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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의 절규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절규하고 있다. ⓒ 남소연
"나는 에이즈 환자입니다. 왜 나를 혐오합니까, 내가 죄인입니까. 왜 나를 범죄화하고 유해하다고 합니까."

한 에이즈 환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절규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주변에서 "야", "나가라", "더러워"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그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발언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와 함께, 에이즈 환자,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으로서 인권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은  펼침막을 펼쳤다. 곧 주변 사람들은 이를 빼앗았다.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의 절규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절규하고 있다. ⓒ 남소연
'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의 절규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왼쪽 위)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발언권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 남소연
'에이즈 혐오'에 저항하는 인권활동가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에이즈 혐오를 확산시키는 데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현수막을 펼치자 주최측 관계자(오른쪽)가 빼앗고 있다. ⓒ 남소연
'에이즈 혐오'에 저항하는 인권활동가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에이즈 혐오를 확산시키는 데 대해 항의하며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은 짓밟아도 되는가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에이즈 혐오를 확산시키는 데 대해 항의하며 기습시위를 벌이자, 주최측 관계자(오른쪽)가 제지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 '디셈버 퍼스트'가 열렸다. 이 행사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해 성일종 의원실과 한국가족보건협회가 공동 주관한 행사로 청소년에게 에이즈 예방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무대 옆에 설치된 화면에는 국내 에이즈 환자의 다수가 남성과 성소수자이고, 감염 경로는 동성애라는 내용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앞서 성일종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에이즈는 정말 위험한 질병이다", "정부는 동성간 성접촉에 의해 에이즈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에이즈 환자·HIV 감염인 인권활동가들은 성일종 의원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기습시위를 벌였다.

조영길 법무법인 INS 대표가 "에이즈의 유해성과 감염경로를 알려 청소년들을 에이즈라는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라는 내용의 개회사를 끝내자, 인권활동가들은 방청석에서 일어나 "에이즈 환자, HIV 감염인들에게도 발언할 기회를 주십시오. 저희 감염인들의 인권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의 절규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발언권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 남소연
인권활동가들은 무대 앞으로 나가거나 그 자리에 서서 '감염인 관리가 문제가 아니라 에이즈 혐오가 문제다', '에이즈 치료비 운운하지 말라. 치료는 최선의 예방이다!' 등이 적힌 작은 펼침막을 펼쳤다.

일부 행사 참석자들은 "더럽다", "가서 치료나 받아라"라고 소리쳤다. 한 참석자는 활동가가 들고 있던 현수막을 뺏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활동가에게 "나가라"라고 소리치며 활동가를 밀었다. 소란이 일자, 국회 방호과 직원 4명이 현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야유가 빗발쳤지만 정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감염인들의 인권을 이야기 할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여기 감염인 친구가 있습니다. 발언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의 절규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왼쪽 위)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발언권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 남소연
'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가운데 위)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발언권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국회 방호과 직원(왼쪽)이 이들의 기습시위를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결국 주최 측은 HIV/에이즈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인 윤가브리엘씨에게 1분 발언 기회를 줬다.

"발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란 피운 것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인데 HIV 감염인 당사자인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이런 중요한 날 감염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그런 소란을 좀 피웠습니다. 개회사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에이즈는 무서운 병이죠. 걸리면 안 되죠. 그러나 두려움과 혐오를 조장하는 예방이 절대 (제대로 된) 예방이 아니었습니다. 이제껏 그런 예방을 해왔지만 오히려 에이즈는 확산돼왔습니다. 에이즈를 예방하는 지름길은 감염인 인권과 에이즈에 취약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그들이 자신들을 드러내고 예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국제적 흐름입니다."

윤씨는 참석자들의 야유 소리 탓에 발언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주최 측은 "모든 언론에서 이분의 발언은 나가지 않게 해달라. (행사가) 오염될 수 있으니"라고 강조했다. 곧 활동가들은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한편, 앞서 이날 오전 인권활동가들은 자유한국당 앞에서 '에이즈 혐오 확산의 주범,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에이즈 혐오와 반성소수자 발언을 일삼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HIV 감염인이라고 모두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HIV 감염은 HIV에 걸린 모든 사람을 말한다. HIV 감염인은 병원 치료와 약물로 관리만 잘 한다면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잘 복용해 혈중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 감염인 가운데 질병진행으로 면역체계가 손상, 저하됐거나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난 사람이 에이즈 환자다.

HIV 감염인에 대한 이야기는 상훈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활동가를 다룬 내러티브 기사 'HIV감염, 인생 바뀌었지만 죽지 않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이즈 혐오'에 몸서리 치는 이들 2017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셈버퍼스트(December First)' 행사에서, 한 에이즈 감염인이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해 혐오 인식을 퍼뜨리는 데서 오는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절규하다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 남소연
태그:#에이즈, #성일종, #자유한국당, #감염인, #기습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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