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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을 의결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하면서 국회의원들은 여러 가지 말을 쏟아냅니다. 그 말 속에는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놓쳐서는 안될 뉴스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정치인의 말을 찾아내 알려드립니다. [편집자말]
"저는 이런 무책임한 예산 거둬들이고 그 대안으로 국가의 미래 존망이 걸려 있는 이 시대의 최우선 국정과제 바로 이 저출산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 방법, 방안으로서 총리께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이 낳으면 1억 주며 기르겠다'. 총리님, 어떻습니까?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김동연 경제부총리 : "제가 잘 못 들었는데 1억을 준다고 그러셨나요?"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던 지난 11월 9일, 한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은 어디일까.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 사진은 지난 10월 23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 질의하는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 사진은 지난 10월 23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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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의 주인공은 김기선(재선, 강원 원주시갑) 의원. 김 의원은 이날 예결특위 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연간 40만 명의 신생아를 가정했을 경우, 40조가 들어가면 1억으로 낳아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책임지고 국가가 잘 길러낼 수 있다"라면서 "임신에서부터 대학 진학까지 바우처 또는 쿠폰 형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확인됐다.

그는 정부 부처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 시책들"을 "통합시키고, 약 20조 정도 들어가면 국민한테 1억 주고 책임지고 (정부가) 아이 기르겠다 약속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김 의원이 정부 아동수당(월 10만 원)에 대해 질의하면서 나왔다.

"출산하면 1억 주자"... 경제부총리 "간단한 문제 아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진은 지난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답변하는 경제부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진은 지난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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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은 예산 정국에서 여야 협상의 쟁점 중 하나였다. 당초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만 0~5세 모두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2인 기준 소득 하위 90%에 속하는 가구의 만 0~5세에게 월 10만 원을 2018년 9월부터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아동수당 지급 예산은 1조1009억 원에서 7096억 원으로 3913억 원이 감액됐다.

'정부 저출산 관련 정책을 통합해 마련한 재원으로 신생아당 1억 원을 주자'는 김기선 의원의 제안을 두고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파격적인 제안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라면서도 "다른 사업들을 통폐합해서 재원을 만든다는지 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의 제안을 두고 "가능하다" "검토 한번 진지하게 해주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금액만 놓고 본다면 '출산시 3000만 원씩 수당 지급'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허본좌' 허경영씨보다 더 파격적이다. 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 모델보다 더 급진적이다.

김기선 "황당 발언 아니다... 국민에 와닿는 제안한 것"

김기선 의원은 경제부총리와 복지부장관 앞에서 왜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한 걸까. 김기선 의원은 "생각없이 말한 황당 제안이 아니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정부가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책 목적이 출산 장려라면 국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서 내가 경제부총리에 제안한 것"이라며 "출산시 바로 1억 원을 주는 게 아니라 20년에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임신부터 출산, 진학까지 정부가 바우처 형태로 가정을 지원한다면 국민들이 박수를 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 해 신생아를 40만 명으로 가정하면 이들에게 20년 동안 1억 원씩, 총 40조 원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저출산 문제 관련해 각 부처에서 쪼개져 지출되는 예산이 매년 약 20조 원인 것으로 들었다, 이를 하나로 합치고 추가로 20조 원을 더 편성한다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무원을 늘리는 데 30년간 300조 원의 예산을 쓰느니 국가 제1과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 예산을 집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9월, 5년 동안 공무원 17만 명가량을 늘릴 경우 향후 30년간 인건비로 약 327조 원이 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기선 의원은 이 분석을 근거로 논지를 폈다. 공무원 증원과 관련한 정부 원안은 1만1221명 증원에 예산 5349억 원이었다. 여야 합의를 거쳐 9475명 증원으로 확정됐다.

김 의원의 제안대로 라면 한 해 신생아 수를 30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연간 30조 원, 30년간 총 900조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아이 출산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닌데... 실현성 없는 제안"

지난 11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실에서 만난 예결위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차관.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후덕 의원, 백재현 예결위원장,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지난 11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실에서 만난 예결위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차관.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후덕 의원, 백재현 예결위원장,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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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 예결특위가 정부의 한 해 살림살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공적인 자리라는 점,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포함)이 줄곧 '큰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에 반대해왔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김 의원의 발언은 '현실성 없는 무리수'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기선 의원의 발언은 실현가능성이 없다"라면서 "1억 원을 준다면서 아동수당 10만 원을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진정성이 있는 제안이라면 아동수당을 올리자고 이야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소장은 "저출산은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복지 등 다각도로 정책을 마련해 아이를 낳아도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출산 관련 정책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제안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9일 김기선 의원이 한 말을 있는 그대로 옮겨본다(제354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월 10만원 아동수당은 포퓰리즘"... "1억 주고 국가가 책임지자"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이 지난 10월 20일 오전 강원 원주의료기기테크노벨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이 지난 10월 20일 오전 강원 원주의료기기테크노벨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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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위원 : "강원도 원주 출신의 김기선 위원입니다. 복지부장관님!"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 "예."

