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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4-세라비 D3+1. 꼴라주, 종이, 30*30cm, 2017
▲ HS4-세라비 D3+1. 꼴라주, 종이, 30*30cm, 2017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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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근대 도시 저변으로 밀려난 우리 안의 원시성을 회복하고 사그라진 신화적 상상력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죤 뒤이는 "현대 문명의 예술적 상상력 빈곤은 상당 부분 경제적인 제도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이 빈곤은 경제적 이익이나 손익계산과도 밀접히 관련된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인왕산 자락. 대로변의 현대적 건물들 뒤로 숨겨진 충정로의 뒷골목길들, 예측 불허의 구불구불한 거미줄 같은 길들, 폐허의 소규모 한옥들, 100년을 채울 것 같은 낡고 괴상한 근대식 아파트와 한국전쟁 직후의 가옥들 또는 아파트들, 골목에 늘어선 화분들, 빨래 줄에 걸린 마른 야채들, 속옷들, 누런 개, 기차소리와 그 진동들, 골목길의 냄새들이 바로 그것이다.

HS4-볼다이렌 D3+4, 꼴라주, 종이, 천, 35*45cm, 2017
▲ HS4-볼다이렌 D3+4, 꼴라주, 종이, 천, 35*45cm, 2017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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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되고 낡은 충정로의 골목과 인왕산 기슭의 무악재에서 건진 신화적 상상력을 담은 예기(leggi KIM)의 '감히 말할 수 없다 - 무악재경(Je ne sais quoi)'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트렁크 갤러리에서 열린다.

복합매체(꼴라쥬, 사진, 동영상, 오브제 설치) 전시인 이번 작품전은 2014년 처음 발표한 '워킹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산책자'를 화두로 한 장기 프로젝트이며 벤야민, 죠이스, 보들레르와 한국의 구보(박태원 <구보씨의 하루>의 주인공) 등의 근대 도시 산책자들을 모델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산책기'의 의미를 지니며 이것을 일상의 '흩어진 경험의 수집기' 또는 '지도제작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의미하는 지도는 단순히 약속된 기호로 지형을 담아낸 평면도가 아니라 그 어떤 형태의 것도 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포함하고 모든 것을 접속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HS4-마이테 D3+5. 꼴라주, 종이, 천, 35*50cm, 2017
▲ HS4-마이테 D3+5. 꼴라주, 종이, 천, 35*50cm, 2017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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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심심한 현대 도시의 산책자로서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포함한 현대인의 삶의 환경과 조건들을 탐색해 나간다. 또 산책을 통해 얻어진 물질적-비 물리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접속해간다. 그러나 이러한 파편적인 수집물들이 어디에 도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산책자'의 발이 들려주는 것들을 따라가 보는 수밖에.

'감히 말할 수 없다 - 무악재경'에 등장하는 꼴라쥬 양식의 기괴한 존재들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눈에는 분명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병풍같이 둘러싼 신식 대형 건물들 '사이' 그 어딘가, 또는 그 옆, 그 뒤, 그 밑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감히 말할 수 없다'는 <산해경(山海經)>에서 따온 말이다. 이 표현은 사마천의 기서(奇書)인 '산해경'을 지칭할 때 종종 쓰였다. 산해경은 고대인들의 지형적 상상력을 담고 있어, 지도나 지리서란 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지역과 지형에 대한 정보 기능으로 축소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도란 우리의 합리적인 정신의 층위를 포함해 직관과 무의식,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듣고, 보는 오감의 총체적 경험을 담는다.
김예경 교수 김예경 교수
▲ 김예경 교수 김예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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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2017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특별시 지원으로 마련됐다.

작가 예기(본명 김예경)는 20년간 파리 유학을 하며 파리1대학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The theater of Lefebvre_3년_I' 원앤제이 갤러리(2010), '걷는 도시_충정로 모던(Walking City_Chungjeong-ro modern)', 선재아트센터(라운지프로젝트)(2014) 등 7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2000년부터 일본의 독립영화작가 쿠니히코 나카가와 (Kunihiko Nakagawa)와 함께 'DEF 프로젝트' International collaborative digital film making project(국제 디지털 공동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해오고 있다. 2012 동아미술제 전시기획상, 2014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상을 받았다. 현재 고려대역사연구소 연구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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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언론사 2곳에서 기사 쓰는 노동을 했습니다. 지금은 독립해 후배들과 함께 바우콘텐츠공작소(www.bowmedia.co.kr),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온갖 탈 것들과 여행, 미술, 음악, 요리, 낚시 등을 좋아합니다.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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