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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사람들의 전형적인 바다를 즐기는 모습
 호주 사람들의 전형적인 바다를 즐기는 모습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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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이 찾는 골드 코스트에 딸이 살고 있다. 따라서 일년에 두어 번은 가게 된다. 2017년을 보내면서 오랜만에 골드 코스트를 찾아 나섰다. 시드니에 산다면 아침부터 수선을 떨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드니 보다 더 가까운 북쪽에 살고 있기에 부담 없이 천천히 떠나도 되는 거리다. 특히 요즈음은 시드니와 브리즈번(Brisbane)을 잇는 퍼시픽 하이웨이(Pacfic Highway) 도로 공사가 많이 진척되어 예전보다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중간에 낯선 동네를 둘러보는 게으름을 피우며 7시간 정도 운전해 골드 코스트에 도착했다. 한국과 달리 호주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따뜻하다. 시드니보다 850여 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골드 코스트는 습도도 높고 아열대성 기후 느낌이 조금은 난다. 'Gold Coast'라는 지명이 말해 주듯이 이곳은 해안이 아름다운 도시다. 날씨도 따듯한 편이라 사시사철 바다를 찾아온 사람으로 붐빈다. 그러나 지금 사는 곳이 바다에 가까이 있어서인지 여기까지 와서 바다를 찾게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하루 시간을 내서 아내와 바다를 찾기로 했다. 장소는 딸이 추천한 벌레이 헤드 국립공원(Burleigh Head National Park)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주차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서너 자리가 남아 있다. 해변은 한국과 달리 초여름을 맞아 바다를 찾은 사람으로 붐빈다.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하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친구끼리 혹은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인다.

백사장에 내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차갑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적당한 온도의 바닷물 감촉이 좋다. 모래바닥이 훤히 보이는 바다에는 작은 물고기 떼가 먹이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큰 물고기도 심심치 않게 떼를 지어 다닌다. 본능적으로 몇 마리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들판에 있는 소를 보면서 잡아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보면 잡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다.

백사장을 끼고 있는 방파제를 걷는다. 강이 바다를 만나는 지점까지 걸으니 너른 모래사장이 거친 파도를 가로막고 있다. 파도에 물이 찰랑거리는 백사장에서는 강아지를 데리고 물놀이하는 사람이 있다. 만조가 되면 백사장은 바다에 잠길 것이다. 방파제에서 해안을 따라 눈을 돌리니 멀리 높은 빌딩들이 모여 있는 골드 코스트 시내가 보인다. 사진에서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다.

엄마와 함께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배우는 어린 아이

 산책길에서 멀리 보이는 골드 코스트 빌딩들
 산책길에서 멀리 보이는 골드 코스트 빌딩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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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 국립공원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다. 도시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산책로에는 사람이 많다. 땀에 옷이 흠뻑 젖은 채 조깅하는 젊은 남녀도 자주 보인다. 이곳이 관광지 코스로 지정되었는지 한 그룹의 중국 관광객이 지나치기도 한다. 오래전에는 골드 코스트에 일본 관광객이 많았는데 요즈음은 중국 관광객으로 대치된 느낌이다.

잘 정리된 산책로는 바다를 끼고 계속된다. 유난히 검은 큰 돌덩이가 해안에 많이 산재해 있다. 화산으로 융기된 산이기 때문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을 끝까지 가니 자그마한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는 마운틴 자전거를 옆에 놓고 쉬는 청년이 있다. 쉴 새 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남녀들도 있다. 정자 뒤편에 있는 잔디밭에는 휠체어를 타고 온 중년 남자가 경치를 즐기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주에서는 한국과 달리 장애인들도 혼자서 자동차에 휠체어를 싣고 야외를 많이 찾는다.

호주의 여유 있는 바닷가 풍경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산속으로 뻗어있는 산책길 택해 되돌아간다. 숲속으로 난 산책길 주위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해안과 다른 숲속의 냄새에 취한다. 생소한 꽃을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주위 경치를 보며 걷다 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주변 풍경을 사진기에 담는다. 해안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 파도에 몸을 맡기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 좋다. 새소리가 들린다. 파도 소리도 들린다. 적당히 부는 바람이 산과 바다가 섞인 냄새를 풍기며 지나간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와 산책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정상을 지나 내리막길을 천천히 걷는데 엄마와 어린 딸이 산책로 옆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보고 있다. 호주를 찾은 관광객으로 생각했는지 오라고 손짓한다. 사람을 전혀 개의치 않는 제법 커다란 도마뱀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어린아이는 도마뱀이 신기한 듯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엄마와 함께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배우는 어린아이 모습이 정겹다. 우리 동네에서도 자주 보이는 도마뱀이지만 성의가 고마워 감탄사를 함께 나누며 잠시 머문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백사장으로 향한다. 다리 위에서는 서너 명의 젊은 남녀가 물로 뛰어내리며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 주저하던 여자도 분위기에 이끌려 높은 다리 위에서 물로 뛰어내린다. 백사장에는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청춘 남녀들로 북적인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청년 시절의 어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한국에서도 즐거운 청년 시절을 지낼 때도 됐는데... 바다와 산에서 만난 호주 청년들, 오늘을 즐기는 삶이 부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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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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