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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전국 440여개 노동,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등 시민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고자합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제주 4.3은 올해로 69주년, 내년 2018년에 70주년을 맞는다.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올해 출범하였다.
 제주 4.3은 올해로 69주년, 내년 2018년에 70주년을 맞는다.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올해 출범하였다.
ⓒ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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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4·3 70주년이 되는 해다. 제주에는 벌써부터 4·3 70주년과 제주방문의 해를 축하하는 안내판이 섬 곳곳에 붙어 있다. 과연 이렇게 축하하고 기뻐해야 하는 일일까? 아니다.제주 4·3은 아직 이름조차 갖지 못한 채 7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4·3보다 30년 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 일어난 광주 5·18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도 갖고 역사적으로도 정리되어 있지만 제주의 4·3은 아니다. 왜 아직도 제주 4·3은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채 70년이라는 세월을 흘러 보내야 했을까?

제주 역사와 정치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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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일까?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제주 정치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정치를 짧게 들여다보면 제주는 1397년 조선이 건국된 이후에야 비로소 제주목이 설치되면서 중앙정치의 관리 아래에 들어간 지역이다.

조선의 행정체계에 편입되어 관리를 받았지만 조선시대 관리는 착취에 가까웠다. 기존의 지방토호들에 중앙관리까지 더해져 제주도민들은 이중수탈을 겪어야했다. 말을 비롯해 전복이니 귤은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었다. 오죽하면 출륙금지령을 내려 제주주민들을 섬에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이중수탈은 일본이 들어온 뒤에도 지속되었다. 1945년 일본이 떠난 뒤 미군이 들어오고 이승만 정권이 들어왔지만 변한 건 없었다. 오히려 미군과 이승만 정권은 반공을 국시로 내걸고 사상을 빌미로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다. 빨갱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육지에 사는 이들에게 명백히 보여주는 계기로 제주도를 삼았고 제주에서는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이승만은 제주도민쯤은 전부 죽여도 좋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제주도는 한국 땅에 속해있었지만 변방에 불과했다. 변방은 착취당하고 괴롭힘을 당해도 소리조차 내긴 힘들었다. 오죽하면 여수에서 제주로 가서 진압하라던 군인들조차 부당한 명령이라 여겼을까. 중앙정치에 종속된 제주도는 이렇게 죽임을 실험하는 공간이 되어갔다.

탄압과 수탈의 긴긴 역사 속에 드디어 제주에도 좋은 실험이 하나 이뤄진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 일이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다고 했지만 얼마나 엉터리인지 제주특별자치도 11년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2개의 기초자치단체(북제주군, 남제주군)가 사라지고 4개의 기초의회(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가 폐지되었다. 2개의 기초자치단체장(제주시장, 서귀포시장)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었다. '고도의 자치권'이라는 말보다 '제왕적 도지사'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졌다.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 중국 자본의 제주도 난개발, 이제는 제2공항 건설까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 순간들은 특별하게 막무가내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경우들뿐이었다.

