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론으로 내홍을 겪던 국민의당이 재차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의혹'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제보자로 지목된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 관련 여진이 12일도 계속되는 가운데, 안철수 당대표 리더십 문제를 놓고 재신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 핵심 당사자인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11일 인터뷰를 한 데 이어, 주 전 의원 보좌관이던 ㄱ씨도 12일 <경향신문>을 통해 박 최고위원이 2006년 초 주 전 의원과 만나 'DJ 비자금 의혹'과 더불어 정동영·문희상·유시민 등 당시 여당 의원들 관련 제보자료를 건넸다고 밝혔다. 이는 박 최고위원이 11일 CBS라디오를 통해 '주 전 의원을 만나긴 했지만 자료는 건넨 적 없다'고 말한 것과는 대치되는 내용이다.
또 박 최고위원은 앞서 이 사안을 '반 통합파의 음해 공작'으로 규정하며 그 몸통으로 같은 당 이용주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도 정면 반박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음모론 근원지가 저라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며 "(저는) 해당 기사 보도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 당의 중진의원이 그런 의견(징계)을 냈던 것은 사실이나, 제가 징계해야 한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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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박주원 최고위원은 앞서 이 사안을 '반 통합파의 음해 공작'으로 규정하며 그 몸통으로 이용주 같은 당 의원(사진)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도 12일 정면 반박에 나섰다.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질의중인 이 의원 모습.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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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DJ비자금' 제보 박주원 "사퇴 못해"...안철수 주말 '호남행'호남서 터진 국민의당 극한 내분... 계란투척·욕설 '진흙탕싸움'내분 치닫는 국민의당... 박주원-이용주 난타전이 의원은 같은 날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도 출연해 "박 최고위원이 의혹의 제보자일 가능성이 높고, 주성영 전 의원의 주장도 사실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럴(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이미 2008년 당시 언론 보도가 됐던 내용이다. 이를 호남 의원들이 마치 없는 내용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박 최고위원의 주장이 앞뒤가 안 맞는다"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당시 판결문을 보니 주 전 의원이 검찰 관계자로부터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받았고 그 관계자가 '이 자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관련 자료'라며 줬다는 게 명확히 나타나 있다"라면서 "(박 최고위원의 말처럼 음모일 가능성은) 하나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안이 분당·탈당을 언급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안 대표에 대한 재신임 문제는 논의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주 "안철수 재신임, 논의"... 황주홍 "당대표 책임까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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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비자금 의혹 제보자'로 지목된 박주원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라는 경향신문 보도가 나온 8일 오전 최고위 회의에 불참했던 박 최고위원이 이날 오후 8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회 정론관 앞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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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당이나 당내 갈등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당대표가 당내 이견을 조율·조정할 필요성은 있고 그게 리더십의 문제로 봉착된 건 사실이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확한 리더십을 수립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안 대표 리더십의 재신임 문제는 논의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박 최고위원은 (가지고 있다는) 녹취록을 지금 공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주원 폭탄'이 안 대표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치닫는 양상이다. 그러나 김동철 원내대표와 황주홍 의원 등은 이에 우려를 표했다. "안철수 대표도, 안 대표에 반대하는 분들도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선출된 당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뒤에서 비판만 하는 것도 올바르진 않다"(김동철), "이건 박 최고위원 개인의 일탈, 책임 문제다. 당대표 혹은 당 전체 책임으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황주홍)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한 찬성·반대 모임 등 진통도 계속되고 있다. 일단 오는 13일(수요일)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 모임인 평화개혁연대(준)는 향후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두 번째 토론회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 예정이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공동 참석하는 국민통합포럼 세미나가 부산광역시의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