◯김기선 위원 : "매년 2조 이상 투입되는 아동수당 월 10만 원씩 왜 주는 것입니까?"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 "일차적으로는 아동의 어떤 권리성에 입각해서 정부가 아동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좀 덜어주기 위한 것이고요. 그게 다른 정책과의 관련 보면 저출산․고령 대책의 한 일환이라는 부분의 성격도 있습니다."

◯김기선 위원 : "부총리께서는 이 말에 공감해서 아동수당 예산 확정시켰습니까?"

◯부총리겸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 "예, 같은 생각입니다, 위원님."

◯김기선 위원 : "아이 낳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한 그런 사회 여건을 만들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 미래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라고 해서 역시 국가 최우선 국정과제가 아닐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월 10만 원 준다고 아이 낳겠다고 한 사람 부총리께서 들어본 적 있습니까?"

◯부총리겸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 "꼭 이 건만이 기여해서 출산율을 높인다기보다도 여러 가지 정책이나 또 사회 분위기가 같이 좀 작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기선 위원 : "바로 저출산 극복하기 위해서 아동수당 10만 원, 이것 솔직하지 못합니다. 전혀 실현성 없는 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세금의 퍼주기로 저는 규정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향후 예산편성의 기조를 보면서, 이 아동수당과 같은 정책 목표와 수단이 서로 따로 놀고 효과가 의심되는 뭉텅이 예산이 곳곳에 있습니다. 한번 편성이 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나중에는 수십조, 수백조가 들어가게 되어 미래 세대에 세금 폭탄을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을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이런 무책임한 예산 거둬들이고 그 대안으로 국가의 미래 존망이 걸려 있는 이 시대의 최우선 국정과제 바로 이 저출산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 방법, 방안으로서 총리께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이 낳으면 1억 주며 기르겠다'. 총리님, 어떻습니까?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부총리겸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 "제가 잘 못 들었는데 1억을 준다고 그러셨나요?"

◯김기선 위원 : "그렇습니다, 아이 낳으면 나라가 책임지고 1억 주고 기르겠다……"

◯부총리겸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 "아이를 우리 사회에서 같이 공동으로 책임을 가지고 하겠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렇게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1억 주고 이런 것은 조금 신중히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김기선 위원 : "당장 내일이라도 정부가 아이 낳으면 1억 주고 국가가 책임지고 기르겠다고 발표해 보십시오. 확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저출산 문제 반드시 해결되리라고 저는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이럴 때 한번 해 보세요. 저 이것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봅니다.

매년 출생아가 줄어들면서 40만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지금 가고 있습니다. 연간 40만 명의 신생아를 가정했을 경우에 40조가 들어가면 1억으로 낳아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책임지고 국가가 잘 길러 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 임신에서부터 대학 진학까지 바우처 또는 쿠폰 형식으로 운영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관련되어 있는, 바로 저출산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 시책들, 각 부처 각 분야별로 상당한 부분 단편적으로 개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 통합시켜 보십시오. 통합시키고 나면 약 20조 정도 들어가면 제가 말씀드린 국민한테 1억 주고 책임지고 아이 기르겠다 약속할 수 있고 해낼 수가 있다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것 이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보면서,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공무원 17만 4000명 늘리면서 향후, 정부가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330조 내지 500조 가까이가 들어간다고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정도 예산이면, 공무원 17만 4000명 늘릴 예산이면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 낳으면 1억 주고 기르겠다라고 하면서 할 수가 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제 제안에 대해서 총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총리겸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내주신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셨는데요 기존에 있는 다른 사업들을 통폐합해서 재원을 만든다든지 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위원님 그 취지나 의도는 충분히 존중을 합니다만, 예컨대 지금 저출산 사업들 예산을 다 합쳤을 적에 그 돈이 얼마인지 좀 따져 봐야 되겠습니다마는 또 각 사업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목적들이 있고 또 나름 사업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아서 이렇게 하나의 사업으로 만들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김기선 위원 : "이것을 통합하면, 임신할 때부터 이렇게 여러 가지 형태로 뒷받침하는 게 있습니다. 그다음에 보육시설에 어떻게…… 이런 것을 전부 통합해 가지고 대학 진학할 때까지 무슨 정책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통합해서 이것을 체계적으로 쿠폰화시키고 바우처화시키고 여기에 조금만 더 연간 약 한 20조 보태면 가능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바로 공무원 17만 4000명 그렇게 여러 문제 제기를 곳곳에서 하고 국민들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 예산 상당한 부분이면 이것 해낼 수 있다, 바로 저출산 문제 극복할 수 있다 저는 확신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제안에 대해서 검토 한번 진지하게 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태그:#김기선, #아동수당, #1억,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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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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