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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13쌍이 결혼식을 올린 절에서 하는 명상

[서평] 세계의 리더들이 매년 5천 명씩 다녀가는 <엘리트 명상 교육>
17.12.06 11:0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성소수자 커플 13쌍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들이 결혼식을 올린 곳은 절입니다. 젠류는 그 절 부주지입니다. 미국으로 유학도 다녀왔고, 결혼을 했으니 아내도 있습니다. 아이도 있습니다. 여느 아빠들처럼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는 함께 준비를 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합니다.

파계승이라며 해대는 손가락질, 무늬만 스님인 땡중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젠류가 운영하는 명상센터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리더들이 매년 5천 명씩 다녀갑니다. 내로라할 게 별 것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을 어떻게 하기에 세계적인 리더들이 매년 5천 명씩이나 다녀가는지가 궁금합니다.

명상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구글에서 인재개발에 마음챙김을 도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이 명상을 배우러 다닙니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 트위터 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 등도 명상을 공부하거나 실천했습니다. 

세계 톱 리더들의 잠재력을 끌어낸 <엘리트 명상 교육>

<엘리트 명상 교육> / 지은이 가와카미 젠류 / 감수 이시키와 요시키 / 옮긴이 유은경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1월 21일 / 값 13,000원 ⓒ 불광출판사
<엘리트 명상 교육>(지은이 가와카미 젠류, 감수 이시키와 요시키, 옮긴이 유은경, 펴낸곳 불광출판사)의 저자는 일본 하나노조(花園)에 있는 슌토인(春光院)에서 부주지를 맡고 있는 젠류(川上全龍)라는 스님입니다.

슌코인은 임제종 묘심사파의 총본산인 묘신지(妙心寺) 경내에 있으며, 젠류는 이 절의 5대손입니다. 스님들은 전통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적인 전통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부 종파에서도 결혼을 허락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스님들이 결혼도 하고 절을 가업으로 이어받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절을 가업으로 이어받아 스님이 된 저자(젠류)가 살아온 이야기이며, 세계적인 리더들이 매년 5천 명씩이나 다녀가는 명상센터를 어떻게 이루어 유지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저자의 사고는 유연합니다.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목적에는 충실하되 목적을 이루기까지의 방법은 합리적입니다. 종교적 전통을 신비감으로 위장하거나 포장하는 술수는 타파하고 목표를 이루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합니다. 

서울까지 가는 게 목적이라고 가정 하겠습니다. 과거에 서울을 갈 수 있는 방법은 걷거나 말을 타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에 서울엘 가려면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서울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다양합니다. 자가용을 이용할 수도 있고,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고속전철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일부 절이나 스님들은 전통을 지킨답시고 서울엘 가려면 반드시 걸어서 가야 하는 식으로 전통을 고집합니다. 서울이 아무리 좋다하여도 요즘 세상에 걸어서 서울까지 가는 행렬에 동참할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것입니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선입견 타파

저자(젠류)가 제시하고 운영하는 명상, 서울까지 가는 방법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합니다.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자가용을 타고,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고속철을 이용하도록 안내합니다. 목적으로 정한 서울을 명상으로 바꾸면 그게 젠류가 소개하고 있는 명상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그러자 친구가 "지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거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실은 나도 게이야. 너는 그럼 나도 차별하겠네? 너 자신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거 싫잖아? '게이니까'라든가 '아시아인이니까'라며 그 사람의 한 부분만 보고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너 역시 아시아인 이어서 차별을 받았던 경험이 많지 않아?"라고 저에게 물었을 때 더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엘리트 명상 교육>, 177쪽-

선입견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을 벗기는 것도 하나의 비법입니다. 스님들은 이럴 것이라거나, 명상은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어렴풋하게 갖고 있는 신비감 같은 선입견이 명상을 어렵게 한다고 합니다. 잘 모르는데서 올 수 있는 불신과 막연한 기대감을 걷어 내는 것을 명상을 시작하는 관문으로 시작합니다. 

막연하게 명상이 좋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논리적으로 입증합니다. 방관자로서의 절이 돼서는 안 되고 사회 변혁에 적극 앞장서는 역할에 동참할 것도 진지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명상을 안내하거나 홍보하고 있는 절이나 센터들이 많습니다. 옛날에 그랬으니 서울엘 가려면 무조건 걸어서 가야한다는 식의 명상, 왜 명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따라 하기만 하면 좋다는 혹세무민형 명상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법문으로만 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은 허공에 흩어지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젠류가 제행무상을 명상에 접목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불교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명상이 무엇인지가 궁금한 사람들에겐 속 시원한 답이 되고, 명상을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명상을 경험하게 하는 첫발, 첫 단추를 잘 끼우게 도와주는 명상 길라잡이가 돼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엘리트 명상 교육> / 지은이 가와카미 젠류 / 감수 이시키와 요시키 / 옮긴이 유은경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1월 21일 /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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