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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6개 법인택시 노조위원장인 황보상준(왼쪽에서 두번째)씨가 지난 3월 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로부터 중앙당 노동부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울산지역 6개 법인택시 노조위원장인 황보상준(왼쪽에서 두번째)씨가 지난 3월 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로부터 중앙당 노동부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 황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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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오후 6시 울산 남구 올림피아호텔 5층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0월 25일부터 입학식을 갖고 진행해온 '더민주 울산 정치대학' 졸업식이 열렸다.

더민주 울산 정치대학은 민주당이 국민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실천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향후 지방분권시대 정치 리더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현직 시∙구의회 의원, 내년 지방선거출마자, 정치지망생들이 수강했다.

이날 70여명의 졸업생 중에는 최근 울산지역 택시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한 인물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울산지역 6개 법인택시회사 노조위원장인 황보상준씨가 주인공으로, 그는 최근 택시업계의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주장해 울산시로부터 감사와 택시면허취소를 이끌어 내기도 한 인물이다.

황보상준씨는 지난 여름 노조와 함께 "택시업체 9곳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사업주가 경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차 출고를 늦게 하고 운전기사를 다른 법인에 보내는 등 편법과 위법을 일삼고 있다"면서 면허 취소와 특별행정감사 시행을 요구해 결국 관철시켰다. 이로인해 울산지역 43개 법인택시 전체가 긴장하기도 했다.

황보상준씨는 지난 11월 29일 울산정치대학 졸업식에서 "자신이 뼈속까지 보수라는 경북 영천에서 군사독재시절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어른들로부터 '민주당은 빨갱이'라고 배웠고 그런 줄 알고 자랐다"면서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노동부위원장까지 하게 된 이유는 과거 택시운전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면서"라고 했다.

황보상준씨는 지난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로부터 중앙당 노동부위원장으로 인명된 데 이어 올해 3월 3일 다시 추미애 대표로부터 역시 노동부위원장에 임명됐다.

노동조합과 택시운전자 등에게 확인 결과, 그는 지난 2003년 불붙기 시작한 '택시 부과세 환급 업주 착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람 중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가 택시운전자 복지를 위해 돌려준 세금을 업주가 착복하는 것을 택시노동자로 일하다 발견하면서 분노하고 저항한 것이 오늘날 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겪었던 고초도 만만찮았다고 한다.

택시노동자 위해 써라고 돌려준 세금 업주가 착복, 분노한 택시노동자

지난 1995년 8월, 당시 김영삼 정부는 열악한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택시 부가세 환급 등을 입법화했다.

하지만 입법 취지와 달리 2003년까지 7700억원이 넘는 경감세액 가운데 택시노동자에게 지급된 경감세액은 35%인 270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5000억원은 사업주의 경영비용으로 사라진 것이 훗날 드러났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보상준씨는 30대 후반이던 지난 2001년부터 울산 동구지역에서 택시노동자로 일했다. 당시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 소속이던 그는 일을 하다 정부가 열악한 택시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시행하는 사업주의 부가세 환급분을 업주가 착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한 분기에 5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었다고 회상했다.

노조가 이에 나서지 않는 것에 격분한 그는 울산 남부경찰서에 이 사실을 고발하는 한편 울산MBC에도 제보했다. 당시 울산MBC는 내용의 심각성을 고려해 중앙과 협의를 거쳐 MBC 메인 뉴스로 보도하면서 전국적인 파장을 불렀다. 울산뿐 아니라 전국의 택시노동자들 대부분이 정부가 돌려준 환급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고발한 황보상준씨에게는 가혹한 대가가 돌아왔다. 언론이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사이 고발자가 사실상 피의자가 되어 경찰과 검찰에서 혹독한 조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황보상준씨는 "노동조합 대표자도 아니고 일개 택시노동자가 전국의 택시 사업주를 상대로 싸움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어찌된 일인지 경찰과 검찰에서는 지루한 조사가 이어지며 고발자가 되레 피의자처럼 취급되는 형국이었다. 피를 말리게 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하는 택시노동자가 일은 않고 허구한날 경찰에 불러다니러나 돈을 벌지 못하니 생활이 어려웠다"면서 "당시 택시운전을 시작한 것도 사업이 실패했기 때문인데 오죽했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황보상준씨를 포함한 일부 택시노동자들의 이같은 노력으로 2004년 전국적인 택시노동자 궐기가 시작돼 집회가 이어졌고 이후 부가세와 유류비 환급분은 택시노동자에게 고루 분배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택시노조 위원장에 도전해 수년째 울산지역 수개의 연합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황보상준씨는 "택시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노동조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면서 "우리 택시노동자들이 제도권 안으로 많이 진출해 절박한 현실을 타개해야 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 꿈이 있음을 내비쳤다.



태그:#황보상준, #택시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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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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