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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적 글쓰기>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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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향기를 낸다. 코로 맡는 향기라기보다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랄까. <서민적 글쓰기>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서민 교수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그가 어떤 향기를 내는 사람인지 보여준다. 지나치리만큼 솔직한 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진정성을 보여 주는지 반감을 사는지는 독자의 몫일 테고.

우선 그는 글쓰기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알아주는 서울대학교, 그것도 의대 출신인 그에게 어떤 결핍과 동기가 있어 끊임없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략)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 내가 본 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진실을 파헤쳐 후세에게 알리기 위해 기록하는 것, 그리고 타인과 공감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람들은 글을 쓴다는 것이다.(p.19)

그는 자신의 글쓰기 동기가 위에서 말하는 네 가지 중 마지막인 '정치성'이라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첫 번째 동기인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글을 잘 쓰면 예쁜 아내를 얻을 수 있고, 알라딘을 평정하며, 책을 출판하여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얘기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서민은 말한다. 솔직함이 제일이라고.

글에 담긴 그의 마음은 진실이고 글쓰기는 그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이겠지만 시종일관 유려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니 솔직함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게다가 글을 잘 쓰려면 시작도 중요하고 허리(중간)가 튼튼해야 하며 마무리도 여운이 남아야 한다니 나 같은 사람은 쉽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없겠구나 싶기까지 하다.

어쨌든 사회 전반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그의 지적은 올바르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글쓰기가 왜 필요한지, 사회가 바뀔 수 없기에 개개인이 글쓰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독자에게 자극이 되기 충분하다.

우리 모두가 교양인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소양으로 글쓰기를 인식하고, 뻔지르르한 글쓰기가 아니라 그 안에 진심과 간절함을 담으려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은 분명하다.

서민 교수가 세상에 두각을 나타냈던 몇 편의 칼럼들이 있다. 그의 가치관과는 관계없이 아주 예리했으며 매끄러웠다.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p.155), 반어법(p.160) 등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글쓰기 기법들을 상황에 걸맞게 잘 활용하여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에 관한 부분이나 크림빵 뺑소니 사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은 진실보다 글쓰기 기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경남 하동에서 서른 살 정도로 보이는 여성 미라가 발견됐다. (중략) 임신한 상태에서 폐디스토마에 감염돼 죽었을 확률이 더 높다고 가정했다. (중략) 물론 그 여인이 가재를 먹었는지 게를 먹었는지 알 수 없으나 심사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요령을 발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중략) 약간 과장이 있긴 하지만 …… 영국고고학학술지에서 이 논문을 받아 줬고, 덕분에 나는 기생충학회에서 학술상을 받을 수 있었다.(p.79)

아마도 우리에게 글쓰기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교수가 논문에 이러한 과장을 싣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지울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며 말의 가벼움을 실감한다. 또한 삶의 가벼움도 체감한다. 이런 나를 꽉 채우기 위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책을 통해 그 너머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과는 일상의 수다가 필요 없다. 현실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나와 세상, 삶을 고민하게 되나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재미없는 양철북을 참고 참아가면서 다 읽으면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는 서민 교수는 역시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싶다.


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생각정원(2015)


태그:#글쓰기,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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