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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유한국당의 뒤끝은 이렇게 작렬했다. 주먹을 들어올리며 "의회주의 파괴하는 정세균은 사퇴하라"고 외쳤고, 국민의당은 가차없이 "여당 2중대"가 됐다. 고성과 구호가 난무하는 약 20분 동안을 정세균 국회의장은 "11시간 드렸으면 됐지"란 말에 '버럭', 실소, 그리고 '애교'까지 섞어가며 버텼다.

5일 오전 정회됐던 본회의가 속개된 것은 오후 9시 51분께.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로텐더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한 후 해산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본회의장에서는 한국당 의원들 없이 찬반 토론에 이어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이 133표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보이콧 '덕분에' 예산안 표결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듯 했다. 허나 이와 같은 예감은 얼마 안 가 무너졌다. 그때가 10시 11분.

정세균 의장의 짜증, 버럭, 애교 섞인 20분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5일 밤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총회 직후 입장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주장하며 의장석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5일 밤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총회 직후 입장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주장하며 의장석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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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의사일정을 막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의사일정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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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이어 정우택 원내대표와 장제원 대변인이 정 의장에게 다가가더니 항의를 시작했다. 내용인즉슨 왜 더 기다려주지 않고 본회의를 시작했느냐, 당초 오후 9시에 본회의를 속개하려 했으니 고작 1시간 기다려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정 의장은 "오늘 오전 11시부터 개회했다"며 "한국당 의원총회 시간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몇 시간이냐?"고 지적했다. 다시 한국당발 고성이 튀어나오자, "그건 명분 없는 이야기다. 여러분이 항의하실 입장이 아니"라고 정 의장이 되받았다. "9시 소집인데 1시간 기다려놓고 뭘 그래!"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호소에 이어 강수를 던지는 정 의장.

"오전 11시부터 11시간 기다렸지 않습니까? 11시간 동안 뭐하셨어요? 11시간 동안 뭐 하셨냐고요. 여러분들 주장이 옳지 않아요. 자, 자, 자, 다음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중략)...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나오셔서 수정안에 대한 제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국회의장 앞 한국당 의원들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고성의 가짓수도 다양해졌다. 황당하다는 반응, "이건 아니잖아요? 어떤 의장님이 이렇게 합니까?", 자존심 내세우기, "의장님! 한 시간 기다리십니까? 제1야당을?", 또는 "그만하십쇼!"란 손가락질. 이어 다음은 짜증, 버럭, 애교까지, 정 의장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옮긴 것이다.

"얘기 안 들으실랍니까? 나도 안 들어요(털썩)"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밤 2018년도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정우택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밤 2018년도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정우택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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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입장하자 국무위원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입장하자 국무위원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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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시다가 지금 와 가지고 그런 얘기하세요? 자, 자, 자, 아이(짜증), 여러분들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에요. (나경원 의원 등장) 아니, 그럼 언제까지 기다립니까? (몰려온 한국당 의원 60여명으로 불어남)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세요. 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세요. (고성 또 고성에 실소하며) 참, 나, 기가 막혀 갖고.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게? 아니,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예? 하, 참, 나."

(한국당 의원들 정회를 요구하자 버럭) 아니, 왜 정회를 합니까? 왜 정회를 해요. 의사 일정 다 합의해 가지고, 합의한 의사 일정을 진행하는데 왜 정회를 해야 되죠? 에이,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이 와중에 끊이지 않는 고성) 저...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좀, 좀, 안 돼, 안 돼, 그거. 11시부터, 의총을 11시간씩 하시고 뭘 지금 또 의총 때문에 이렇다는 거예요?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예? 9시에 의사일정이 합의된 거예요, 오늘 아침에. 예? 합의된 의사일정에 따라 의사진행을 하는데, 왜 방해하는 거예요? 에이, 할 것도 없어. 얘기 다 했어, 얘기 다 했다니깐. (다시 안 되겠다는 듯) 아니, 자, 얘기 좀 합시다, 얘기 좀 합시다, 제가, 예? 얘기 좀 합시다. 얘기 안 들으실랍니까? 나도 여러분, 얘기 안 들어요(정 의장 털썩)."

자리에 앉았던 정 의장이 다시 일어나 강경 모드로 전환했다.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표결 진행, 와중에 애타게 "의장님"을 찾는 장제원 의원 목소리가 도드라졌다. 수정안 가결을 선포하며 정 의장, 땅, 땅, 땅. 함께 울려 퍼지는 "이건 무효입니다!", "뭘 가결돼!", "이건 반칙입니다!"라는 외침. 정 의장이 "에유"란 반응과 함께 원내대표들을 불렀다. 기세가 오른 듯 한국당 의원 누군가 "염치가 있어야지!"라고 외쳤다. 이어 민경욱 의원의 선창.

한국당 '뒤끝버스터'의 뻘쭘한 결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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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의장!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졸지에 2중대 된 국민의당, "국민의당 물러가라!", "여당 2중대 물러가라!", '밉상'도 함께 소환, "정세균, 우원식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선창과 구호 사이로 "물러나라! 김동철 빠져라! 에잇!",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소환됐다. 다시 30분간 정회가 선포됐다.

오후 11시 5분, 본회의가 속개됐다. 428조8339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수정안이 재석 178명,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사회주의 예산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6일 오전 12시 56분 산회가 선포됐다.

그로부터 약 3시간 전, 법인세법 표결 결과는 이랬다. 재석 177명,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의 찬성으로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면 법인세법 부결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이날 오전 한때 필리버스터 이야기까지 꺼냈던 한국당으로서는 '뒤끝버스터'의 뒷맛이 아주 씁쓸하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정세균, #예산안, #법인세법, #필리버스터, #장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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