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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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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무개씨(47)는 지난 2005년, 모아둔 월급에 저축은행 대출을 더해 타이어 판매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경기 악화로 2년 만에 부도를 맞았다. 박씨는 2015년 국민행복기금에 방문해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채무원금 1600만원의 45%를 감면 받았다.

이후 박씨는 타이어 매장에서 근무하며 월급 170만원 가운데 21만원씩 30개월 동안 성실히 갚았다.그러던 중 자녀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자 대출상환금이 생활에 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박씨는 국민행복기금에 연락해 장기연체자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했고, 심사 결과 채무 면제를 받게 됐다.

정부가 대출원금 1000만원 이하의 돈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사람들의 빚을 정리해준다. 회수할 재산이 없고, 1인 가구 기준 월소득 99만원 이하(중위소득 60%)인 경우 빚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채권을 소각해준다는 것이다.

29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내‧외부의 장기소액연체자가 약 15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청하는 사람에 대해 빚 갚을 능력을 심사하고,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채무를 정리해준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재산·소득 다시 살펴보고 빚 갚을 능력 없으면 면제해줘

우선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장기소액연체자 83만 명의 상환의지(약정 여부) 등을 살펴보고 차등적으로 빚을 감면해준다. 연체 중인 사람들의 경우 본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일괄적으로 재산과 소득을 조회해 심사하고,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추심을 중단한 뒤 최대 3년 이내 채권을 소각해준다. 또 채무조정 이후 빚을 갚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본인 신청 후 심사 결과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채무를 면제해준다.

더불어 금융회사 등 국민행복기금 외부의 장기소액연체자 76만2000여명에 대해서는 본인이 신청하면 심사 후 채권 매입 또는 채무 재조정을 통해 빚을 정리해준다. 정부는 민간 금융권에는 63만5000명이,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12만7000명이 소액의 빚을 오랫동안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연체발생 10년 이상, 채무조정 전 원금 1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5년 이상 또는 75% 이상 갚은 경우 재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 후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빚을 면제해준다.

정부 예산 안 들어가...민간 채권소각은 자발적 기부금 등으로 충당

이렇게 장기소액연체자의 빚을 소각하는 과정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진 않는다는 것이 금융위 쪽 설명이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 보유 채권을 정리하는 것은 채권 금융회사 등이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별도 소요예산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업체 등 민간이 가지고 있는 장기소액연체 채권의 매입 비용은 금융회사 등의 자발적인 출연‧기부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금융위는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민간의 채권 매입 비용은 현재로선 알기 어렵고, 기부 등도 전적으로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 정부 쪽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오랜 기간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개인 부실채권이 과도하게 다시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본요건 등을 올려 영세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또 대부업자의 자금 조달을 제한해 매입채권 담보대출을 통한 반복적인 채권 매입, 과잉 추심 등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대부분의 매입채권추심업자는 사들인 부실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이 돈으로 부실채권을 추가로 사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과도하게 추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소액연체자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면밀 심사해 도덕적해이 방지

더불어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할 때 빚 갚을 능력을 심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또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매각하고 추심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년 상반기 안에 법제화한다는 것이 정부 쪽 방침이다.

또 정부는 이처럼 장기소액연체자를 지원하게 되면,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이 빚을 갚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우선 스스로 재기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국민행복기금의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연체자의 평균 빚은 약 450만원 수준인데 이들을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활용해 면밀히 재산‧소득심사를 하고,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한해서 추심을 중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태그:#장기소액연체, #금융위원회,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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