게 끊을 것 같지만 자신의 의지로는 조절하기 어렵다. 몸과 마음이 미친 듯이 술을 갈구하기 때문에 집을 팔아서라도 술을 마신다. 이 몹쓸 병은 치료는 참으로 어렵고 재발이 많다. 본인의 의지로 끊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술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면 끊어야 한다, 결단코. 이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현대 사회는 이태백이나 백낙천처럼 술을 마시며 유유자적하던 시대가 결코 아니다. 호랑이보다도 무서운 자동차들이 밤낮으로 도로를 질주하고 있으며, 사방에 취객을 노리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하면 그 수렁에 빠져 인생을 망치고 패가망신한다. 말술도 마다치 않고 많이 마시는 것을 두주불사(斗酒不辭)라고 하는데, 술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다.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죽 자랑할 것이 없으면 그런 것을 자랑할까.

애주가인 나는 술 자체를 적대시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술은 작용과 부작용이 명확하다. 이로운 점도 많고 해로운 점도 많다. 적당히 마시면 보약이 되지만 도가 지나치면 독약이 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술이 나쁜 것이 아니라 폭음이 나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술이 나쁜 것이 아니라 술을 지혜롭게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리석다. 세상에 절도를 지키지 못하여 사람을 망치는 것이 어찌 술뿐이겠는가! 사랑과 우정과 배려 등과 같은 좋은 덕목도 너무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기고, 돈과 권력과 명예에 대한 지나친 탐닉은 세상까지도 도탄에 빠뜨린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수의 호는 '취옹(醉翁)'이다. '술 취한 늙은이'라 자처한 이유가 그의 <취옹정기(醉翁亭記)>에 잘 나타나 있다. 취옹의 뜻은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술에 기탁하여 산수를 즐기는 데 있다는 것이다. 내면의 수련이 깊은 선비의 풍류가 느껴지는 글이다. 술 앞에서는 늘 사양지심(辭讓之心)을 가져야 가슴을 치며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조선 시대 왕명을 받드는 승정원 관리들은 '갈호배(蝎虎杯)'란 잔으로 술을 마셨다. 갈호는 사막에 사는 도마뱀의 일종인데, 술 냄새만 맡아도 죽는다는 전설이 있다. 일부러 술잔을 갈호 모양으로 만들어 과음을 경계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처럼 입술과 혀를 적시며 천천히 술을 음미하고, 기분 좋게 살짝만 취한 상태에서 담소를 즐기는 것이 지혜롭고 멋진 술꾼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축성여석의 방)에도 올립니다.



태그:#음주 문화, #술을 마시는 이유, #술꾼이 사는 별, #술 귀신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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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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