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 '구속적부심' 석방되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시 및 공모 여부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
"역할 및 관여 정도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

최근 법원은 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사건의 최고 윗선으로 분류되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불구속을 결정하면서 위와 같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사건에 가장 책임이 큰 최고위층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면서 '가담 정도'를 그 기준으로 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한다. 무거운 책임이 부여된 최고위급 관계자는 불법 행위를 단순 승인만 해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담 정도가 낮다고 판단한다면 불법행위의 책임은 이를 실행한 아랫사람에게 돌아간다. 권한에 비례해 책임도 커진다는 대원칙과 반대되는 결과다.

'결재'만 했으니 책임질 일 없다?

지난달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주장이 그 사례다. 김 전 장관은 우선 2012년 총선·대선 당시 정치 댓글 공작을 벌이며 군 통신망에 올린 일일 사이버 동향 및 대응작전결과 등 서류를 보고 받고 결재한 사실은 인정한다. 해당 서류는 광우병 촛불시위와 유명인의 SNS 동향 등 안보와 관련 없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전 장관은 단순히 '보고'를 받고 '결재'를 했을 뿐이라고 한다.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기에 이를 두고 정치 관여 댓글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몰아가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22일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석방을 결정했다. 같은 법원이 "주요 혐의인 정치 관여가 소명된다"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한 지 11일 만이었다.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 대해 불구속을 결정할 때도 법원은 '가담 정도'를 한 이유로 삼았다. 그는 사이버사령부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치 개입 활동을 독려한 혐의를 받는다. '사이버사령부 관련 BH 협조 회의 결과(2012년 3월 10일 작성)'라는 국방부 대외비 문건에서는 군의 일탈적 심리전을 "창의적"이라고 호평하며 한미FTA 등 현안에도 집중 대응하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의자에 역할 및 관여 정도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최고 권력자들만 불구속... 매우 우려스럽다"

이명박 정부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난 12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검찰 수사관들에 이끌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2
 이명박 정부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난 12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검찰 수사관들에 이끌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2
ⓒ 최윤석

관련사진보기


검찰은 지난 9월 법원과 날선 공방을 벌인 이후 가급적 구속 영장을 둘러싼 확전을 자제하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위와 같은 이유로 석방되면서 내부에선 노골적 불만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방부 최고위자들이 일부라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이를 논의한 사실이 하나라도 있으면 가담하고 관여한 것이 높다고 본다"라며 "하물며 본인이 서명한 보고서가 있고, 함께 논의한 사실도 인정하는데 어떻게 법원이 최고위 관계자들의 가담정도와 관여정도를 구속 기준으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법원에서도 최고 책임자들의 '나는 몰랐다'는 항변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은 '삼성뇌물죄' 재판에서 뇌물공여의 최종 지시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 후 요청사항을 '전달'만 했을 뿐이라는 이 부회장의 주장은 기각됐다. 지난 2007년 '정몽구 회장 유상증자 사건'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정 회장이 구체적인 행위를 지시·승인하지 않았더라도 그 행위의 실질적 취득자라면 고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런 판례에 비춰 봐도 최고 윗선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 심사에서 법원이 '가담 정도'를 언급하는 건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혹시 구속 영장 청구를 남발한 건 아니냐는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정원 수사에서 최근 구속 영장이 기각되거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된 사람 모두 당시 최고 권력자다. 이를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주운전도 3번하면 구속되는 마당에, 부패 범죄는 엄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태그:#김관진, #김태효, #구속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