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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열악한 임시 주거시설에 이주노동자를 방치하는 '숙식비 징수지침'을 폐기하고,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이주노동자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아래 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참사를 겪고 있는 가운데 17일 낸 성명을 통해 이같이 촉구했다.

지난 12월 15일 새벽 부산 사상구 소재 한 공장 컨테이너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는 공장 옆 야외 화장실 건물 2층에 놓여 있었다.

이주노동자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에는 인천의 공장 컨테이너 외국인 근로자 대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1월 17일에는 경기 광주시 가구공장 외국인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들은 소방시설은커녕 소화기조차 마련되지 않은 불법 무허가 건축물에서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며 "이처럼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어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음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주거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열악한 거주시설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자 결정에서 "열악한 환경의 임시 주거시설을 숙소의 한 형태로 정당화"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침을 정비하고 이주노동자 주거시설의 안전·위생·사생활 보장에 대한 주거환경 기준 마련과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했던 것이다.

이들은 "기숙사에 대한 기준 및 소방·안전시설 설치 조항 없는 현행법령 지침뿐만 아니라 현행법은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거권 보장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했다.

이들은 "기숙사의 구조나 설비·보안·안전, 위생 시설 등 삶에 필수적인 설비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법 건축물, 안전시설 미비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 했다.

네트워크는 "숙소의 열악한 상태 또는 그에 대한 과도한 비용 공제에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여도 조사나 감독·시정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라 했다.

15일 오전 1시 50분경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있는 한 공장의 컨테이너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이주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15일 오전 1시 50분경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있는 한 공장의 컨테이너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이주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 부산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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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대해,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이용득 의원은 지난 9월 근로자 기숙사 설치 기준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감독, 지원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의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개정안은 "사용자는 적절한 구조와 설비, 환경을 갖춘 기숙사를 제공하여 노동자의 건강·안전·사생활을 보호해야 하며, 고용노동부장관은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지도하여야 하고, 이주노동자와 근로계약 체결 전에 기숙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 제공하여야 하며, 계약과 다르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네트워크는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 고된 노동을 마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사람의 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어 온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일터 옆에 제공하는 숙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주거권 보장이 절박한 이유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지내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며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도록 국회의 조속한 관련 법제 개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주노동자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단법인 두루,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와인권연구소, 재단법인 동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이주인권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태그:#이주노동자,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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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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