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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습니다. 촛불이 매주 광장을 가득 메운 결과 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습니다. 촛불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촛불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박근혜정권퇴진행동 기념기록사업회와 <오마이뉴스>는 '촛불1년, 우리가 쏘아올린 희망은?' 공동기획을 통해 촛불 주역인 시민들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촛불이 남긴 변화와 희망, 한계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씨가 가족과 함께 나간 촛불집회
▲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씨가 가족과 함께 나간 촛불집회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씨가 가족과 함께 나간 촛불집회
ⓒ 조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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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2월 1일 오전 10시 50분]

엄마는 분주하다. 오후 9시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토론회 준비, 기자회견문 작성 등을 하다보면 어느새 새벽 3시~4시가 훌쩍 넘는다.

두 아이의 엄마 조성실(31)씨가 잠도 잊은 채 몰두하고 있는 건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이다.

엄마는 미친 춤을 추고 싶다

"저는 늘 먼저 일어서서 미친 춤을 추는 사람이고 싶었었는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먼저 미친 춤을 추면 따라 추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같이 열심히 춤을 추고 싶습니다."

지난 4월 22일 '정치하는 엄마들' 첫 모임 날, 조씨는 선전포고를 했다. 초면인 사람들 앞이었지만 그는 "이제는 행동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조씨는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동대표가 됐다.

엄마들이 모여 만든 '정치하는 엄마들'은 보육, 노동, 성평등, 혐오발언, 탈핵 등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는 단체다. 엄마들이 나서 아이에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고자 지난 6월 정식으로 발족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으로 조씨의 인맥, 생활반경은 지역구에서 전국구가 됐다. 동네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공동육아를 하던 그는 요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의 이름으로 토론회, 기자회견에 참석하느라 바쁘다.

지난 7월 열렸던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폐지 목요촛불집회'에서는 10개월 된 둘째아이를 등에 업고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영세 사교육이라는 말을 언론에서 한 번쯤은 접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0세부터 시작되고 특권학교 입학을 위해 살인적인 중학교 사교육, 거기에 뒤처질까 초등학교 사교육, 시작부터 뒤처질까 영유아 사교육이 연쇄로 시작됩니다. 그렇게 엄마들은 좋은 교육 제공하는 좋은 엄마 되기 위해서 불안과 욕망 사이를 끊임없이 줄타기 하고 있습니다. 과연 정상일까요?"

5살 첫째아이와 남편도 이날 집회에 동행했다. 이렇게 4인 가족이 참여한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겨울 타올랐던 천만 촛불이 조씨 가족의 첫 촛불 나들이었다.

집에서 LED촛불을 들고 놀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 공동대표의 자녀들
▲ LED촛불을 들고 놀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 공동대표의 자녀들 집에서 LED촛불을 들고 놀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 공동대표의 자녀들
ⓒ 조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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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가져온 변화... '엄마+정치'

출산하고 100일, 조씨는 촛불을 들었다. 갓난아이와 4살 아들, 남편까지 대동하고 촛불 광장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촛불만큼 경찰도 많았다. 경찰버스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첫째가 물었다.

"어떤 도둑 잡으려고 경찰이 이렇게 많이 온 거야?"

조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 도둑 잡으러 우리가 가는 거야."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조씨 혼자 광장에서 촛불을 든 날도 많았고, 거리에 못 나갈 때는 집에서 촛불을 들었다. 소등 시간에 맞춰 불을 껐다. 그렇게 촛불에 동참했고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이뤄냈다.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던 지난 3월 10일, 조씨는 우리 힘으로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동시에 한계도 느꼈다.

"헌재는 세월호 참사를 박 전 대통령 파면 사유로 삼지 않았어요. 엄청난 사고가 났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은폐했음에도 파면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죠. 안전사회 건설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는 것은 국가가 아니고 나 자신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을 저지른 정권이 바뀐다는 기쁨과 동시에 사고가 나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1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병설 유치원 발언' 사건이 발생했다. 안철수 후보는 사립유치원장들 앞에서 "대형 병설 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 유치원에 대해서는 독립운영을 보장하겠다"라고 밝혔다.

"연유가 어찌됐든 안철수 후보가 그런 발언을 사립 유치원장들 앞에서 했던 것은 조직화된 표가 무섭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보수든 진보든 정치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유권자와 표더라고요. 우리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예전 같으면 이런 일이 발생해도 온라인상에서 엄마들과 분노하다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촛불을 거치며 '행동'의 위력을 본 조씨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일간지에 쓴 '엄마정치'라는 연재 칼럼을 봤다. "정치에 여성(엄마)들이 나서야만 독박육아를 끝장내고 평등하고 행복한 가족공동체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에서 그는 무릎을 쳤다.

정치와 엄마. 두 단어가 결합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조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엄마들이 모였다. 권리회원 100여 명, 페이스북 활동 회원 2000명에 달하는 '정치하는 엄마들'이 탄생했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모임 사진.
▲ 치하는엄마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모임 사진.
ⓒ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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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은 일상 속 촛불이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은 조씨가 일상에서 촛불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특수학교 문제나 칼퇴근 등 문제라고 생각만 했던 일상의 고민들을 구체화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만큼은 희망적인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촛불에 나갔어요.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도 그렇죠. 당장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를 바꿔나가고, 그렇게 바뀐 사회는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라고 봐요."

그는 촛불이 광장에서 국회로 번져 탄핵소추안 통과를 이뤄냈듯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이 정치권을 바꾸는 촛불이 되길 바란다.

"엄마들만큼 지역이슈와 실생활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엄마들의 목소리가 국정 운영에 많이 반영되고 엄마들 안에서 생활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정치와 엄마가 잘 어울리는 단어가 되길 바라죠. 제 바람이에요."




인생 첫 촛불 든 사내하청노동자..."촛불은 용기"

대기업 사내하청노동자에게도 촛불은 '용기'가 됐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이하 롯데캐논)의 사내하청기업 유천산업 노동자 심옥임(56)씨는 집회가 무서웠다. 전라남도 곡성에서 자라며 들었던 광주 5․18 이야기들은 집회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동료들이 자주 집회에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가게 된 촛불은 그의 일상을 바꿨다.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예전에는 참았다. 말해봤자 바뀔 게 없다고 느꼈다. 괜히 목소리를 높이다 구속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그런데 촛불이 정권을 바꾼 이후, 그는 목소리를 낼 용기가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이야기했잖아요. 그 뒤로도 직접고용 등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우리도 해보자' 생각이 드는 거죠."

촛불 이후 그는 노동자들을 대표해 사측과 이야기하는 노사협의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장님도 예전보다는 막말도 덜하고 이야기는 좀 듣는 것 같아요. 정권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촛불이 무서워서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이 시민들의 방어막이 되고 있는 거죠."

물론 만족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삶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전한 임금차별, 고용 불안을 겪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는 촛불을 든다.

"회사와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니까, 촛불을 지금도 계속 들고 있는 것 같아요. 원청인 롯데캐논과의 대화와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촛불을 들고 있는거죠."


한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행사는 촛불의 주역인 시민들이 지난 1년간 발견한 희망과 앞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해 희망을 이야기할 시민 300명의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

참가신청: http://bit.ly/2AKbDWJ
문의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02-733-1029, candle20161029@gmail.com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기록기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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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1주년, #박근혜퇴진행동, #시민토론회, #정치하는엄마들,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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