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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7년차, 엄마경력 8년차. 워킹맘 K에게 쓰는 편지는 아이와 일을 사랑하며,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 워킹맘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려 합니다. [편집자말]
K에게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졌어. 이런 날은 출근길이 참 싫어. 아이들과 조금 더 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은데, 직장인의 엄중한 세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을 해야 해. 문득, 오래전 너와 이야기 한 것이 생각나더라. 그 날은 네가 아픈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길이었어. "왜, 이런 고생길을 택해가지고……"

그래, 사실 워킹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인생에 무수히 많았어.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아이를 낳지만 않았어도, 아이를 낳고 복직만 하지 않았어도 워킹맘이 되지 않았을 거야. 피식, 웃음이 났어. 우리는 사실, 워킹맘이 된 것이 아니라 선택한 거잖아. 능동과 수동의 차이지.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해. 내가 왜 워킹맘을 선택했는지를 말이야.

"아이디가 왜 이틀이에요?"

 그래, 사실 워킹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인생에 무수히 많았어.
 그래, 사실 워킹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인생에 무수히 많았어.
ⓒ pe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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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내 아이디는 이틀이야. 어떤 모임에선가 누가 묻더라. 왜 이틀이냐고. 이틀의 뜻이 뭐냐고. 그래서 하루를 이틀처럼 사는 워킹맘이라는 뜻이라고 했어.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좀 뜻밖이었어. 나름 문학적으로 생각해서 만든 필명이거든. 감탄이 이어질 줄 알았지. 그런데 왠걸. 왠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름 같다는 거야. 너무 가슴 아프고 눈물 나는 이름이라고……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동정을 받고 위로를 받았지. 분위기에 휩싸여 나도 순간 눈물이 날뻔했지 뭐야.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워킹맘을 바라보는 시각은 힘들고 고단한 삶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무슨 주홍글씨 같다는 생각 들지 않아? 워킹맘이 되는 순간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직장에 미안해지는 죄인 같은 기분 말이야.

그래서인지 많은 예비 워킹맘들이 겁을 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뭐 그런거지. 그러면서 전업맘과 워킹맘의 사이를 또 고민하고. 나 또한 그런 시기가 있었어. 복직을 앞두고 아이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시기도 있었고, 우는 아이 억지로 떼어놓고는 나도 울면서 출근한 적도 있었고, 아파서 힘없이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출근을 한 적도 여러 날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을 이어가는 이유, 뭘까?

워킹맘을 선택한 이유

내가 워킹맘을 하는 이유? 솔직하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돈이야. 일을 좋아하지 않았냐고? 물론 그 말도 맞아. 그런데 그 일이라는 것에는 총체적인 조건이 있어야 하는 거야. '일을 좋아하니 돈은 받지 말고 일하세요'라고 한다면 매일 새벽에 출근하겠어?

지본주의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 중 하나는 돈이야.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받지만, 다른 면으로 보자면, 시간을 내어주고 돈을 받아.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회사에 내어주고 돈을 받는 거지. 그래서 워킹맘들은 자기도 모르게 계산기를 두드려. 아이와 함께 할 시간과 회사에서 받는 돈과의 상관관계. 즉 가성비를 생각하는 거야.

회사에서 이렇게 고달프게 일하느니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야. 왜냐하면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회사에 출근하는 일은 정말 가슴 아프거든. 거기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가 엄마 없이 견뎌 내야할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거지. 아, 정말 그런 때는 회사 월급은 가성비 제로야.

그래도 한 달, 월급이라는 것을 받고 총체적으로 따져보면 어찌어찌 남는 장사 같아. 이런 건 계산하지 않아도 몸으로 알게 되어있어. 그리고 또 남는 것이 있어. 보너스 같이. 그게 뭔지 알아? 바로 경력이라는 거야.

그렇게 한 달, 또 한 달 버티다가 1년을 버티고 나면 내 경력에 1년이 더 쌓여있더라고. 전문가 소리를 듣는 거지. 어느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했다면 전문가인 거야. 경력사원을 괜히 뽑는 게 아니잖아. 전문가니까 뽑는 거야. 그러니까 전문가라고 어깨에 힘 좀 줘도 돼.

돈과 경력 이외에 내가 워킹맘을 선택한 마지막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야. '나' 자신을 잘 관찰해보니까 알겠더라구. 나는 집안살림보다 바깥 활동이 잘 맞는 여자였어. 누구누구의 엄마로 살기보다 내 이름 석자 달고 일을 하고 성취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인 거지.

남편의 일이 잘 되고, 아이들이 잘 크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직장에서 내 승진이 더 기쁜 사람인 거야. 집안일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중요 프로젝트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이 더 뿌듯한 거지. 집안일은 유지이지만, 회사일은 눈에 성장이 눈에 보였거든. 집안일과 육아만으로는 내게 행복을 줄 수 없었어.

물론, 집안 살림으로 전문가가 된 여자들도 많아. 능력이라고 생각해. 집안일에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야. 난 그 부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아이 둘 낳고 육아휴직을 해보니 알겠더라구. 그래서 일을 선택한거지. 행복의 가장 기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아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내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일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의 삶을 유지하기란 참 쉽지 않아. 알잖아? 사회가 도와주지 않고, 회사도 모른 척, 거기에 남편마저 도와주지 않을 때가 많지. 그야말로 사면초가야. 도와주지 않는 사회에 계속 호소해야 하고, 모른 척 하는 회사에 권리를 이야기해야 하고, 부모역할은 나도 처음인데 더 모르는 남편을 가르쳐야 해.

물론 간혹 선천적으로 부모가 될 역량을 타고났는지 '우리 남편은 나보다 잘해요'라고 말하는 워킹맘들이 있어. 그 워킹맘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우리는 나라를 팔았냐고?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설사 그렇다고 한들 결혼을 되돌릴 수도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일뿐인 거야. 세상에 나쁜 선택은 없다고 봐.

언젠가 아이들의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게 될 때, 아이디를 '이틀'이 아닌 '하루'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 다시 시간들이 넘쳐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시간을 쪼개어 알뜰살뜰하게 아이들과 가꾸어가는 시간이 가끔 그리울 것 같아.

퇴근길에 사가지고 간 피자 한판에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 혼나고 나서도 몇 분 만에 돌아서서 웃어주는 맑은 아이들. 추억이 되어가는 현재 시간에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삶과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가 조각처럼 새겨져 있을 것 같아. 그런 면에서 추억은 훈장이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훈장.

오늘 그대의 하루는 어떨까 너무 궁금하네. 오늘도 하루를 이틀처럼 살고 있는 거지? 요즘 출근길이 매우 춥더라. 날씨가 많이 추워. 옷 든든히 입고 출근해. 그대의 출근길을 응원 할께. 나의 출근길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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