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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MBC 신임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한 자리에서 첫 업무로 후보시절 노조와 약속한 MBC해직자 즉각 복직 내용을 담은 노사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MBC 해직자 복직 노사 합의문 발표하는 최승호 신임 사장 최승호 MBC 신임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한 자리에서 첫 업무로 후보시절 노조와 약속한 MBC해직자 즉각 복직 내용을 담은 노사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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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2월 8일 MBC 최승호 사장 취임, 그리고 MBC 손정은 아나운서의 복귀.

해고된 지 5년 만에 <뉴스데스크> 앵커로 돌아온 박성호 기자와 함께, 5년 만에 저녁 뉴스 화면에 복귀한 손 아나운서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과거 MBC가 망가지기 전의 모습을 사랑했던 모든 시청자들도 반가운 마음이 클 것이다.

기자는 MBC와 인연이 제법 깊다. 2000년 초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인터넷논객으로 출연했다. 당시 MBC <100분 토론>을 진행했던 유시민씨의 생방송이 끝나면, 그와 여의도 근처 식당에서 언론개혁운동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마주 앉아 소주 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 2004년 지상파 디지털전송방식 전환 등의 싸움에서 MBC노조와 함께 했다. 그래서 MBC노조 간부, 기자들과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올해 KBS-MBC 돌마고 불금파티 집회 취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난 3월 손정은 아나운서와의 짧지만 인상 깊은 만남이 떠오른다. 손 아나운서와 관련한 작은 일화를 소개할까 한다. MB-박근혜 정부가 처참히 망가뜨린 공영방송 MBC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MBC와의 인연, 손정은 아나운서와의 만남

기자는 바른지역언론연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6.15언론본부 등 언론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줄곧 언론개혁운동을 이어왔다. 또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회원이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시절,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 전송방식 문제로 유럽식과 미국식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동수신 등을 이유로 유럽식을 주장했고, 정통부와 관련 업계들은 미국식을 고수하는 상태였다.

유럽식을 주장한 언론노조는 1인 시위,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유럽식의 정당성을 알렸고, 언론노조 중 가장 치열하게 유럽식을 주장했던 곳이 MBC(노조)본부였다. 기자는 그들이 주장한 내용을 연신 기사로 다뤘다. 덕분에 당시 MBC 노조 간부들과 MBC 종사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 노웅래 의원(전 MBC 노조위원장), 이완기 방문진 현 이사장, 최승호 MBC사장(전 MBC노조위원장), 김종규 인프라 본부장(전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과 김상훈 실장(전 언론노조 사무처장), 박병완 전 방송기술인연합회장 등과 노경진 기자, 이상호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 등을 언론 관련 행사장, 집회, 기자회견 등에서 자주 만났다.

특히 최승호 사장은 2016년, 기자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참언론상을 수상했다. 최승호 사장과 한국인터넷기자협회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승호 사장은 지난 2005년 한학수 PD과 함께 MBC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사건을 단독보도했고,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주류 언론 등에서는 일부 취재 과정의 문제점을 빌미 삼아 최승호 당시 CP와 한학수 PD, 나아가 <PD수첩> 전체를 공격했다. 인터넷기자협회와 인터넷신문 <대자보> 등 진보적 인터넷언론은 '인터넷언론인포럼'에 최승호 CP, 한학수 PD를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 성명 등으로 <PD수첩>과 이들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연대했다.

최승호 CP는 2005년 12월 27일 저녁 7시 참여연대 느티나무 카페에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개최한 '2005인터넷언론인의 밤'에 참석하여 '황우석 보도' 관련 인터넷언론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 바 있다.

이처럼 기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을 거쳐 MBC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 시기에 MBC는 완전히 공영성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뉴스데스크와 주말 뉴스를 진행했던 손정은 아나운서는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2012년 MBC가 170일 간의 파업에 참여할 때 손정은 아나운서의 소식을 뉴스로 듣기도 했다. 손 아나운서는 파업에 참여한 이후 뉴스 앵커에서 배제됐다. MBC의 간판 앵커였던 손정은 아나운서는 2016년 3월 MBC 사회공헌실로 전보됐다.

