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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2015년 제네시스 EQ900 발표회장)
▲ 정몽구 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2015년 제네시스 EQ900 발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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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언론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회사에 출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현대차 홍보실의 한 직원은 "회장님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양재동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스스로도 "전에 없던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할 정도다.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끝없는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잇단 파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나쁜 회사'라는 이미지를 좀처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는 11월까지 409만6332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 436만3142대보다 26만6810대(6.1%) 줄었다. 올해 목표인 508만대 판매에는 100만대 가량 부족하다. 기아차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올해 11월까지 249만3157대를 팔아, 전년 동기 270만5279대보다 7.8%나 줄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올해 목표 825만대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룹 내부에선 부진의 이유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 시장이 선호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재, 대규모 리콜 사태 등을 꼽고 있다.

현대차 창저우공장 준공식에서 사인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지난해 10월)
▲ 정몽구 회장 현대차 창저우공장 준공식에서 사인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지난해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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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리더십 부재도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룹에 잇달아 큰 위기가 닥치고 있으나, 내부의 힘을 한데 모으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어느 순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면서 "기업은 이런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인데 지금의 현대차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기업의 생리가 철저한 수직구조라서 아무리 큰 위기에도 회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면서 "지금 현대차는 위기 속에서도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고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외손녀 결혼식과 12월 '최순실 스캔들' 국회 청문회 참석이후 공식석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 1월 그룹 신년회에서조차 보이질 않았다.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정 회장은 지난해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93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사옥
▲ 현대차그룹 사옥 현대차그룹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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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국 충칭의 북경현대 5공장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가 직면한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북경현대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했다. 물론 이 자리에도 정 회장은 없었다.

현대차의 더 큰 문제는 내년 시장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데 있다. 일부 신흥 시장은 긍정적이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가 끝난 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의원들의 질문에 정몽구 회장은 입력된 말만 되풀이하는 로봇 같은 느낌이었다.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거의 우이독경 수준이다. 현대차의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경영 은퇴를 선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정 회장이 진정 그룹을 위한다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정몽구 , #정의선 , #문재인, #현대차 ,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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