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선발로 복귀해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토트넘 홋스퍼는 웃지 못했다.

토트넘이 3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왓포드에 위치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15라운드 왓포드와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을 이어가며 부진 탈출에 실패했다.

왼쪽 측면 공격을 담당한 손흥민과 우측 풀백 키에런 트리피어만 돋보인 경기였다. 토트넘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2분, 오프사이드에 걸리기는 했지만 손흥민의 절묘한 뒷공간 침투가 왓포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5분에는 트리피어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골문 안쪽으로 파고든 해리 케인에게 향했지만, 슈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제골은 홈팀 왓포드의 몫이었다. 전반 13분, 톰 클레벌리의 코너킥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크리스티안 카바셀레가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크로스 순간에 맞춰 수비를 따돌린 카바셀레의 움직임을 케인과 에릭 다이어가 놓친 것이 아쉬웠다.

왓포드의 기세가 이어지자,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24분, 토트넘은 빠른 역습을 전개했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 이후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골문 안쪽으로 빠르게 달려든 손흥민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시즌 5호골(리그 3호골)이었다.

토트넘은 강하게 몰아쳤다. 트리피어가 끊임없이 뒷공간을 파고들며 크로스를 올렸고, 에릭센과 벤 데이비스, 케인 등이 득점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밀집된 상대 수비에 막히거나 결정력이 아쉬웠다.

토트넘은 후반 6분, 큰 위기까지 맞았다. 왓포드의 빠른 역습이 진행된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 다비손 산체스가 왼쪽 팔꿈치로 히샬리송을 가격해 즉각 퇴장 명령을 받았다. 토비 안데르베이럴트가 빠져 안 그래도 불안했던 수비가 더 허술해진 순간이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왓포드가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후반 13분, 마빈 지겔라르의 크로스에 이은 히샬리송의 헤더가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17분, 클레벌리가 올려준 코너킥 크로스를 트리피어가 걷어냈고, 이를 아크서클 부근에 머물던 압둘라예 두쿠레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빨랫줄 같은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슈팅이었던 만큼, 토트넘엔 천만다행이었다.

토트넘은 마음이 급했다. 수적 열세를 안고 있었지만, 승리가 절실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18분 에릭센을 빼고 무사 시소코를 투입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후반 31분에는 손흥민 대신 에릭 라멜라를 투입했고, 후반 42분에는 델레 알리를 대신해 해리 윙크스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역시나 반전은 없었다.

토트넘은 과하게 거칠었던 왓포드 수비에 고전했다. 케인과 손흥민은 상대 수비의 절묘한 반칙에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알리도 마찬가지였다. 심판 판정이 아쉽게 느껴질 법한 경기였다. 결국 1-1. 토트넘은 11월 A매치 기간 이후 치러진 리그 4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결승골로 웃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도르트문트(독일)전이 유일한 승리였다.

문제는 확실하다.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하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뚜렷하다. 특히, 케인과 알리, 에릭센의 몸 상태가 이전 같지 않다. 11월 A매치 이후 제 몫을 해주는 공격수는 손흥민뿐이다. 에릭센이 손흥민의 득점을 돕는 등 이날 경기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했지만, 포체티노는 그를 가장 먼저 뺐다. 유일한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도 두 번째로 빠졌다. 반면, 존재감이 없었던 케인은 풀타임을 소화했고, 알리도 87분에 가까운 시간을 뛰었다.

중원과 수비도 부실해졌다. 지난 시즌 토트넘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준 빅토르 완야마의 부상이 뼈아프다. 완야마는 지난 8월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첼시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 2경기(선발 1)에서 98분만을 소화했다. 수비진 보호와 공격 전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선수이기에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윙크스가 주전급으로 성장했지만, 21세의 나이에 알맞은 기복을 보인다. 경험이 더 필요하다. 토트넘 선수들이 뽑는 최고의 선수 무사 뎀벨레도 활약이 들쑥날쑥하다. 탈압박 능력은 여전하지만, 공격 전개와 수비력이 아쉽다. 에릭센이 중원에 가담해 힘을 더해보지만, 체력적인 부담만 커지는 느낌이다.

수비에서는 알데르베이럴트의 공백이 너무나도 커 보인다. 알데르베이럴트는 지난 2일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 홈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가 빠진 이후 성적은 6경기(리그+챔피언스리그) 2승 2무 2패다. 무엇보다 7실점이나 내줬다.

토트넘은 올 시즌 그가 선발 출전한 10경기 중 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2015·2016시즌 38경기 35실점, 지난 시즌 38경기 26실점으로 두 시즌 연속 최소 실점을 기록한 데는 알데르베이럴트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스리백과 포백을 마음껏 오갈 수 있는 것도 그가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었다.  

산체스는 아직 알데르베이럴트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찍이 네덜란드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지만, EPL은 수준이 다르다. 21세의 어린 선수가 EPL의 거친 몸싸움과 빠른 속도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경험이 풍부했다면, 이날 퇴장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얀 베르통헨이 수비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주지만, 혼자서는 힘겹다. 오는 10일 스토크 시티와 리그 홈경기에서는 산체스까지 출전하지 못한다. 고의로 팔꿈치를 사용해 상대를 가격한 만큼, 추가 징계 가능성도 있다.

첩첩산중이다. 공격진의 급격한 체력 저하, 부실해진 중원과 수비 등 토트넘의 올 시즌은 너무나도 어렵다. 리그 우승을 다짐했지만, 6위다. 단독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차는 무려 15점에 달한다. 더욱이 맨시티는 15라운드를 치르지 않았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문트를 따돌리고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지만, 웃을 수가 없다. 손흥민이 최근 선발 출전한 7경기(리그+EFL컵+챔피언스리그)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미소 짓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토트넘과 손흥민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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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왓포드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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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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