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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라도 너무도 당연하게 '국민이 주인'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1,2항)

그렇죠. 이게 당연히 헌법에 명시된 것이니 그리 대답하는 게 옳은 답입니다. 조금 빗나가 볼까요. 그럼, 서울의 어느 교회, 지금 한창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아들에게 세습을 했다는 그 유명한 대형교회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이건 순전히 목사인 제 직업의식 때문에 질문해 보는 겁니다.

"내 참, 그걸 질문이라고 해요?"

얼굴 찡그리며 이리 내뱉으시겠죠. 이건 너무 쉬운 질문이기 때문일 겁니다. 당연히 일반인은 그 교회 성도들이 주인이라고 하시겠죠. 조금 기독교적 신앙 패턴을 아는 분이라면 하나님 혹은 예수님이 주인이라고 하실 테고요.

주인 아닌 이가 주인 노릇을?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박현희 글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017. 11 | 132쪽 | 1만2000 원)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박현희 글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017. 11 | 132쪽 | 1만2000 원)
ⓒ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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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들이 깡그리 무너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작금 그 교회를 두고 시끄러운 것도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박정희나 전두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군사정권 시대에 국민이 주인이었던 게 맞나요? 아마 대부분의 양식 있는 국민들은 '아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물론 그의 추종자들이야 지금도 '한국적 민주주의' 운운하며 당연히 '국민이 주인이었다'고 대답할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건 상식에 미치는 답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북한도 민주주의거든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어때요. 그들의 주권이 정말 인민에게 있을까요.

정치든, 종교든, 경제든 진짜 주인이 주인노릇을 해야 하지요. 엉뚱한 사람이 주인노릇을 하면서도 자꾸 자신은 주인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죠.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이제 조금 복잡해집니다. 삼성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현대의 주인도요. 회장이요?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요?

명확하게 가르쳐주는 책이 있습니다. 박현희가 쓴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는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주인이 누군지 가르쳐 줍니다. 책에 따르면, 삼성도 현대도 주식회사이니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말합니다. 더하여 저자는 주주가 주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언급합니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인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단순하게 대답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주주가 주인이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통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주주들은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가장 크도록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고 회사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자신들이 차지할 몫을 늘리도록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경영자는 어떻게 할까요. 주주들의 눈치를 보겠지요. 경영자가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을 배려하는 게 아니고 돈을 투자한 주주들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로 주식회사입니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나라로 말하면 대통령이 국민 눈치를 보는 게 아니고 국무위원이나 국회의원 등의 눈치를 보는 격이죠.

"회사의 경영자들에게는 주주들의 마음에 맞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주주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에서 자기 자리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주주들의 마음에 맞는 경영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익이 얼마나 남느냐, 남은 이익을 얼마나 주주들의 몫으로 나누어 줄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겠죠." (97쪽)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협동조합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일은 노동자가 하고 돈은 경영자나 주주들이 가져가는 구조가 바로 주식회사의 구조라는 말입니다. 경영자와 주주들은 자신들의 돈을 챙기기 위해 노동자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주식회사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로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결국 이는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불만족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한없는 경쟁으로 자신을 내몰고 말죠. 책은 두 가지 길에 대하여 말합니다. 하나는 지금의 주식회사처럼 계속 경쟁으로 가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협동으로 가는 길인데, 협동조합으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주식회사는 상대방을 누르고 제일 꼭대기로 가기 위해 경쟁하고, 협동조합은 서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책은 그러니까 협동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서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이 책은 잠시 멈춰 경쟁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잘살 수 있으며 더욱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경영자도, 노동자도, 주주도 없는 구조, 모두가 출자하고 모두가 일하는 구조, 더 나아가 얻은 이익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구조, 책은 이를 협동조합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협동하는 생물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을 얼룩말이나 흡혈박쥐, 개미 등의 세계를 통해 제시합니다.

그 중 인간이 제일 협동을 잘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인류는 '협동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협동은 힘이 센데 이는 조직화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인류의 특기인 협동을 조직화 한 게 바로 협동조합이죠. 공동의 욕구, 공동소유, 민주적 운영이 협동조합의 3요소입니다.

"서로 돕는 마음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어 왔지만,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돕는 마음이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제도'로 발전해야 합니다." (55,56쪽)

"협동조합이란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하여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입니다." (80쪽)

자, 이쯤하면 왜 주식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인지 아셨을 겁니다. 주인 아닌 혹은 주인 비슷한 이들이 주인노릇을 하는 게 아니고, 진짜 주인이 주인노릇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일하는 주체인 노동자가 주인노릇을 하려면 구조가 달라져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회사수익에 걸맞은 보수를 달라고 하면 '귀족 노조' 운운하며 덜 받는 노동자와 비교합니다. '귀족 노동자'가 일하는 회사의 회장님 봉급이 얼만지는 묻지 않습니다. 참 우스운 현실이죠. 저자의 뜻을 따라 말하면 이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조직이 바뀌면 모두가 회장입니다. 모두가 노동자입니다. 모두가 주인입니다. 주인공인 노동자가 대우받는 조직, 부럽지 않아요.

덧붙이는 글 |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박현희 글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017. 11 | 132쪽 | 1만2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 모두를 위한 따뜻한 경제, 협동조합 이야기

박현희 지음, 문신기 그림, 나무야(2017)


태그:#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박현희, #협동조합, #주식회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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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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