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신태용 감독이 네번째 추가골을 넣은 염기훈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신태용 감독이 네번째 추가골을 넣은 염기훈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과 첫 경기 무승부 이후 여론은 싸늘했다. 핵심 선수들을 제외하고 유망주를 대거 발탁한 중국이었기에 당연했다. 12일 북한과 2차전에서 승리는 챙겼지만, 경기력은 답답했다. 창은 무뎠고, 방패는 허술했다. 끝없이 내려가는 기온만큼 우리 대표팀을 향한 반응도 더욱 차가워졌다. 

일본은 대회 2연승을 질주했고, 우리는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일본은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우리는 퇴보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무려 4-1로 이겼다. '숙명의 라이벌'을 마주한 탓인지 투지가 살아났고, 화력이 폭발했다. 적진의 심장 도쿄에서 일궈낸 역사적인 경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4-1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통산 네 번째 우승에 성공했고, 대회 최초로 2연패의 기쁨까지 맛봤다.

우리 대표팀은 전반 2분, 고바야시 유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신태용호는 이른 실점을 잊은 채 경기에만 집중했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 일본 수비진에 큰 부담을 가했고, 이재성의 개인기가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김민우와 김진수가 버틴 좌측 공격도 불을 뿜었고, 주세종의 날카로운 패싱력도 돋보였다.

전반 13분, 김진수가 좌측면에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김신욱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진격의 거인과 공중볼 다툼을 벌일 만한 일본 수비수는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추가골이 터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비판의 중심에 섰던 정우영이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골문까지 거리가 약 22m나 됐지만, 문제없었다. 이날만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못지않은 '데드볼 스페셜 리스트'였다.

대표팀은 역전에 만족하지 않았다. 전반 35분, 추가골을 뽑았다. 이재성이 안정적인 볼 터치와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우측면을 무너뜨렸고, 절묘한 침투 패스를 찔렀다. 이를 문전 앞에서 자리 잡은 김신욱이 잡아냈고,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재성의 개인기도 대단했지만,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한 김신욱의 침착성도 훌륭했다.

앞선 경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교체 카드 활용도 만족스러웠다. 대표팀은 후반 24분에 네 번째 득점까지 터뜨렸다. 바로 직전(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은 박스 우측 부근 프리킥 기회에서 낮고 빠른 슈팅을 시도했고, 고바야시의 발을 거쳐 골망이 출렁였다.

행운이 조금 더 따랐다면, 그 이상의 득점도 가능했던 경기였다. 이날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정우영은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을 두 차례나 보여줬다. 후반 19분, 벼락같은 무회전 슈팅을 선보이며 골문을 위협했고, 37분에는 예리하게 감아 찬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김신욱의 박스 안쪽 슈팅과 기습적인 중거리, 헤더는 해트트릭까지 기대케 했다. 일본의 핸드볼 반칙이 의심되는 장면도 두 차례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신태용호 일본 대파, 무엇이 달랐나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역전골을 넣은 정우영이 동점골을 넣었던 김신욱과 환호하고 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역전골을 넣은 정우영이 동점골을 넣었던 김신욱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무도 예상 못한 일본전 대승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만의 색깔이 드러났다.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격, 쉴 새 없는 압박, 무지막지한 체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전원 수비와 투지 등 한국 축구의 강점이 모두 드러났다. 특히, '2017 K리그 클래식 MVP' 이재성은 공격을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보이면서, 일본 대파에 앞장섰다.

일본은 자신들의 축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신태용호의 두 줄 수비와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아기자기한 패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우리의 빠른 역습과 측면 공격을 막아내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더해졌고, 공격 속도도 힘을 잃었다. 실제로 일본의 공격은 김신욱까지 수비에 가담한 뒤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일전 승패는 스트라이커의 차이에서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는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그는 높이와 힘에 약점이 뚜렷한 일본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공중볼을 완전히 장악했고, 유연한 발기술까지 뽐내면서 상대 수비진의 부담을 끝없이 가중시켰다. 이근호와 이재성 등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도 부족함이 없었다. 

일본의 최전방을 책임진 고바야시는 페널티킥 선제골 이후 자취를 감췄다. 우리의 압박과 협력 수비에 막히면서 공을 잡는 것조차 힘겨웠다. 패스가 전방으로 향하기 이전에 끊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우리가 승리에 대한 열망도 훨씬 컸다. 신태용호는 뛰고 또 뛰었다. 왼쪽 풀백 김진수는 공격수인지 수비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측면을 끊임없이 오갔다. 이재성도 공이 향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등장했다. 김신욱은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도 힘을 보탰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정적이었고, 공수가 완벽히 분리된 느낌이었다.

핵심 선수 활약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 대표팀의 핵심은 '2017 K리그 클래식 MVP' 이재성이었다. 그는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다. 공격에선 화력을 끌어올렸고, 수비에선 안정감을 더했다. 대회 MVP를 수상할 자격이 충분했다.

일본은 달랐다. 그들의 핵심은 '2017 J리그 MVP'이자 '득점왕' 고바야시였다. 고바야시는 올 시즌 컵대회를 포함해 29골 15도움을 기록했고,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리그 우승에도 앞장섰다. 이날도 2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김신욱과 최전방 대결에서 완패했고, 이재성과 자존심 싸움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경기력과 결과 모두 압도한 완벽한 승리다. 하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신태용호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이다.

우리는 일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을 상대해야 한다. 대승에 가려졌지만 문제점을 기억해야 한다. 손쉽게 슈팅 공간을 헌납하고, 페널티킥을 내줬던 순간을 돌아봐야 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수를 놓치는 모습이 여전했고, 측면 크로스 방어도 허술했다. 일본전 대승으로 인한 우승은 달콤하지만, 숙제가 많았던 대회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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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S일본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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