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이냐, 돈이 있는 삶이냐'신세계 이마트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이 논란이다. 회사 쪽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노조는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라고 반발한다. 이들 노조는 '지금처럼 일하고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상황부터 보자. 신세계 이마트는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려 한다. 현재 주 40시간보다 노동 시간이 5시간 줄어든다. 일반적인 하루 근무 시간으로 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것이다.
이마트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이대로라면 신세계 이마트 노동자 3만여 명은 '출퇴근 러시아워'를 피하고, 오후 6시에 집에 들어와 가족들과 여유로운 저녁을 즐길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작 혜택을 보는 노동자들이 반발한다. 이마트 내 3개 노동조합 가운데, 이마트노동조합과 이마트민주노조 등 2개 노조는 근로시간 축소에 반대한다. 이들의 주장은 근무시간을 줄이지 말고, 더 많은 임금 인상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 노조에 따르면, 올해 마트 계산원과 진열대 업무 등 전문직2(주로 비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총 2만6000여 명이다. 현재 이들이 받는 시간당 급여는 6980원, 한달(209시간) 기준으로 하면 145만8000원(세전)을 월급으로 받는다.
이마트민주노조 "최저임금 무력화하려는 사측의 꼼수"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시급이 8644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현재 근무 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들 노동자들의 월급은 180만6000원(세전)이다. 올해보다 35만 원 가량 늘어난다.
하지만 주 35시간제가 적용되면, 월급 인상폭은 줄어든다. 주 35시간제를 적용하면 월급은 올해보다 13만 원 가량 오른 158만1000원만 받게 된다. 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라며 "노동자들은 지금 근무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근로시간 축소 결정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마트에는 이마트전국노조와 이마트노조, 이마트민주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다. 이마트민주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사측은 대표교섭노조인 이마트전국노조와 근로시간 축소에 합의했다.
"근로시간 축소는 불이익 변경, 전체 근로자 의사 물어야"지난 8일에는 내년 근무시간을 주 35시간으로 하도록 취업규칙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노조와 이마트민주노조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교섭노조가 교섭을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갈 경우, 다른 노조와 협상 내용을 공유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서 내년 근로자 임금 상승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이익한 조치라고 본다"면서 "관련 법령에 따른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모든 근로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사측은 설명회만 연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마트 "상당수 직원이 좋아해, 업무 개선 작업도 진행중"그는 또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노동 강도가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인력 충원도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면서 임금을 줄이려는 게 사측의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사측은 불이익변경 금지 사항이라는 노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대표 노조와 합의해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상당수 직원이 좋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