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이 승리를 거두고 서포터즈와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2017. 9. 17 vs FC 서울)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이 승리를 거두고 서포터즈와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2017. 9. 17 vs FC 서울) ⓒ 심재철


축구팬이라면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주 리버풀에 있는 안필드 스타디움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할 것이다.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 등과 함께 그곳은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필드에는 비틀즈의 노래 'You'll never walk alone'이 수많은 서포터스의 목소리로 울려 퍼진다. 이 소리를 듣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웅장한 역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 K리그 클래식에도 리버풀의 응원가와 비슷한 뜻을 담은 멋진 응원가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팬들이 부르는 이름으로는 '숭의 아레나', 공식 명칭으로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바로 그곳이다.

인천 서포터스, "강인덕 대표이사와 이기형 감독 사퇴하라!"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숭의 아레나 남쪽 관중석은 서포터스 연합 사람들로 채워진다. 안필드의 그곳, 수원 빅 버드의 N석과 비교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2003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창단 때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에 그들의 청춘을 묻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005년 K리그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가서 울산 현대에 밀려 준우승을 거둔 것이 최고 성적이며 줄곧 순위표는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겨우 이겨서 1부리그(K리그 클래식)에 살아남아 '잔류왕'이라는 머쓱한 별명이 생기고 말았다.

그래서 팬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비참한 경기력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따져 묻기로 했다. 2017 시즌 초반에도 구단-팬 간담회(2017년 4월 30일)를 개최하는 등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강등권에서 허덕일 뿐이었다.

리그 일정을 모두 끝내고 2018년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뜨겁게 움직여야 할 이 시기에 인천 유나이티드에서는 이기형 감독에 대한 '조건부 계약' 얘기가 흘러나왔다. '2018년 시즌 초반 10경기를 치르며 3~4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동안 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헌신했던 코치진에게 해고 통보까지 하고 말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팀을 쇄신하기 위해 매우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포터스의 상황 인식은 분명히 달랐다. 그동안 미심쩍었던 일들이 한둘씩 '흉측한'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중심은 지난 8월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소방수를 자처하며 취임한 강인덕 대표이사였고, 그 아래 실질적인 팀의 구심점 이기형 감독이다. 여기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구단주(유정복 인천시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가 광양 어웨이 경기에서 머플러를 펼치고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2017. 11. 5 vs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가 광양 어웨이 경기에서 머플러를 펼치고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2017. 11. 5 vs 전남 드래곤즈) ⓒ 심재철


"인천은 나의 자존심, 나의 마지막 청춘의 영혼"

지난 20일 오후 2시 인천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가 요구한 핵심 내용은 '인천 유나이티드 운영의 조속한 정상화'다(관련 기사 :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대표이사와 감독 사퇴" 촉구). 팀 성적을 당장 정상으로 끌어올리라는 요구가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대표이사와 내부 분열의 책임이 큰 감독이 물러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다.

강인덕 대표이사의 월권은 물론 공식 직책을 맡지도 않은 외부인이 선수단을 구성했다는 의혹을 듣고도 어떻게 서포터스가 기다리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이어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어떻게 코치들에게만 뒤집어씌울 수 있을까?

특히 강인덕 대표이사는 취임하면서 '팀의 12번째 선수가 되겠다'는 믿음직스러운 말을 남겼다. 그래서 팬들도 한마음으로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책임 회피, 말 바꾸기만 반복하는 구단 수뇌부들을 더 이상 믿고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 수뇌부들은 서포터스가 항상 부르는 응원가를 못 들었을 리 없다. 그 가사도 너무나 짧아서 쉽게 외울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인천은 나의 자존심, 나의 마지막 청춘의 영혼"이라는 응원가 뜻을 알기나 할까?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는 당장 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거나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 굳게 믿고 소리 높여 응원할 자신의 팀이 정의롭게 바로 서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경기력이 형편 없다면 대전 시티즌이나 광주 FC처럼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팀을 버릴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나타나면 상당수의 관중들이 야유를 퍼붓는다. 그 야유에 담긴 뜻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따져서 팀을 이용하다가 별 볼 일 없다면 헌신짝처럼 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축구팬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포터스는 저 응원가 가사처럼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프로축구 팀이 '나의 자존심'이자 정말로 '마지막 영혼'이다. '경우에 따라 고무신 거꾸로 신는 사람'들이 아니다. 2018 시즌권 판매를 시작하고 2시간 뒤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던 서포터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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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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