손정은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있다.
▲ 손정은 아나운서 손정은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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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빼고 '씨'로 수정해달라"

5년 전 마지막 방송 이후 손정은 아나운서를 만나게 된 것은 올해 3월 22일 CSR(사회공헌사업) 관련 행사 자리였다. 평소 잘 알고 지낸 지인의 초청(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 자격)으로 행사에 갔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CSR포럼 주최로 '기업과 비영리기관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가수 인순이씨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 손정은 아나운서, 가수 인순이씨, 주최 측 관계자 등 6~7명이 함께 메인테이블에 앉게 됐다. 동석자들은 서로 반갑게 악수를 하며 담소를 나눴다. 손정은 아나운서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손 아나운서와 '반갑다'는 인사말을 상호 건넸다. 곧바로 행사가 시작됐다. 손정은 아나운서가 사회를 봤다. 손 아나운서의 멘트가 이어졌다.

"CSR포럼은 국내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의 모임이다. 2014년도 150여 개 기업이 모여 시작해 현재 44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매월 포럼을 개최해 사회공헌 연구 활동과 이해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 등 다양한 소통을 하고 있다."

기자인지라 자연스럽게 손정은 아나운서의 사회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행사 관계자도 손정은 아나운서, 가수 인순이씨 등과 함께 메인 테이블에 앉았던 동석자를 카메라로 기록했다.

이후 손 아나운서는 주요 내·외빈을 소개했고, 인순이씨를 강사로 소개했다. 인순이씨는 '나눔'에 대한 강연을 했다. 다문화 가정과 조손 가정 중학생으로 이루어진 해밀학교(강원도 홍천) 이사장인 국민가수 인순이씨가 '나의 삶, 나눔 그리고 함께 가는 길'이란 주제로 40년의 가수 인생, 나눔 체험, 해밀학교 학생들과의 공동체적 삶의 변화에 대해 강연을 했다.

가수 인순이씨의 강연이 가슴에 와 닿아 꼼꼼히 메모를 했다. 기사를 써야 하겠다는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기사를 송고했다. <오마이뉴스> 3월 26일 '국민가수 인순이, 다문화 해밀학교 운영 이유 뭘까' 기사다.

이날 행사에 가수 인순이 씨와 손정은 아나운서 등이 앉아 있다.
▲ CSR행사 이날 행사에 가수 인순이 씨와 손정은 아나운서 등이 앉아 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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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사가 나간 이후 행사 관계자에게 메시지가 왔다. 기사 앞부분에 있는 '손정은 MBC 아나운서'를 'MBC 손정은씨'로 수정해 달라는 내용었다. 지난 3월 26일자 기사 내용은 이랬다.

"손정은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CSR포럼 회원, 기업 사회공헌 부서 직원, NPO 및 유관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상호이해와 협력방안 모색을 위한 그룹 토의도 진행됐다..."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면 어느 부서든 아나운서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한데, 무엇이 문제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관계자가 보낸 메시지 내용은 이랬다.

"손정은씨가 지금은 아나운서가 아닌데 밖에서 그렇게 불리우면 안 되나 봐요. 혹시 괜찮으시면 MBC 손정은씨(MBC사회공헌실, 전 아나운서 겸 뉴스 앵커)라는 표현으로 가능하실지요. 어제 오신 아무개씨에게 무척 혼났나봐요. 선처 부탁드립니다."

이후 관계자는 또 "MBC 내부적으로 민감한가 봐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보도 아니고, '아나운서'를 '아나운서'라고 호칭한 것이 뭐가 문제라 말인가? 의문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마치 <홍길동전>에서 서자 출신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을 때 억하심정을 느낀 것과 같은 기분일까. 이게 불과 9개월 전 MBC 손정은 아나운서에 관한 기사를 썼을 때 벌어진 일이다.

그랬다. 올초, 아니 최근 얼마 전까지도 해도 우리는 MBC를 MBC로 부르지 않았다. '아나운서'를 '아나운서'로 부르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앞뒤 꽉 막힌 조직, 국민의 여망을 배신한 방송사, 촛불집회에서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으며 시민들에게 쫓겨났던 '마봉춘' 방송국.

그곳이 이제 다시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황우석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PD수첩>의 그 최승호 CP가 MBC의 수장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손정은'씨'가 팩트와 정보, 진실과 날카로움, 따뜻함을 전해 주는 '아나운서'로 돌아왔다.

적폐 세력들이 망쳐 놓았던 MBC에 갖은 고생과 인고의 세월을 이기고 복귀한 모든 MBC 구성원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한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눈물겨운 복귀를 한 손정은 아나운서의 건투를 빈다. 마지막으로 손정은 '아나운서'의 이름을 크게, 속시원하게 불러본다.

"손정은 아나운서님, 정말 반갑습니다."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손정은 아나운서가 KBS 앞에서 멘트를 하고 있다.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손정은 아나운서가 KBS 앞에서 멘트를 하고 있다.
ⓒ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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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손정은 아나운서, #최승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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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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