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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서서히 잠이 깬다. 알람 소리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서둘러 스마트폰을 주섬주섬 찾아 알람을 끈다. 잠금화면 시계를 본다. 오전 4시 30분. 아직 집안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이다.

이불을 걷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대충 얼굴을 씻은 뒤 책상 앞에 앉아 블로그를 연다. 하얀 바탕의 입력창이 뜨더니 검은 커서가 껌뻑인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 전날 써놓은 글감을 훑어본다. 키보드에 두 손을 얹고 머릿속 문장을 써 내려간다. 남은 시간은 약 40분. 출근 준비를 하기 전까지 짧은 글 한 편을 빠르게 완성해 포스팅한다.

워킹맘 이혜선 시민기자가 소개한 그의 아침 풍경이다. 대기업의 17년 차 차장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IT 분야의 SM(service management, 서비스 관리). 글쓰기와 크게 상관없다. 투잡도 아니다. 유년시절 장래희망란에 '작가'라고 적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대학 때는 조경학을 전공했다.

 이혜선 시민기자
 이혜선 시민기자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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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책상에 앉아 자기만의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둘째 아이가 태어난 해인 2012년부터다. 연년생인 두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사투'에 가까웠다.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제 앞가림을 못 하는 두 아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느라 밥 한술 편히 못 먹었고, 잠은 늘 부족했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부족보다 더 괴로운 건,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를 고민할 여유조차 없다는 현실이었다. 쌓여만 가는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비워낼 "배출구"가 필요했다. 블로그를 열어 육아를 둘러싼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초반에는 "그냥 조금 힘든 것뿐이라고 생각하자"(2012년 5월 24일)라는 한두 문장에 모든 고통을 담았다면, 복직하는 시점부터 조금 긴 호흡으로 애착, 어린이집, 일·육아 병행 등의 고민을 풀어냈다. '힘내라'는 댓글이 한두 개씩 달렸고, 블로그 이웃신청이 늘어갔다.

"처음 쓴 글 보면 거의 넋두리예요. 그냥 내가 힘든 상황만 주저리주저리 쓴 거예요. 그렇게 하면 스스로 (마음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넋두리만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누구에게 털어놓는 것과 같다 보니 배출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거죠. 당시 저는 애를 키우면서 외롭고 힘들었는데, 이를 이야기할 소통 대상이 없었어요. 블로그가 일종의 소통창구가 됐죠."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앞에 배치해야"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2015년 3월 18일, 그가 시민기자로 처음 쓴 기사(숨만 쉬어도 예쁜 둘째... 낳을지 망설이는 후배에게)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1420개나 얻는 등 많은 워킹맘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블로그 이웃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낸 걸 보고 '나도 해볼까' 해서 해봤는데 진짜로 내 이야기가 기사가 돼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애 키우며 내 시간을 따로 내 무언가에 도전하기란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아이를 재우고 나서 책을 읽어야지'라고 다짐한 날에는 꼭 애가 자정까지 광란의 밤을 보내거나, 모처럼 평일 휴가를 내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동안 자기계발 좀 해볼까' 싶으면 애가 아파 독박육아를 하게 되거나... 그러다 결국 체념하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이혜선 시민기자는 굳이 새벽 글쓰기를 택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루 중 가장 앞에 배치해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후에 휴가 낸 다음 커피숍에서 글을 쓰려 하면 90%는 취소돼요. 회의가 잡히거나 행사가 생기거나 애가 아프거나. 새벽에 쓰는 거 아니고는 답이 없어요. 어차피 애 있으면 늦잠도 못 자잖아요. 애가 일찍 일어나니까."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게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애들이 어리면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만해도 엄마가 일찍 일어나면 "귀신같이 알아챘다"고. 애가 '엄마 없어' 하며 나오면 다시 들어가서 재웠고, 그러다가 "같이 곯아떨어질 때"도 있었다. '새벽 시간이 또 날아갔다'며 머리를 움켜쥘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시도했다.

배우자의 도움도 한몫했다. 이혜선 시민기자의 아침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의 등교는 남편이" 다 한다. <오마이뉴스>에서 기사 청탁 등이 들어오면 주말에 글을 마감할 수 있도록 애들을 전담해 돌봐준다. 대신 남편도 일이 바쁘기 때문에 "3, 4일 전에 미리 스케줄을 조정"한다. 그렇게 그는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 글 쓸 기회를 끊임없이 개척했다.

"글쓰기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게 괜찮은 생활이 될 것 같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은 생계를 위한 것이지만, 제2의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글쓰기였으면 좋겠고. 굳이 조급하게 생각 안 하고 여유 있게 해나가도 될 것 같아요."

