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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스타벅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국내 최대 규모 스타벅스 더 종로점이 오픈을 하였습니다. 오픈 하루 전날 더종로점에 전화를 걸었지만 당연히 전화는 되지 않았습니다. 대형 행사 세 개를 진행한다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줄을 설까?', '언제부터 줄을 받을까?' 모든 것은 20일에 오픈될 예정이었습니다.

스타벅스 더종로점 오픈일... "오늘을 위해 연차를 썼어"

 매장 안팎으로 스타벅스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자 사람들이 건물 내외로 길게 줄을 늘어섰다.
 매장 안팎으로 스타벅스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자 사람들이 건물 내외로 길게 줄을 늘어섰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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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거리라 쉽게 생각하고 나온 것이 함정이었습니다. 이날 500명 선착순으로 나눠준다는 그린노트는 스타벅스의 정체성인 녹색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노트라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더 시선이 모였던 것은 엄청난 양의 줄이었습니다.

더종로점 도착 시간은 오전 9시, SNS에서 알음알음 홍보되던 이 행사가 이미 오픈과 함께 그린노트가 마감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실망하던 저를 보고 직원 옆에 한 나이 드신 분이 한 마디를 거듭니다.

"젊은이, 난 오전 5시부터 줄을 섰어."

네? 5시라고요? 손녀가 그렇게 원하는 거라고 새벽부터 뛰쳐 나왔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니 오늘의 오픈을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듯합니다. 그리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승리에 가득찬 한 여성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오늘을 위해 연차를 썼어. 집에서 아빠가 어휴... 하면서 가라고 하더라고."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녹색으로 가득한 플래너겸 노트. 한 매장에서만 단독 한정행사가 진행되었다.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녹색으로 가득한 플래너겸 노트. 한 매장에서만 단독 한정행사가 진행되었다.
ⓒ 스타벅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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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노트를 놓쳤다는 것은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큰 슬픔입니다. 옆에 똑같이 아쉬운 표정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더 들어오진 않나요?"라고 묻자, 직원들은 같은 질문에 수백 번 답한 표정으로 "네 그렇다고 해요. 홍보팀에서 진행하는 거라" 대꾸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갑자기 퀵 서비스 기사로 보이는 분이 등장을 합니다.

퀵 서비스 기사는 대형 인파에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줄 없고 그냥 가져오는 거라면서요?"

기사가 가뜩 성을 낸 목소리를 내자, 전화기 건너로 목소리도 다급해 집니다. "정말 줄이 그렇게도 많은 것이냐?"라는 답을 하자, 대뜸 기사는 스타벅스 직원을 바꿉니다.

"네 고객님, 여기 줄이 정말 많아요."

기사가 특유의 손동작으로 더 많다고 얘기를 해달라고 하자, 직원도 그렇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이거든요. 과연 이 기사분이 그대로 헛탕을 치고 가실까요? 긴 줄에 서 있던 사람들의 호기심이 모아지던 순간, 퀵 서비스 기사가 대형 줄에 합류하기 시작합니다.

 줄 행렬에 심부름 퀵서비스 기사까지 등장했다.
 줄 행렬에 심부름 퀵서비스 기사까지 등장했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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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저는 오늘 무엇을 한 걸까요?

 스타벅스는 서울에서 최대 규모의 매장 오픈을 공격적으로 홍보하였다. (스타벅스 홍보 영상 중)
 스타벅스는 서울에서 최대 규모의 매장 오픈을 공격적으로 홍보하였다. (스타벅스 홍보 영상 중)
ⓒ 스타벅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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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노트를 놓쳐서 망연자실하던 와중에 다 같이 서 있던 긴 줄은 또 다른 무언가를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스페셜 에디션 카드 사시는 거죠? 그러면이 줄 서시면 됩니다"라는 직원의 말이 들려 옵니다.

그렇습니다. 알고 봤더니 저는 스페셜 에디션 카드를 사는 줄에 서 있던 거였습니다. 앞에 어르신들도 "응? 스페셜 카드? 그게 뭐요?" 하다가, 손녀로 추정되는 분에게 전화를 걸더니 다시 줄서기 행렬에 동참을 합니다. 이걸 왜 사야 될까요?

"혹시 이 카드 사면 뭐 더 주나요?"

부끄럽지만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아니요, 그냥 카드만 사시는 거예요" 하는 답이 돌아옵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든 살 수 있는 스타벅스 카드를 사려고 왜 이렇게 긴 줄을 서는 걸까요? 급하게 SNS에 검색해보니, '아... 이 카드는 금색 칠이 되어 있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게 꼭 필요할까? 고민 고민을 계속 하던 와중에, 갑자기 제 차례가 다가옵니다.

"카드 두 장 하시는 거지요?"

순간 10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는 직원을 보고 저는 꽤 당황합니다. 급한 마음에 "혹시 할부는 가능할까요?" 하고 물었지만, 직원은 바로 "상품권 개념이라 안 됩니다"라고잘라 말합니다. 잠깐이지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자 뒤에 줄 선 사람들의 시선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이 줄을 포기하고 나올까요? 고민하던 저는 이미 10만 원을 결제하고 있습니다.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정작 결제는 1분만에 이루어졌다. 직원들의 손놀림이 매우 빨랐다.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정작 결제는 1분만에 이루어졌다. 직원들의 손놀림이 매우 빨랐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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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 올라와서 정신을 차리니 10만원 결제가 끝나 있었다.
 2층에 올라와서 정신을 차리니 10만원 결제가 끝나 있었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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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와 방금 제 계좌에서 사라진 10만 원을 보고 잠시 멍하게 앉았습니다. 바깥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더 종로점을 위한 산타클로스 행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 거기에도 4만 원이나 하는 DM상품들이 1만 원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행사 취지는 녹색재단에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는 거라고 합니다. 저는 그 줄에도 마저 서 있어야 되는데... 생각하다가 그만 털썩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평창 패딩에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볼 때 뭔가 한심해 보였습니다. 이미 제 방에는 근사한 패딩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스타벅스가 평창 패딩을 따라하려고 하자, 저도 그 한심해 보였던 긴 줄에 합류를 하고, 오늘 가계부에 결제액을 다시 올립니다.

'-10만 원.'

오늘 5시간 동안 뭐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합리적인 것 같아서 달렸던 현장에는 의미없게 아쉬운 무언가들이 남았습니다. 그린노트를 얻었다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까요? 2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 기자 무리들이 '한무리의 스타벅스 군중 속에 뭔가 털려 보이는 제 모습'을 클릭 수 좀 나오겠다며 찍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저는 오늘 무엇을 한 걸까요?

 2시간 넘게 많은 기자들이 스벅에 앉은 사람들을 촬영했다. 오늘만은 스벅은 제3의 공간이 아닌듯 하다.
 2시간 넘게 많은 기자들이 스벅에 앉은 사람들을 촬영했다. 오늘만은 스벅은 제3의 공간이 아닌듯 하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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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은경의 그림책 편지'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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