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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 표지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 표지
ⓒ 행성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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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자신의 섹슈얼리티(Sexuality: 성역할, 성의식, 성 담론, 성적 욕망, 성적 현상 등 성적인 것 전체)에 대해 좀체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는 남성이 스스로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얘기하는 드문 책이다.

저자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일본의 철학자이자 와세다대학교 교수다. 그는 남성 불감증과 교복 페티시를 비롯한 롤리타 콤플렉스 등에 대해 1인칭으로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렇게 남성성을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나는 페미니즘이 밝혀 온 성 지배의 구조가 매우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 구조를 해체하려면 남성이 변해야 한다. 특히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변해야 한다. 남성인 내가 '나'를 주어로 하여 남성 섹슈얼리티에 대해 지금까지 언급된 적 없는 부분을 해명함으로써 남성 쪽에서 성 지배의 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어떤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197쪽)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 지난 21일(화) 마포구 아티스티 카페에서 잡담회가 열렸다. 영화감독 홍재희(<그건 혐오예요> 저자),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허윤(<그런 남자는 없다> 공저자), 푸른아우성 교육팀장 이충민(<시크릿 가족> 작가) 씨가 모여 이 책을 소재로 해 자유롭게 잡담을 나누었다.

왼쪽부터 이충민, 허윤, 홍재희.
▲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 출간 기념 잡담회 왼쪽부터 이충민, 허윤, 홍재희.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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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는 남성성 담론에 대해 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날 잡담도 흔한 남성성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되었다. 즉 우리 사회에 '남성은 원래 이렇다 저렇다' 하는 규정들이 퍼져 있는데, 과연 그러한지 얘기를 나누었다.

일단, 남성은 시각적 자극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통념이 있다. 이충민씨는 이에 대해 "특히 매체에서 그런 식으로 다루는데, 개인적 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재희씨도 "그럼, 여성은 시각적 자극에 반응이 약한가? 여성도 시각에 매우 민감하다"고 지적하며 남성만의 특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론했다.

허윤씨는 한 발 나아가 그러한 통념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남성이 시각적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존재라는 규정이 무엇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곧잘 이용되고 한다. 그리고 여성 피해자를 가둔다. 즉 성폭력을 가한 남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치마가 얼마나 짧았는가, 여성이 얼마나 저항했는가의 문제로 바뀌어 버린다."

잡담은 포르노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졌다. 성교육을 하는 이충민씨는 "이제는 남학생도 여학생도 포르노를 많이 보고 있다"며 포르노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널리 퍼진 현상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 "포르노가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남자가 원하는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유포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허윤씨는 젊은 여성들의 BL(Boy Love) 장르 선호에 대해 언급했다. "젊은 여성은 BL을 많이 즐긴다. 여기에는 남성만 나오는데, 이것을 보는 여성이 과연 누구에게 동일시하는지 그 욕망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물음을 던졌다.

홍재희씨도 유사한 맥락에서 "게이 포르노에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아서, 기존 포르노보다 불편함이 적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허윤씨는 "BL에 여성이 안 나올 뿐, 이 역시 강간 서사, 폭력 서사가 매우 강하다"며 포르노의 폭력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허윤씨는 이 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일정 부분 의미를 인정했다.

"저자가 사회적 맥락,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특히 10대 소녀를 소비하는 중년 남성의 사회적 위계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려는 책은 아니다. 남성이 스스로 자신을 생각해 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충민씨도 남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도에 대해 평가했다.

"남성들은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할 뿐이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부터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남성도 자신의 남성성에 대해 돌아보자."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는 2005년에 출간된 <남자는 원래 그래?> 개정 증보판이다. 개정판에는 초판 출간 이후의 반응과 저자의 변화가 추가되었다. 남성이 자기 목소리로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고백하며 성적 욕망들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 만큼 관심을 받았다.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 - 한 철학자의 섹슈얼리티 탐구

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행성B(행성비)(2017)


태그:#모리오카 마사히로, #섹슈얼리티,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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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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