제주에서 타오른 촛불

어른들의 마음은 무겁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만 하다. 어서 빨리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내일을 선물해 주고 싶은 것이 이 시대 우리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 아이들 보기 민망한 현재의 시국에 대해 어른들의 마음은 무겁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만 하다. 어서 빨리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내일을 선물해 주고 싶은 것이 이 시대 우리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 고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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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촛불이후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는 지역이 제주도다. 지난 4월부터 제주지역의 진보정당들이 모여 정치개혁을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걸맞는 정치제도를 갖추자는 취지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기초의회 부활 등을 주요 의제로 삼고 활동했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어려워하거나 공감하기 힘들어 했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알긴 힘들지만 정치제도가 시민들을 정치와 멀어지게 만들었고 정치개혁에 대한 관심도 옅으니 정치개혁은 점점 힘들어지고 시민들은 점점 정치에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랄까. 잔잔하던 제주지역에서의 활동을 충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지역은 급격히 늘어난 인구 때문에 분구해야 하는 지역구가 2군데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지역 정치권에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의원수 증원안을 무시하고 비례대표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비교적 조용하던 지역의 시민사회노동농민단체들이 연일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규탄의 기고문이 실리고 지역 언론에는 비례대표 축소가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비례대표 축소를 반대하는 시민행동의 촛불집회도 이어졌다. 자발적 시민들이 촛불을 조직해서 지난 8월에 세 번의 춧불집회를 열었다. 결국 비례대표 축소 법안을 발의했던 국회의원이 동료의원들이 서명을 해주지 않아 법안을 접기로 했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비례대표 축소는 지역 정치권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의 정치개혁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인식하고 논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후 34개 단체가 뜻을 모아 정치개혁 제주행동도 발족하게 되었다.(9월 5일) 정치개혁 제주행동은 정치 개혁을 위한 지역차원의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제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공동 실천을 하기로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슨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정치개혁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정치개혁 제주행동에서는 제주에서부터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 지역정치권이 움직여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바른정당의 도지사도 민주당 일색의 세 명의 국회의원도 이런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법안 발의가 급하다는 판단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9월 25일 발의되었다. 심상정 의원의 법안발의 한 달 후 무슨 이유인지 제주지역 위성곤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포함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10월 25일 정치개혁 제주행동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변화에 희망을 걸었지만 진정 변한 것은 없었다. 정치인이 아니라 이제 도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10월 18일 민심그대로 정치실현을 위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제주 1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1주일에 두 번씩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각기 시민들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11월까지 서명운동은 계속 되었다.

다른 한편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 시민들이 알기 쉽게 라디오에 광고를 하기로 했다. 부족한 예산에 광고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정치개혁을 위해 과감히 홍보를 하기로 했다. 목소리는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분에게 도움을 받아 약간의 제작비로 제작하게 되었다. 광고 시간대는 시사에 관심이 많은 청취자들이 즐겨 듣는 시사프로그램에 출퇴근 시간으로 정했다.

어렵게 녹음을 하고 조건부 심의결과를 받아 녹음을 수정해가면서 12월 13일 라디오에 광고방송이 처음으로 나오게 되었다. 20초짜리 녹음에 불과하지만 왜 정치개혁을 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야 하는지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금 광고는 한 달을 예상하고 송출되고 있지만 시민광고인단을 모집해 광고를 연장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정치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광고를 연장해 나갈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주부터

대학YMCA, 민달팽이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비례대표포럼청년위원회, 정치발전소, 천도교청년회, 한국청년연대, 흥사단전국청년위원회, 2030정치공동체청년하다, 한국청년연합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청년들이 희망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치를 독점하고 기득권에 안주해 온 기존 거대 정당들 때문이다"며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하고, 득표한 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 청년단체 "청년 정치 참여 확대하라" 대학YMCA, 민달팽이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비례대표포럼청년위원회, 정치발전소, 천도교청년회, 한국청년연대, 흥사단전국청년위원회, 2030정치공동체청년하다, 한국청년연합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청년들이 희망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치를 독점하고 기득권에 안주해 온 기존 거대 정당들 때문이다"며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하고, 득표한 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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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역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정치개혁 제주행동의 활동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면 왜 제주에서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할까? 앞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제주는 나쁜 실험을 일삼는 특별자치도였다. 이제는 좋은 실험 하나 정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제주의 미래는 난개발로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말로만 들어서 감이 오지 않는다. 이런 제도를 실험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제주만한 곳이 있는가? 나는 감히 없다고 본다. 2018년 지방선거. 제주에서부터 연동형 비레대표제가 실시될 수 있도록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라. 시민들이 이만큼 했으면 정치권이 응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이름을 찾고 정치개혁도 시작하자. 제주도민들이 자치를 열어가는 첫해로 4·3이 이름을 가진 첫 해로 2018년이 기억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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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클릭)에 참여해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국회정치개혁특위에 청원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안재홍은 정치개혁 제주행동, 제주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치 개혁, #선거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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