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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해 떠들썩하게 한 해를 보내는 주민들
 동네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해 떠들썩하게 한 해를 보내는 주민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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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온다. 호주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축제의 계절(Festive Season)이다. 돈벌이에 예민한 쇼핑센터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선물 파는 가게마다 생일의 주인공 예수님은 보이지 않고 산타클로스만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산타클로스 생일로 자리매김한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도 '나눔'을 강조하는 산타클로스를 보면서 섭섭함이 조금은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곳저곳에 초대받아 가기도 하고 이웃을 부르기도 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동네 거리에서 파티(Street party)가 열리기도 한다. 일 년 동안 참가했던 서너 개의 모임에서도 파티를 연다. 만나는 사람마다 연말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음식을 나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멀리 떨어져 있던 친척을 만날 계획으로 조금씩 들떠있는 이웃들을 본다. 한국의 추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 분위기에 휩쓸려 자연히 연말 분위기에 우리도 빠져든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나만의 바쁜 일정이 있다. 동네 RSL 클럽 콘서트 밴드의 멤버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동네마다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따라서 내가 속한 밴드도 이곳저곳 동네 파티에 참석해 연주한다.

올해도 티노니(Tinonee)라는 동네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 인구라고 해야 몇 백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동네다. 이렇게 작은 동네에도 어울리지 않는 넓은 운동장이 있다. 축구 클럽도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무대는 본부석 근처에 설치해 놓았다. 잔디밭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 잡고 앉아 시끌벅적하다.

제일 먼저 원주민이 무대에 오른다. 이 동네에 사는 음악가라고 한다. 무대에 올라 알아듣지 못하는 원주민 말로 인사를 한 후 영어로 짤막하게 통역한다. 원주민에 대한 긍지가 대단한 사람이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원주민은 원주민의 대표적인 악기 디지리두(Didgeridoo)를 연주한다. 호주에 살면서 디지리두 연주를 많이 들어보았다. 그렇지만 오늘 듣는 연주는 수준이 보통 이상이다. 음색과 음량 그리고 추임새까지 호흡으로 적절하게 조정하며 멋지게 연주한다. 이 동네에서 자랑하는 대표적인 음악가라는 사회자의 소개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예전에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에서 원주민과 함께 일 년 이상 생활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디지리두를 배우려다 포기했었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동시에 입으로 바람을 내쉬며 악기를 연주하는 호흡을 따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들으니 더 멋진 연주처럼 들린다.

다음에는 이곳에 있는 초등학생들이 무대에 오른다. 선생님 지휘에 맞추어 캐럴을 부른다. 부모들은 핸드폰과 카메라를 들고 노래하는 자녀를 찍기에 정신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손자 손녀의 노래하는 모습에 빠져든다. 아이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보려고 참석한 가족이 반 이상은 될 것 같다. 오래전 한국의 자그마한 시골 학교에서 열리는 학예회를 보는 기분이다.

이어서 노래나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나와 캐럴을 부른다. 참석한 사람들은 나누어준 크리스마스 팸플릿을 보며 같이 부른다. 밴드도 캐럴을 비롯한 크리스마스에 자주 듣는 곡을 연주하며 참석한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물론 아이들이 제일 반기는 산타클로스도 선물 보따리를 들고 등장한다. 간단한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산타와 함께 조금은 수줍어하며 카메라를 대하는 어린아이가 귀엽다.

그다음 주말은 악기를 들고 쿠퍼눅(Coopernook)이라는 동네를 찾아간다. 먼저 참가했던 동네보다 더 작은 동네다. 그래도 교회당 뒷마당에 마련한 장소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사람들은 소시지와 햄버거를 파는 가게 앞에 줄 서있다. 가게라기보다는 동네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봉사하는 곳이다. 

파티는 티노니와 대동소이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목사님이 나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교(?)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목사님 이야기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경청한다. 호주 교회에 가면 자리는 텅텅 비어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 기독교가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주에는 '교회 다니지 않는 기독교인'이 대다수라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종종 안부인사가 온다. 세월은 빠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 해가 지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같은 해가 솟아오르고 같은 달이 떠오른다. 그러나 대나무가 매듭을 짓기에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달력을 만들어 매듭을 짓는다.

세월은 지나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고 한다. 한 해를 보내면서 2017년 위에 무엇을 쌓을 것인가 잠시 생각한다.


태그:#호주 , #N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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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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