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영화상 신인여우상을 휩쓴 <박열> 최희서 배우

2017년 국내 영화상 신인여우상을 휩쓴 <박열> 최희서 배우 ⓒ SBS


지난 10월 25일 대종상으로 시작된 연말 주요 영화 시상식이 9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아래 영평상)과 25일 청룡상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올해 모든 영화상의 유일한 공통 분모는 <박열>의 최희서였다. <박열> 최희서는 대종상에서부터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모든 영화상 시상식 무대에 위에 빠짐없이 오른 최희서는 10월 부일영화상, 11월 1회 더 서울 어워즈, 12월 열리는 부산 영평상 수상자로도 선정되며 신인여우상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특히 대종상에서는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히로인으로 급부상했다. 개최 시기가 달라 각 영화상의 후보작들이 조금씩 다른 상태에서 모든 상의 신인상을 휩쓴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탁월한 연기를 보였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청룡상 최대의 스타 된 남우조연상 진선규

 청룡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

청룡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 ⓒ SBS


최우수작품상은 <택시운전사>가 우위를 보였다. <택시운전사>는 대종상과 청룡상의 선택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배우가 청룡상과 영평상을 수상하며 우위를 보였다. 더서울어워즈에서도 수상한 <아이 캔 스피크>는 대종상에는 출품하지 않았다. 남우주연상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 우위였다. 청룡상에서는 <택시운전사> 송강호에 밀렸으나, 대종상과 영평상의 트로피를 거머 쥐었다.

감독상은 <박열>의 이준익 감독이 대종상,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이 영평상,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이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상에서는 <박열> 배우나 스태프들의 수상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준익 감독이 비교 우위를 차지했다. 

여우조연상은 <더 킹> 김소진의 절대 우위였다. 남녀조연상이 없는 영평상을 제외하고 대종상과 청룡상울 수상했는데,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 단편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소진의 활약도 신인여우상의 최희서 만큼이나 주목받았다. <군함도>의 이정현과 김수안은 더서울어워즈와 부일영화상을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은 영화상마다 수상자가 갈릴 만큼 차이를 보였다. 대종상은 <더 킹> 배성우를 선택했고, 더서울어워즈는 <공조>의 김주혁 배우에게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상을 안겼다. 부일영화상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김희원을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 남우조연상을 주연상 급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청룡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였다.

오랜 시간 무명 배우로 활동했던 진선규는 청룡상 무대위에서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4분 동안의 수상소감으로 그동안의 회한을 풀었다. 덕분에 청룡상 최대 스타가 됐다.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영화상이 주는 감동을 무대 위에서 보여줬고, 이틀 내내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 받고 평가 받는 시상식을 넘어 배우로서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자리로 만들었다.

신인감독상도 영화상마다 달랐는데 대종상은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 영평상은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청룡상은 <연애담> 이현주 감독이었다. 엄태화 감독과 이현주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영화제와 영화상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한국 영화 아카데미의 전통을 이었다.

부실한 예심을 본심서 극복한 대종상

 지난 10월 25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발표하고 있는 김구회 대종상조직위원장

지난 10월 25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발표하고 있는 김구회 대종상조직위원장 ⓒ TV조선


올해 영화상들은 특징은 대부분 심사 논란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 됐다는 점이다. 특정 영화에 대한 몰아주기 시상도 없었고, 이례적인 수상결과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대중의 예상과 달랐던 결과는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최희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워낙 출중한 연기력을 보였던 탓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영화상의 위상의 차이는 어쩔 수없이 드러났다. 청룡상은 올해 '위로'에 초점을 맞춘 채 시상식을 진행했고 진선규의 눈물의 수상소감으로 감동을 줘 국내 대표 영화상으로의 위치를 굳히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조선일보 계열사가 주최하는 영화상으로서 영화인들의 거부감이 남아 있는 것은 걸림돌이다.

대종상은 더 이상의 추락을 면했지만 권위나 위상을 되찾으려면 갈 길이 먼 상태다. 원로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영화인총연합회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예심 심사과정에서도 일부 심사위원은 학연을 강조하며 특별출연 정도의 배우를 주연상으로 추천하는가 하면, 영화 쪽과는 관계가 없는 입시학원 강사가 단지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유만으로 수년째 예심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심사위원 구성 자체에서도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심사에 참여한 일부 원로영화인들은 한 두 편만 보고 심사에 임한 데다 후보작이었던 독립영화 <용순>에 대해 1970년대 영화내고 묻는 등, 부족한 자질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영화들이 출품을 거부하거나 사양해 27편의 영화를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졌다는 것도 다른 영화상과 비교해 한계를 드러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심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홍준 감독과 오동진 평론가 등이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논란 없는 심사 결과를 도출해 내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부실했던 예심을 본심에서 극복해낸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대종상을 살리려면 원로 영화인들이 손을 떼고 별도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체 영화인들이 후보작 추천 및 수상자 선정에 참여하는 아카데미 방식으로의 전환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매해 발전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운영권을 넘기는 행태가 반복되는 상태에서는 전망이 어두워 보인다.

회원들이 위상 깎아 먹은 영평상

 지난 11월 9일 열린 영평상 시상식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평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성하훈


영평상은 그간 안정적인 심사를 통해 대종상 추락 과정에서 위상이 높아졌으나 한국영화평론가협회(아래 영평) 회장의 사퇴를 놓고 내부 대립 속에 상당수의 회원이 심사에 불참해 예전보다는 비중이 떨어져 보였다.

박근혜 정부의 영화계 탄압으로 드러난 2015년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에 대해, 영평 김병재 전 회장이 영진위의 청탁을 받고 일간지에 이를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한 사실이 국회에서 드러나 영평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퇴진 요구를 거부하던 김 회장은 20여 명이 회원들이 심사거부와 함께 영평상 불참을 예고하자 지난 10월 임시총회를 소집해 재신임을 받은 후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영화계 내부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회장을 재신임한 회원들이 대체 누구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23명의 회원 중 18명의 회원이 재신임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영화상의 권위를 영평 회원들 스스로가 깎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평 소속의 한 평론가는 <남한산성>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김상헌(김윤석 역)의 자결을 지적하며 영화의 각색은 인정할 수 있으나 시대극으로서 영화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왜곡이자 윤리의 문제'라며, '남한산성의 최우수작품상은 나도 영평 회원이지만 회원들의 몽매함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영화상 청룡상 대종상 영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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