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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가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각 당의 지방선거 셈법은 분주합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지방선거 이전에 합당을 계획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친홍준표 세력을 위주로 여성과 청년을 공천하겠다고 합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야당에 비해 느긋한 모습입니다. 압도적인 정당 지지율(약 50%) 때문입니다. 되려 경쟁력있는 후보가 너무 많아서 경선이 과열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광주에서도 많은 민주당 후보가 광주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2014년 안철수ㆍ김한길 지도부에서 경선없이 전략공천되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후보들이 계속해서 광주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때 컷오프되었지만 필리버스터 때 민주당 지지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강기정 전 의원, 지난번에도 광주시장에 노크했었던 이용섭 전 의원이 물망에 꼽힙니다. 각각 3선, 장관급 인사였으니 거물들입니다.

여기에 광주시장에 도전하는 후보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해본 적이 없고, 장관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를 민주주의의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진 사람입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열겠다는 정치적 이상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정원'은 무엇일까요?

광주의 권력
 광주의 권력
ⓒ 민형배, 단비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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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권력>은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2010~2018)이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쓴 책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도시 광주의 과거, 미래로 나아갈 시민의 역량을 가졌지만 잘 활용하지 못했던 현재의 광주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광주는 1980년 5월 18일부터 계속해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도시입니다.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곳보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광주 정치가 그런 광주시민들의 역량에 모자란다는 것이 저자의 비판입니다. 광주시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꾸준한 지지에 정치인들이 보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의 광주시당 공천 과정이 민의를 제도적으로 잘 받아들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저자의 비판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입니다. 하지만 관료 경력, 고시 합격 여부, 학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보인 헌신과 정책을 가지고 사람을 공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ㆍ안철수 지도부는 경선없이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했습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 지도부는 현재 민주당을 탈당(국민의당 입당)했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가 제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선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입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는 광주라는 좋은 정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원은 독특한 곳입니다. 정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야생으로 변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인위적으로 관리하면 정원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정원이 가지는 본래의 힘에 역량있는 정원사의 힘이 합쳐져야 제대로 된 정원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광주라는 정원을 잘 아는 제대로 된 정원사(정치인)가 있어야 민주주의의 정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입니다.

그럴듯한 말입니다. 다만 저자가 광주시장에 출마할 예정이기에 좀 더 구체적인 방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자치공동체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2010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검토했고, 마침내 2017년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습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노동과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자치공동체의 출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부터 검토했다고 합니다.

'비정규직 공무노동자들의 직무적성, 직무능력을 파악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때가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엄격한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데만 5개월 정도 걸렸다. 그렇게 해서 2010년 12월에 실행의지를 밝히고 이듬해 3월에 전국 최초로 정규직 전환 규칙을 공포했다. 이후 광산구 직영 상시업무 종사자, 협동조합 위탁업무,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통한 직접 고용 등의 방식으로 7년 동안 모두 30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 228P

문재인 정부가 광산구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관한 데이터를 요청하자, 광산구는 이를 제공했습니다. 저자는 중앙에서 새로운 정책을 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지방의 성공적 정책을 중앙과 다른 지자체에 알리고 널리 확대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성공적인 정책이 더 큰 범위에서의 성공적인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저자는 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관복지연대망 '투게더광산'을 만들어 꼼꼼한 사회복지를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낮에는 노인이, 저녁에는 청소년이 이용하는 더불어락복지관은 광주지역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실렸다고 합니다. 시민간의 협력과 공동체 복원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생각이 매우 강한 듯 보였습니다.

민형배 구청장이 말하는 정책들은 기존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낯선 것들입니다. 저자가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교적 개혁적인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물론 정치인이 쓴 책이니 적당히 걸러 읽을 필요는 있습니다.

또한 저자가 기자 출신 사회학 박사이기 때문인지, 이 책은 섬세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용어에 대한 조심스러운 설명, 자치 분권 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국가 정치에 대한 견해, 호남 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세에 관한 분석은 광주 시민이 아닌 외부인도 읽어볼 만한 정도입니다.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지역과 관련한 사회학 연구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한 저자의 경력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글에서, 광주 시민들의 정치적 열망이 그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열망을 밑거름삼아 광주를 민주주의의 정원으로 만들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빼어난 정책능력, 강한 추진력, 창조적인 시도를 가진 정치인이 광주의 대표 정원사인 광주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정치인 후보에 대해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 지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지방선거에 나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에서 지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을 전략공천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민의를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후보가 지방선거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정당당한 과정을 통해서 후보로 선출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각 당의 후보들이 지역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의 권력 - 민주화의 성지에서 민주주의 정원으로

민형배 지음, 단비P&B(2017)


태그:#광주, #광주광역시, #지방선거, #민형배,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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