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년 2018년도 예산에 반영되기로 예정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신규 예산 50억 원이 자유한국당의 '건국절 몽니'로 결국 20억 원을 삭감하여 30억 원의 선에서 마무리짓는 것으로 결정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5월 정부 출범 당시부터 국가 주요 사업의 일환으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국가적 추진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기념사업위원회를 설치하여 전국 각지의 독립유공자 발굴 조사 및 기념음악 제작, VR 콘텐츠 제작 등을 추진하기 위해 50억 원 가량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김도읍, 경대수 의원은 "기념사업의 본질은 건국 시점을 1919년으로 하려는 건국절 논쟁의 의도가 있다"며 기념사업 예산의 통과를 반대하였고, 결국 여야 예결위 간사 3명이 참여한 예결위 소소위에서 20억 원을 깎는 선에서 합의를 하고,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사업 예산을 예비비 30억 원으로 진행한다는 수정안 부대 의견을 냈다.

인터넷 상에서 이 사건을 두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이 문제의 핵심인 '건국절 논쟁'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건국절 논쟁의 핵심은 '국가정통성의 문제'

건국절 논쟁은 현재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이 1919년이냐 1948년이냐를 놓고 서로에게 유리한 자료를 취사하여 대립하는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1948년 건국론자들은 대체로 한국 임시정부를 '독립운동단체'로 간주하며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정부 당시 건국 50년 기념행사를 성대히 개최한 것을 두고 "건국을 1919년으로 하자는 것은 DJ 정신 계승을 강조하는 민주당이 견강부회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1919년 건국론자들은 한국 임시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2000만 민족의 민의를 대변하여 성립된 정통성 있는 망명 정부 조직이며, 최초로 대한민국의 국호를 선포하였다는 점과 제헌 헌법, 현행 헌법에서 국가의 건립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국절 논쟁의 본질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결정하는 데로 한정짓는 것은 크나큰 오판이다. 건국절 논쟁의 본질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국가정통성을 누구에게 부여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소모적 논쟁이기 때문이다.

건국절 논쟁은 지난 2006년 뉴라이트 경제학자인 이영훈이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는 칼럼을 실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칼럼에서 이영훈은 조선은 우리 민족에게 광명을 선사하는 문명이 아니었으며, 독립운동가들의 힘으로 나라가 독립한 것이 아닐 뿐더러 해방 이후에도 어떠한 나라를 세울 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건국 60년 기념사업이 한창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한 건국절 책자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책자에 따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민족의 대의를 반영한 정부 조직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시작점은 1948년 정부 수립으로 봐야 하며, 때문에 건국의 공로는 정부 수립에 참여한 사람에게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건국절 주장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영훈은 조선이란 나라가 우리에게 빛나는 나라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미개한 국가는 독립을 유지할 이유가 없으며, 강대국의 식민 통치를 받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로 귀결된다. 비록 조선이란 나라가 말기에 접어들면서 세도정치와 민씨 일가의 부패로 온전한 국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나, 그것이 조선의 멸망을 옹호하는 논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의 힘으로 나라가 광복되지 않았으며 해방 이후에도 어떤 나라를 세울 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구절에서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한반도의 해방이 한국인의 자주적인 힘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의지만으로써 열렬히 투쟁한 애국정신을 폄하할 근거는 될 수가 없다. 인도와 필리핀도 독립 전쟁에서 승전을 거두어서 독립하지는 않았지만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을 국부로 숭상하며 그들의 조국정신을 선양하는 데 조금도 돈과 열성을 아끼지 않는다.

어떠한 나라를 세울 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대목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등 자주독립된 대한민국을 건국하기 위해 투쟁한 우리의 망명 정부와 독립세력을 부정하는 것과 동의어이다. 한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임시헌장을 제정, 공포하면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결정하였으며, 1941년에는 건국강령을 제정하여 독립 이후 대한민국을 건립해 나가는 과정을 차례로 제시하였다. 건국강령은 정부 수립 당시 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박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과 함께 가장 많이 참조한 문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성립과 그 건국 정신이 독립운동에서 말미암음을 의미한다.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또한 해방 공간에서 민초들의 자발적인 지지를 통해 형성된 인민위원회를 통해 지역의 치안과 물자 관리를 담당했으며, 미 군정의 요원조차 "건준을 해체한 것은 미국의 실책이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자주독립 한국의 기틀을 닦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이러한 애국선열들과 민중의 열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이라는 국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결국 건국절 논쟁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건립이 국치 이래 전개되어 온 자주독립의 민주공화국 수립을 위한 독립운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부정하고 해방 정국에서 반탁, 반공 운동을 한 세력에게만 건국의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여 핵심 문제에 부차적으로 딸린 건국 시기 논쟁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1운동 및 한국 임시정부 선양 사업은 건국의 위업을 축하하는 것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한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 제헌 헌법에서는 더욱 명확하게,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이 3.1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민주공화주의 이념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1운동은 한민족 공동체에 속한 자연권인 본질적 주권(Real Sovereignty)에 기반하여 국민의 뜻을 반영해 한국의 독립과 민주자유를 선언한 혁명적인 대운동이었으며,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만들고 최초로 3권 분립에 입각한 민주공화제 정부를 성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이어진다. 해방 이후 임시정부 요인의 상당수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함과 동시에 건국강령과 임시 헌법이 제헌 헌법의 기초 사료가 됨으로써 민주자유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기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3.1 독립선언 이래 이어져 온 건국운동의 성과로서 탄생한 대한민국은 국민공동체의 본질적 주권을 계승하여 성립된 임시정부의 법통과 대한제국 - 대한민국 임시정부 -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국제법상의 '국가의 동일성'에 따라 한반도 내에서 그 정통성을 얻었다. 제헌 헌법이 국가 건립일을 1919년 3월 1일로 지정하고 이날을 독립기념일처럼 축하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 1년 뒤인 2019년이면 한국인이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선언한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민족의 이름으로 독립을 선언한 독립기념일인 3.1절을 성대히 축하하고 기념함으로써 과거 100년 동안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 선열들의 노고를 되새기고 미래 100년의 국가 비전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제헌 이래 헌법에서 국가의 건국 이념으로 명시한 3.1 정신과 임시정부의 민주공화주의 이념을 선양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탄생을 더욱 드높이자. 임시정부 독립신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1949년 30주년 독립선언기념일 동아일보 사설에서처럼, 노래와 춤과 파티로써 3.1운동을 무한히 축하하고 환희와 열성으로 빛내자.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성립을 기뻐한다면, 그 기초가 되는 3.1운동을 열렬히 경축해야 하지 않을까.


태그:#건국절,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독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