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주세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현재 세계축구를 대표하는 두 명장이자 애증의 라이벌이 '맨체스터 더비'에서 다시 만난다.

맨시티와 맨유는 11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만난다. 리그 1, 2위팀간의 맞대결이지만 선두 맨시티(승점 43)가 14승 1무의 파죽지세로 2위 맨유(승점 35)와의 승점 차를 8점까지 벌려놓은 상황이다. 만일 이 경기에서 맨유가 승리를 따내지못한다면 사실상 맨시티의 독주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승점 6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부다.

지역 라이벌이자 우승 경쟁자로서의 의미 못지않게 두 사령탑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맞대결이라는 점도 화제를 모으는 요소다. 두 감독은 지도자로서 화려한 우승 경력 못지 않게 축구를 바라보는 대조적인 성격과 용병술, 축구철학 등으로 끊임없이 비교대상이 되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에는 우정으로 출발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통역 겸 전술분석관 역할을 맡았던 무리뉴는 당시 선수로 활약하던 과르디올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무리뉴가 바르셀로나 감독직에 지원했을 과르디올라를 수석코치로 임명하려고 했던 것도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감독 데뷔 이후 유럽 굴지의 명문클럽을 이끌고 여러 대회에서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며 관계가 조금씩 틀어시기 시작했다. 2009-10시즌 무리뉴가 이끌던 인터밀란(이탈리아)은 과르디올라가 이끌던 바르셀로나(스페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잇달아 격돌했다.

두 사람이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 순간이었다. 조별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우위를 점했지만 준결승전에서는 인테르가 바르셀로나를 제압하며 결승에 진출했고 트레블(3관왕) 위업까지 달성했다.

당시 무리뉴는 전력상 앞서는 바르셀로나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들고나왔고, 이는 축구의 본질을 해친다는 안티 풋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원정에서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결승진출이 확정된 순간에는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누캄프에서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주변의 만류로 제지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악연은 무리뉴가 이듬해 바르셀로나의 최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불이 붙었다. 치열한 우승경쟁만큼이나 두 사람간의 충돌과 설전도 잦아졌다. 급기야 기자회견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적인 비방이나 인신공격까지 이르면서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스페인 시절 우승횟수나 맞대결 전적은 과르디올라(5승4무 2패)의 우위였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도 2011년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꺾거나, 2012년 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3연패를 저지하는 등 고비마다 여러번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여름 무리뉴는 첼시,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두 감독은 한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다. 2014년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이 UEFA 슈퍼컵에서 맞대결을 펼쳤을 때는 과르디올라의 뮌헨이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다.

2016년 공교롭게도 무리뉴가 맨유, 과르디올라가 맨시티행을 통해 나란히 잉글랜드 라이벌 구단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두 감독의 리턴매치도 다시 성사됐다. 두 팀은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에서 총 3번의 맞대결을 펼쳤고 1승 1무 1패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지난 시즌 3위에 올라 6위에 그친 맨유를 승점 9점 차로 앞섰고 리그 맞대결에서도 1승 1무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무리뉴의 맨유는 컵대회에서 맨시티를 물리친 데 이어 우승까지 차지했고 커뮤니티 실드와 유로파리그까지 3관왕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며 프로 감독 데뷔 이후 첫 무관에 그친 과르디올라보다 실속을 챙겼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통산 상대 전적은 8승 7무 4패로 과르디올라의 우위다.

두 감독은 나란히 맨체스터에서의 2년 차 시즌을 맞이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맨유와 맨시티 모두 비시즌 적극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특유의 점유율 축구가 팀에 녹아들며 폭발적인 상승세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리뉴 감독 역시 최근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리그와 UCL에서 순항을 거듭하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두 감독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재회한 이후로는 그간의 앙금을 어느 정도 해소한 듯 스페인 시절과 달리 특별한 갈등이나 설전을 벌이지 않고 조용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승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라이벌 의식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객관적인 전력과 분위기는 이번에도 맨시티의 우세가 예상되고 있다. 맨시티는 올 시즌 컵대회 포함 치른 총 22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내달리기도 했다. 지난 샤흐타르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하기는 했지만 이미 16강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짓고 로테이션을 대거 기용한 경기라 큰 의미는 없다.

케빈 데 브라이너, 라힘 스털링, 세르히오 아구에로, 가브리엘 제주스 등이 모두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당초 부상으로 맨유전 출전이 불투명해보이던 플레이메이커 다비드 실바도 일단 정상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맨유는 상황이 좋지 않다. 물오른 활약을 보이던 중앙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징계로 맨시티전에서 나설 수 없는 데다 마이클 캐릭은 장기 부상중이다. 그나마 네마냐 마티치와 마루앙 펠라이니가 맨시티전에서 복귀가 예상되고 있지만 컨디션은 아직 미지수라 안데르 에레라외에는 확실한 중원 자원이 부족하다. 맨시티와 달리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게 늦어지면서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무리뉴가 다시한번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꺼내들지 주목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에도 비난 여론을 감수하며 강팀을 상대로 '지지않는 축구'를 펼친 바 있다. 지난 리버풀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뒤에는 마치 공격을 포기하고 수비라인에 버스를 여러대 세운듯한 수비를 펼쳤다며 '버스 축구'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실리축구'를 대표하는 무리뉴와 '점유율 축구'를 상징하는 과르디올라의 대결은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경쟁을 넘어서 현시대 축구를 대표하는 두 명장의 전혀 상반된 '축구철학'을 건 자존심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를 모은다. 두 감독의 통산 스무 번째 맞대결에서 웃는 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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