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의 미흡한 지원 현실이 부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홈에서 열리는 첫 번째 동계올림픽을 70여 일 앞두고도 달라진 점이 없어 더욱 한숨을 쉬게 만들고 있다.

컬링 대표팀은 지난 27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현재 열악한 상황을 얘기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표팀이 말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훈련장, 전문가, 홈대회다. 대표팀은 "홈 이점을 살리기 위해 강릉 컬링센터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을 꺼냈다. 강릉 컬링센터는 지난 3월에 완공했지만 이내 부실공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8월까지 개보수 작업을 했다. 그런데 그사이 컬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결국 연맹은 대표팀이 강릉에서 훈련할 계획조차 짜지 못했던 것이다.

컬링대표팀, 평창 향한 도전 2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교동 실내빙상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 컬링대표팀, 평창 향한 도전 2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교동 실내빙상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컬링을 보다 전문적으로 가르칠 외국인 지도자도 없다. 현재 대표팀 가운데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이러다 보니 국내 코치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고, 코치진 역시 버겁다며 고개를 떨궜다.

홈에서 제대로 된 대회 한 번 치르지 못한 것도 문제다. 연습뿐만이 아니라 실전경험을 제대로 쌓아야 본무대인 평창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컬링 국제대회가 예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은 70여 일 사이에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나아가 선수들은 "여러 곳에서 후원을 해주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체감할 수 없다"며 의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컬링은 KB금융그룹, 신세계 등에서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다 보니 선수들이 느끼는 것은 이전과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의 대표팀인데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뒷받침 해줄 만한 여건은 전혀 조성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동계종목은 하계종목에 비해 더욱 조명을 받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사실상 대부분의 종목이 음지에 가깝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사진. 스피드 선수들이 입고 있는 경기복은 지난 4-5월 빙상연맹이 경기복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직전시즌과 다른 부분 방탄소재로 이뤄진 경기복이다. 선수 일부는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사진. 스피드 선수들이 입고 있는 경기복은 지난 4-5월 빙상연맹이 경기복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직전시즌과 다른 부분 방탄소재로 이뤄진 경기복이다. 선수 일부는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대한빙상연맹


동계올림픽 개최국임에도 암울한 현실 

한국의 동계종목은 사실상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가장 인기가 있다는 빙상종목도 마찬가지다. '피겨여왕' 김연아(27)이 나온 나라지만 그가 은퇴한 지 4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피겨 전용링크는 단 한 곳도 없다.

한국 피겨와 쇼트트랙은 하키 전용링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동계종목은 빙질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각 종목마다 요구되는 빙질에 맞춰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온도가 낮고 딱딱한 하키 빙질에서 훈련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른 빙질이 요구되는 쇼트트랙과 피겨에는 당연히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인천 선학 빙상장도 하키 빙질에 맞춰져 지어졌다.

설상이나 썰매종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전까지 선수들의 훈련장조차 하나 없었다. 한 광고에서 나오든 썰매(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종목의 경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가 열리기 전까지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했던 일화는 이제 유명하다. 이전까지 선수들은 전용 트랙에서 훈련하기 위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곤 했다.

스포츠 연맹과 관련한 잡음은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올해도 동계 종목은 끊임없이 연맹과 마찰을 빚었다. 빙상연맹의 경우 지난 4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경기복을 돌연 교체하기로 결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연맹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를 강했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후 빙상연맹은 피겨 불모지 종목인 페어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채 일 년도 안 돼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현재 평창을 바라보고 훈련하고 있는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각각 한 팀밖에 없다. 한때 3팀까지도 있었지만, 비싼 전지 훈련비와 부상 등의 이유로 모두 해체되고 말았다. 이들을 위한 지원은 없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연맹은 지도자들과 마찰로 문제를 일으켰다. 봅슬레이 외국인 지도자 간에 내분이 일어났는데 연맹이 이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봅슬레이 2인승 간판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BS연맹)는 지난 시즌 국산 썰매 적응문제, 원윤종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결국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서영우.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시즌 지도자 내분이 일어나는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연맹이 제대로된 조율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부상과 썰매 장비 등의 문제로 성적이 급하강했다.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서영우.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시즌 지도자 내분이 일어나는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연맹이 제대로된 조율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부상과 썰매 장비 등의 문제로 성적이 급하강했다.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황무지'에서 금메달 8개 목표? 선수들에게 '미안할 지경'

대한체육회는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목표로 금메달 8개-종합순위 4위를 내걸었다. 이러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실전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돼도, 올림픽을 유치해도 상황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목표인 '금메달 8개-종합순위 4위'라는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역대 최고성적을 바라는 것이 '선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해야 맞다.

평창에서 최고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체육회와 연맹 등에서 오랜 기간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선수단과 꿈나무 육성을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계획조차 없었고, 결국 시간만 흐른 채 올림픽은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을 계기로 동계종목 선수들은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돼,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훈련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올림픽 코앞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당장 나은 훈련 환경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 연맹이 존재하는 목적은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올림픽공원 안에는 동계종목뿐만 아니라 수많은 체육단체가 있다. 기자는 연맹들에 묻고 싶다. 과연 연맹이 존재하는 이유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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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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