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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경찰 협조 요청 거부하는 국정원 직원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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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년 전, 18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두 유력 후보는 예측할 수 없는 접전 중이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그때, 당시 야당 의원들은 기자들과 함께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덮쳤다. 방주인은 문을 걸어 잠그고 저항했다. 경찰이 와서 문을 두드려도 마찬가지였다. 그 문이 열리기까지는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그곳에는 국가정보원 직원과 노트북이 있었다. 그 뒤로 5년 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의 시작이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국정원 댓글사건'이 12월 11일로 5년을 맞았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노트북에서 시작된 사건은 이제 국정원뿐 아니라 군과 경찰, 청와대를 넘어 민간으로까지 확대 됐다.

이제는 단순히 국민을 상대로 한 국정원의 댓글 공작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누가 기획하고 지시했는지, 불법행위에 얼마나 많은 국가권력이 동원됐는지, 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누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수사 은폐에 수사 방해까지, 끝나지 않는 '국가의 범죄'

현재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확대된 재판과 수사는 크게 4가지다. 지난 2012년 당시 경찰의 수사은폐 의혹,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연루된 군사이버사령부 댓글조작 사건 등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특별수사팀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방해 의혹과 국정원이 민간인까지 동원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댓글 조작에 나섰다는 '민간인 댓글팀' 사건은 일부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어느 사건 하나 녹록지 않다. 먼저 검찰은 지난 11월 23일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2012년 당시 경찰의 수사은폐 의혹을 다시 끄집어냈다. 김 서장은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대선 개입 증거를 은폐하고, 사건 관할서인 수서경찰서의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았다. 최근에는 당시 서울청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이 김 서장에게 45차례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서장은 지난 11월 28일과 12월 4일 두 차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경찰 수사 과정과 관련됐다"라면서도 자세한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사건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 여부다. 김 전 청장은 수사 은폐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청장과 이번 수사의 연계성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지난 2013년 4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국정원 정문앞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는 검찰 수사관들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지난 2013년 4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국정원 정문앞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는 검찰 수사관들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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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국정원이 검찰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사무실을 만들고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소위 '수사방해 의혹'은 최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 조사과정에서 불거졌다. 2013년 4월 18일 구성된 '국정원 정치·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은 발족 12일 만인 30일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러나 심리전단 사무실이라던 곳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위장 사무실'이고, 국정원 측이 내준 문건들도 조작된 것이었다. 여기에 당시 국정원에 파견돼 있던 검사들까지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당시 검찰 수사에 대비해 꾸려진 국정원TF에 소속됐던 정치호 변호사, 변창훈 검사가 수사 도중 잇따라 사망한 것. 지난 11월 6일 변 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투신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 10월 30일 자신의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정 변호사 사망 사건은 유가족이 자살로 규정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해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등 현직 검사들을 비롯해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등을 모두 구속기소한 상태다. 최근 해당 사건 발생 1년 후인 2014년 4월에도 국정원이 '서울시 간첩조작사건'과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사건 모두 남제준 전 국정원장 시기에 벌어진 일로, 남 전 원장의 책임 여부가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은 최근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을 '국고손실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 됐다. 관련해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재판도 최근 시작됐다. 이들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과 연계된 민간인 댓글부대(외곽팀)를 운영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불법 정치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외곽팀에겐 국정원 예산 65억 원이 수백 차례 걸쳐 활동비로 지급됐다. 검찰은 이들이 국고를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김태효 전 청와대 비서관 구속영장 청구, 다음은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1월 12일 오전 바레인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관련해서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시작했다'면서 반박하는 모습.
▲ '적폐청산' 반박, 기침하는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1월 12일 오전 바레인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관련해서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시작했다'면서 반박하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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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은 사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연루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이다. 바로 국정원 댓글사건의 최종 종착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전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면서 주춤했던 검찰은 최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이 구속될 경우 이명박 청와대에서 댓글 사건으로 처음 구속되는 사례가 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2012년 2월부터 7월까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국군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증원시 '우리 사람을 뽑으라'는 취지의 차별적인 선별 기준을 시달하고, 정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에 반대하는 취지의 사이버활동을 지시한 혐의(정치관여)를 받고 있다. 또 김 전 비서관은 김 전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 증원과 관련한 보고 자리에 배석하고 이후 실무회의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검찰 칼날이 이 전 대통령 턱 밑에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국정원의 댓글사건을 전형적인 '관건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민주주의 과정에서 공무원, 국가기관, 특히 권력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개인의 동향을 사찰하는 이런 일은 다시는 있으면 안 된다"라며 "우리 다음 세대에는 권력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선거에 개입해 영향을 주거나, 개인을 사찰하는 이런 일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문 총장의 바람대로 한국사회에 '관권선거'라는 오역의 역사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끝으로 사라져야 한다. 문 총장은 간담회 당시 "주요 사건 수사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적폐 청산 관련 수사를 조기 종결하겠다'라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국정원 댓글사건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는 위에 언급한 사건들이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 '언제'보다 '어떻게' 수사가 끝나는지를 보고 싶을 것이다.


태그:#국정원, #국가정보원, #김관진, #이명박, #댓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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