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은 출전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 포인트가드 이호현과 포워드 김명훈을 제외한 10명이 코트를 밟았다. 한 발 더 뛰면서 골밑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부상 공백은 메울 수 없었다.

삼성이 8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부산 KT와 3라운드 맞대결에서 78-88로 패했다. 삼성은 2연패에 빠지면서 10승 10패를 기록, 불안한 5위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원정 10연전을 패배로 시작하면서 불안감과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

답은 빠른 농구밖에 없었다. 삼성은 1쿼터부터 속공과 3점슛으로 KT를 압박했다. 김동욱이 3점슛 2개 포함 10점을 터뜨리며 리드도 잡았다. 마키스 커밍스와 문태영, 천기범 등도 힘을 보탰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가 2명 모두 출전할 수 있는 2, 3쿼터였다. KT는 삼성의 헐거워진 골밑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웬델 맥키네스와 리온 윌리엄스가 하이 로우 게임을 통해 손쉽게 득점을 쌓았다. 특히 맥키네스는 연속적으로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내면서 삼성을 괴롭혔다. 윌리엄스도 6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면서 힘을 보탰다.

삼성은 문태영이 윌리엄스를 수비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커밍스도 온 힘을 다했지만, 단신 외국인 선수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3쿼터가 마무리됐을 때, 점수는 15점 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은 전면 강압 수비를 통해 따라붙었다. 이관희의 수비력이 빛을 발했고, 연이은 속공 득점이 나왔다. 커밍스와 김동욱도 폭발했다. 커밍스는 자신감 넘치는 일대일 공격을 통해 점수를 쌓았고, 4쿼터 종료 3분 51초가 남은 상황에선 윌리엄스에게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냈다. 윌리엄스에게 파울 트러블까지 전한 효과 만점 공격이었다.

경기 종료 1분 59초 전, 김동욱의 3점슛이 터졌다. 78-82, 4점 차까지 좁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삼성은 허훈과 박상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김태술의 결정적인 실책까지 더해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위기의 삼성, 뚜렷한 해법 없는 '라틀리프 공백 메우기'

삼성은 졌지만 잘 싸웠다. 커밍스(27득점 12리바운드)와 김동욱(17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문태영(14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이 자신의 몫 이상을 해줬다. 이동엽(3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과 이관희(4득점 2리바운드)는 득점은 적었지만, 도움 수비와 리바운드에 충실하면서 라틀리프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했다. 수비 리바운드(23-26) 싸움에선 대등했지만, 공격 리바운드(7-13)에서 차이가 났다. 팀 리바운드(1-7)도 열세였다. 47.1%를 기록한 높은 3점슛(8/17) 성공률이 아니었다면, 일찍이 승부가 갈릴 수도 있었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평균 24.5득점 14.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현존하는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다. 그가 없다 보니 골밑에서 손쉬운 득점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평소보다 많이 움직여야 기회가 난다. 36세 김동욱과 39세 문태영의 체력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태술도 33세다. 

골밑을 사수할 국내 선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김준일의 군 입대로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날 포워드 차민석이 12분 11초간 코트를 누볐지만, 활약상은 저조했다.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에 합류한 홍순규는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상태다.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승부를 보는 방법밖에 없어 걱정이다. 삼성은 주전 선수들의 나이가 상당하다. 젊은피는 가드진에만 몰려있다. 특히 올해는 더 이상 홈경기도 없다. 내년 1월 1일 창원 LG전 직전까지 원정 9연전을 치러야 한다. 라틀리프의 복귀까지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연패가 길어질 가능성이 꽤 크다.

물론,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삼성은 재빨리 움직였다. 이날 오전, 라틀리프의 부상 공백을 메워줄 선수를 영입했다. KBL 무대를 처음 밟는 칼 홀이다. 196.8cm로 신장은 크지 않지만, 탄탄한 체구와 리바운드 능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캐나다 리그 5경기에 출전해 9.6득점 5.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홀이 3주간 삼성의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길 기대해야 한다. 커밍스와 국내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면서 골밑의 열세를 메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삼성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라틀리프의 부상 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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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VS부산 KT 리카르도 라틀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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