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 극복 기회 준 한국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중국과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 '공한증' 극복 기회 준 한국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중국과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할 걱정을 하기도 바쁜데, 정작 신태용호는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 2군을 상대로도 고전하고 있다. 한국축구가 세계와의 격차를 따라잡는 속도보다 이제 아시아 축구의 격차가 더 빠르게 좁혀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때 '아시아의 강호'와 '세계의 변방'이라는 엇갈린 상황 사이에서 위험한 과도기에 놓여있는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8분 웨이스하오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김신욱과 이재성의 연속골로 빠르게 전세를 뒤집었으나, 후반 30분 상대 공격수 위다바오에 다시 헤딩 동점포를 내줘 승리에 실패했다.

내용상 압도... 하지만 고질적 수비불안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3월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중국에 0-1로 충격패를 당하는 '창사 참사'를 겪은 바 있다. 9개월만의 리턴 매치에서 설욕을 노렸던 신태용호는 내용상 중국을 압도했으나 고질적인 수비불안과 골 결정력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은 중국과의 상대전적에서 18승 13무 2패에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0년대 이후만 놓고보면 최근 6경기에서 2승 2무 2패로 호각세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는 1무 1패로 되레 밀린다. 중국 축구에 더 이상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단어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이후 리피 감독은 일찌감치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는 20대 초반의 A매치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그에 반해 한국은 비록 유럽파가 빠지기는 했지만 국내파와 아시아 리거들은 사실상 최정예 멤버였다.

특히 장현수-권경원-김진수-최철순 등으로 구성한 포백 수비진은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도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유력한 멤버였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실험보다는 내년 월드컵을 대비한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신태용호의 수비 조직력은 중국의 1.5~2군급 멤버들을 상대로도 여러 차례 흔들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장 반 년 후에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멕시코-스웨덴 등 중국과 비교도 안되는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해야하는 한국축구로서는 과연 이런 수비로 얼마마 버틸수 있을지 불안감만 키운 장면이었다.

지난 7월 출범한 신태용호는 7경기에서 1승 4무 2패에 그치고 있다. 승리는 지난 11월 안방에서 열린 콜롬비아전(2-1)이 유일했다. 중국전을 포함해 원정에서는 2무 2패로 아직까지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전임 슈틸리케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한국축구는 2016년 8월 체코전 승리 이후 아시아예선 원정 전 경기(2무 3패)를 포함하여 벌써 1년 4개월째 원정 무승(9경기 연속, 4무 5패)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대처, 경기운영, 아쉬움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높은 실점률이다. 신태용호는 출범 직후 이란-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에서만 수비적인 경기운영으로 무실점(0-0)을 기록했을 뿐, 이후 정면승부가 나선 최근 5경기에서는 총 11실점이나 허용하며 단 한 번도 클린시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유럽원정 당시의 '변형 스리백' 시도같은 전술적 실험도 있었지만 수비진의 인적 구성은 신태용호 출범 이후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를 거듭하면서도 수비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비가 약한 팀은 월드컵같은 큰 무대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중국전 2실점은 느슨한 수비 집중력의 문제였다. 축구에서는 몸이 아직 덜풀린 시작 15분 이내와 체력이 떨어지는 마지막 15분이 가장 위험한 시간대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한국의 실점이 모두 이 시간대에 나왔다. 두 골 모두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상대의 정석적인 패스-크로스 연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사실 실점 장면 외에도 비슷한 중국의 공격루트에 위기를 맞이한 장면이 수 차례나 더 있었다. 중의 골결정력 부족, 골키퍼 김진현의 선방 등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만일 이날 상대가 독일이나 멕시코였다면 대량 실점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수비진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할 문제는 아니다. 신태용호 출범 이후 가장 좋은 경기를 보여준 콜롬비아전에서는 최전방과 미드필드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의 패스 전개를 괴롭히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날 신태용 감독이 더블 볼란치로 내세운 주세종과 정우영은 패스 전개 능력은 있지만 수비적인 능력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앞선에서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중국 선수들에게 역습의 기회를 여러번 제공하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역전 이후 후반 적극적인 선수교체로 분위기를 바꾼 리피 감독에 비해,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제대로 대응하지못한 것도 아쉬웠다. 준비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의 상황대처와 경기운영 능력은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나름의 소득, 김신욱-이재성

돌아온 김신욱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김신욱(9)이 이재성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뒤 환호하고 있다. 김신욱은 이날 선제 동점골도 터뜨렸다.

▲ 돌아온 김신욱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 축구대표팀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김신욱(9)이 이재성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뒤 환호하고 있다. 김신욱은 이날 선제 동점골도 터뜨렸다. ⓒ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경기가 되고 말았지만 나름의 소득도 없지는 않았다. 한국이 기록한 두 골을 나란히 합작한 '전북 듀오' 김신욱-이재성의 활약은 공격진의 플랜B로서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신욱이 A매치에서 득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1월 코스타리카전 이후 무려 3년 11개월(4호골) 만이다. A매치 출전 경력은 39경기에 달하지만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45분에 그칠만큼 활용도가 제한적이었던 김신욱은,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특유의 제공권외에도 나쁘지않은 발재간과 연계능력을 보여주며 대표팀의 공격수 경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재성은 좌우와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공간 침투로 원김신욱과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고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역전골까지 성공하며 K리그 MVP의 능력을 증명했다. 전성기 이청용이나 박지성의 활약이 부럽지않은 축구센스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주세종은 수비적인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기성용이 없는 한국의 중원에서 사실상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전진패스로 찬스를 만들어냈다. 이재성의 역전골도 주세종의 로빙패스에서부터 시작하여 김신욱의 머리를 거쳐 완성됐다.

유럽파 선수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면에서 충분히 좋은 찬스를 만들어낼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역전 이후 완전히 중국을 무너뜨릴수 있던 상황에서 추가골에 실패하며 결국 동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골결정력의 개선이 절실한 장면이기도 했다. 예상보다 준수했던 플랜B 공격진과 오히려 기대에 못미친 플랜A 수비 사이에서 신태용호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남긴 경기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한국축구 신태용 김신욱 한중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