1일 1포스팅, 월 대여섯 권 독서... '누적의 힘'

 이혜선 시민기자
 이혜선 시민기자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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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쓰기를 '장기전'으로 정한 다음부터 '매일 쓰는 습관'에 방점을 뒀다. 글이 안 써지거나 쓰기 싫을 때는 사진에 한두 문장이라도 얹어 블로그에 올린다. '1일 1포스팅'이 자신과 정한 원칙이다. 

또한 "생각나면 일단 쓰자"는 주의다. 육아나 워킹맘과 관련해 일상에서 떠오르는 감상이나 의견, 아이디어를 스마트폰 메모장에 그때마다 써놨다가 나중에 살을 붙여 한 편의 글로 완성한다.

한 번에 글을 써 내려가기보다는 "생각한 것들을 틈틈이 쓴 다음 레고처럼 조합"하는 스타일이다. 퇴고도 빼먹지 않는다. 청탁받은 원고를 쓸 때는 주변 워킹맘과 대화하며 취재도 한다. 편하게 수다 떨 때도 촉을 세우고 듣다가 "자기 그 말 좋다, 다시 해봐" 하며 적어두는 식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독서도 빼먹지 않는다. 그는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출퇴근하는 왕복 4시간 동안 책을 펼치려 노력한다. 30분 일찍 출근해 커피숍에서 책을 읽은 다음 사무실로 들어갈 때도 있다. 육아와 엄마의 삶을 주제로 에세이를 쓴다고 해서 육아에 치중된 책만 읽지는 않는다. "정희재, 임경선, 무라카미 하루키 등 잘 쓰는 사람의 글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포스트잇을 들고 인상 깊은 구절을 표시해둔 다음 베껴 쓴다. 주로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필사한다. "처음엔 손으로 썼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요즘에는 컴퓨터로 옮겨 쓴다. 블로그에 느낀 점을 따로 리뷰로 간단하게 작성해두기도 한다. 그렇게 한 달에 5, 6권의 독서량을 유지한다. "이렇게 누적해가니 글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글쓰기 관련 책도 많이 접하며 '문장을 짧게 쓰라'는 규칙을 실전에 적용해보기도 했다고.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을 읽으며 '작가들은 퇴고를 질릴 정도로 많이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그들처럼 써보려 했다.

그의 노력은 블로그 게시물 1446건, <오마이뉴스> 기사 28편(11월 25일 기준)의 결과물로 이어졌다. 다른 매체에서 글을 연재해달라는 청탁 요청도 들어왔으며, 방송사 라디오 인터뷰에도 출연했다.

글 쓰고 싶나요? 일단 쓰세요

이혜선 시민기자의 글은 문장이 쉬우면서도 주제가 묵직하다. 특히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시댁 합가를 고민하는 워킹맘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장단점을 솔직히 알려주다가도, "그래서... 합가를 하라고도, 혹은 하지 말라고도 하지 못하겠어"라고 결론짓는다.

이래라, 저래라 답이 분명한 육아서를 보다가 그의 기사를 읽으면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간의 삶이란 게 저마다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계발서와 실용서 등을 많이 읽고 실천하는 편이지만, 그런 책들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세상엔 많더라고요. 육아가 힘들면 아이돌보미를 고용하거나 육아를 분담하면 된다는 조언은 누구나 다 알죠. 엄마도 애한테만 집중하지 않고 둘 다 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다 교과서 같은 얘기예요. 둘 다 잘하려 하지 마라?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하거나 애를 방치할 순 없는 거잖아요.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이렇게 하라'는 정답보다는 '저마다 가치관을 세우고 가야 한다'는 데 집중해서 써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통해 후배에게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가도 결국은 '네 기준이 뭐냐'고 묻는 것이에요. '네 기준 안에 답이 있다'는 뜻이죠."

 이혜선 시민기자
 이혜선 시민기자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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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 시민기자의 다음 목표는 출간이다. 그동안 쓴 글을 다듬고 엮어서 자신만의 책을 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육아 에세이 등으로 작가가 되길 바라는 엄마, 아빠들에게 "일단 쓰라"고 조언했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일단 해봐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얼마 전에도 누군가 블로그에 비밀글로 '<오마이뉴스>에 돈을 주고 글을 쓰냐'는 질문을 달았다. 이에 "돈 받고 쓴다고 답해드렸다"며 "누구나 <오마이뉴스>에 쓸 수 있으니 도전해봐라, 해보면 되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혜선 시민기자와 1시간 가량 인터뷰하면서 그가 일전에 읽었다는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속 한 문장이 떠올랐다.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이혜선 시민기자의 대표 기사]

남편 설거지가 못마땅한 시어머니의 속내(http://omn.kr/oap7)
회사-집-회사-집, 그녀의 죽음이 남일 같지 않다(http://omn.kr/m6jx)
도대체 시댁이 왜 불편하냐는 남자들에게(http://omn.kr/hz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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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