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호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 9일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아래 동아시안컵) 중국과 1차전을 펼쳤지만 무승부에 그쳤기 때문이다. 축구 대표팀은 12일 오후 북한을 상대로 동아시안컵 2차전 경기를 치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남자부보다 하루 앞선 11일 오후 일본 지바에 위치한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북한과 맞붙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당초 이번 대회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했다. 동아시안컵 우승에 더해 무실점 경기를 펼쳐, 11월 A매치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또한 내용 면에서도 수비 조직력 향상과 국내 선수들 점검 및 나아가 플랜 B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1.5군급의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신태용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경험이나 전력상 한수 아래로 꼽힌 중국을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게다가 사실상 유럽파를 제외하면 정예 멤버에 가까운 선수 구성으로 나섰지만 2골이나 실점을 내줘,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파 선수들로 꾸려진 선수단은 장기레이스 시즌이 끝난 뒤 체력과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는 다른 팀들도 똑같은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11월 A매치로 인해 한동안 잠잠해졌던,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과 경기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어떻게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2차전 상대인 북한의 전력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은 다소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최약체로 전망했던 북한은 홈팀 일본과 지난 1차전에서 0-1로 패했지만 선전했다.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터프한 몸싸움과 위협적인 역습으로 시종일관 일본을 괴롭혔으나 종료 직전 이데구치 요스케의 결승골을 얻어맞고 석패했다. 내용은 일본의 우위였지만 북한도 적지않은 찬스를 만들어내며 대등한 승부에 가까웠기에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대목이다.

남북대결은 전력차를 떠나 항상 쉽지 않았던 승부였다. 역대 A매치 남북 대결에선 한국이 6승8무1패로 월등히 앞서있지만, 최근 10년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1승 5무로 무승부가 훨씬 많을만큼 꽤 고전했다. 바로 직전 맞대결이었던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도 0-0으로 비겼다. 개인기량과 전력에서는 한국이 우위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정신력과 체력을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다. 남북이 북핵문제 등으로 한창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만나게 됐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긴장감 도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 중국전에서 측면 수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중국전에서 허용한 2실점 모두 상대가 역습하는 상황에서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며 슈팅 찬스를 허용했다. 북한은 측면을 통한 역습이 주 공격 루트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측면 공격수 정일관은, 북한 대표팀의 몇 안 되는 해외파로 스위스 1부리그 루체른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일본전에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력으로 수비를 뒤흔들었고 한국에게도 유력한 경계대상이다.

신태용 감독은 북한과의 2차전에서 선수기용이나 전술적으로 어떤 변화를 줄까. 1차전에서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김신욱과 측면 공격수 이재성이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정협, 진성욱, 이근호 등 아직 활용하지 못한 카드들이 남아있다. 만일 중국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북한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우승을 호언장담했던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승부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북한전의 핵심은 '수비 집중력 저하, 체력 저하'에 대한 해법 모색이다. 신태용 호는 출범 뒤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우즈베키스탄전 까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최근 5경기 연속 클린 시트에 실패했다. 5경기 동안 내준 실점만 무려 11골에 달한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한국이 주도하는 경기가 예상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월드컵에서 독일-멕시코-스웨덴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북한조차 무실점으로 막지 못하는 수비라면 희망이 없다.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 호는 전방에서부터 가하는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를 통한 공간 장악을 수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신태용 호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전에서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수비에서 시작됐다. 중국전에서도 전반 2-1로 역전했을 때까지는 이러한 압박이 위력을 발휘했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압박의 강도가 느슨해진 것이 추가 실점의 원인이었다.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에서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주세종-정우영의 더블 볼란치는 공격적인 패스와 경기운영은 좋았지만, 정작 본연의 역할인 수비에서는 포백을 보호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중국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허용한 측면 수비는 최철순-김진수가 풀타임에 걸쳐 공수를 소화할 체력이 부족한 만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반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중국이 교체카드로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전에서는 선수들의 체력관리와 함께, 밀집 수비가 예상되는 북한의 골문을 공략할 새로운 전술적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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