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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가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지역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요금을 근절시키겠다며 지난 10월 9일 오픈한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안내시스템' 홈페이지 캡춰
▲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안내시스템' 홈페이지 강릉시가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지역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요금을 근절시키겠다며 지난 10월 9일 오픈한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안내시스템' 홈페이지 캡춰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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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원도 강릉시(시장 최명희)의 숙박업소 시책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개폐막식 등은 평창에서 열리지만 빙상 등 주요 실내 경기는 강릉시에서 열린다. 이에 강릉시는 올림픽 기간 동안 일 평균 6만 명이 강릉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평창은 숙박업소가 많지 않아 강릉시의 숙박업소가 그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바가지 요금을 잡지 못하면 올림픽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강릉시가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숙박업소들은 가격 담합을 위해 '예약 거부'까지 하면서 인위적인 숙박 요금 통제는 불가능하지 않냐는 얘기도 나온다.

피서철 바가지 요금도 못잡는데...

강릉시가 "바가지 요금 잡겠다"며 지난 10월 중순 요란하게 내놓은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안내시스템(http://stay.gn.go.kr)'은 한 달여 만에 참여 업체 중 40% 가까이가 탈퇴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됐다. 여기에다 숙박업소 공실(빈방) 정보가 실시간으로 변경되지 않거나 몇몇 업소들은 "아직 가격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예약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강릉시는 지난 24일 "평창올림픽 특수를 노린 일부 강릉 지역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특별 단속 TF팀을 구성해 1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강력 단속을 예고했다.

사실 강릉시가 민간업소의 요금을 강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이에 강릉시는 계도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건축법, 주차장법, 공중위생법, 소방시설법 위반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강릉시는 바가지 요금이 횡행할 경우 올림픽 개최지 이미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인접한 동해, 삼척, 속초 등으로 가거나 아예 경기만 보고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12월 개통에 앞서 시승행사 중인 서울∼강릉을 연결하는 경강선 KTX가 강릉역을 출발하자 최명희 강릉시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시승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 "강릉에도 KTX 운행해요" 12월 개통에 앞서 시승행사 중인 서울∼강릉을 연결하는 경강선 KTX가 강릉역을 출발하자 최명희 강릉시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시승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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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는 12월 개통 예정인 청량리~강릉 간 경강선 KTX가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는 새벽 1시까지 운영된다. 이 경우 관광객들은 서울이나 KTX 중간 정착지인 원주에 숙박할 수도 있어 강릉시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최악의 경우엔 무더기 '올림픽 공실(空室)'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강릉시가 예상하는 올림픽 기간 1일 숙박 수요는 하루 2만5000실(1일 방문 6만명 중 4만5000명)이다. 12월 내 대형 숙박 시설 세 곳이 준공 예정 중인 점을 고려하면 기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바가지 요금 등으로 대거 숙박을 기피할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웃돌 수도 있다.

바가지 요금과의 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10월 11일에는 최명희 강릉시장과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 강릉시민박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 안내시스템' 효율적 운영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도 강릉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텔, 민박, 펜션 업주 등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강릉시의 대책은 공염불이 돼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 안내시스템(아래 공실정보시스템)'이 있다.

10월 13일 본격 가동된 '공실정보시스템'은 강릉시 내 575개 숙박업소의 요금, 편의시설, 지도상 위치 등 상세 정보를 담고 있다. 여기에다 예약까지 가능해 강릉시는 바가지 요금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강릉시는 2개월간 20명의 조사원을 동원, 관내 숙박시설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공실정보시스템에 참여한 업소는 강릉시 전체 숙박업소 1022개 중 절반에 달하는 575개로 나머지 절반은 참여를 거부했다. 저조한 참여율을 의식한 강릉시는 "불참 업소에 대해서도 오는 11월 말까지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공(?)을 들인 '강릉시 숙박시설 정보공개 시스템'에 대해 운영 한 달여 만에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참여한 숙박업소들의 탈퇴가 급격히 늘고 있는 데다 업소가 직접 입력해야 할 정보 역시 업데이트가 잘되지 않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보공개시스템 등록 업소(11월 24일 기준)는 모두 349곳으로 처음 575곳에 비해 39%인 226곳이 빠진 상태다. 강릉시 관계자는 "정보공개 시스템 참여율이 처음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바가지 요금 단속을 위한 TF팀도 구성된 만큼 이번 달 말까지 나머지 업소들도 참여를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릉시 "소치올림픽 가격과 비슷하다"고 강조했지만...

인위적인 가격 조정 논란도 있다. 강릉시가 시스템 오픈 당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숙박업소들의 숙박요금은 객실 타입별로 최고가 24만 8천원, 최저가 16만원이었다. 강릉시는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평균 요금 25만8000원(더블룸)과 비슷한 요금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표는 논란에 휩싸였다.

강릉시가 등록 숙박업소들에게 숙박요금 책정 협조 요청을 하면서 그 기준을 소치올림픽 평균 요금인 25만원으로 정하고, 최고 30만원을 넘지 않도록 당부했기 때문이었다. 강릉시는 50만원 이상 요금을 책정하면 시스템에서 빼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숙박업소들은 강릉시의 요구에 맞춰 요금을 책정했고 그 결과 강릉시가 원하던(?) 금액과 맞아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올림픽 특수에 강릉시의 개입은 먹혀 들지 않았다. 숙박 여건이 좋은 업소를 중심으로 탈퇴하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특히 신축 업소 등 시설이 좋은 업소들은 예약 문의가 많아 굳이 강릉시가 운영하는 '공실정보안내시스템'을 가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강릉시의 당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치보며 시스템에 가입되어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가격 통제를 받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라 밝히기도 했다.

올림픽 바가지 요금, 과연 강릉시가 잡을 수 있을까

지난 11월 15일 오전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오전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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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강릉 교동 택지를 중심으로 강릉 시내권의 상급 숙박업소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 말과 올 7~8월경 외국인 대상으로 예약이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 교동택지의 한 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1년 전에 이미 예약이 다 끝났지만 시 정책 때문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숙박 요금은 "30만~40만원 선"이라고 짧게 답했다. "하루 40만원이면 예약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답해 '숙박 요금 40만 원'이 특별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나 시설이 다소 낙후된 숙박업소들은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는 2인 1실 기준 15만~30만원 선으로 형성돼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예약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업소들이 동계올림픽 기간인 17일을 모두 사용하는 단체 손님을 기다리면서 일반 예약객들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경포호수 인근 한 펜션 주인은 '올림픽 예약 문의'에 "4인 1실 기준으로 28만 원인데 주변에는 70만 원 받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묵을 것이냐"는 질문에 '3일 정도 필요하다'고 답하자 "우리는 단기 손님은 받지 않고 17일간 묵을 단체손님만 받는다"며 예약을 거절했다.

강릉뿐만 아니라 주문진의 일부 숙박업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24일 주문진 숙박업소 10여 곳에 전화를 걸어 올림픽 예약을 문의했으나 그 중 8곳이 "아직 숙박요금이 내려오지 않아 예약을 받을 수 없다"고 똑같이 답했다. 

'대략적인 예상 금액을 알려달라'고 하자 "정확한 건 나와봐야 알겠지만 4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업소는 "12월경... 올 해 안에는 (가격이 결정)되겠지요"라고 하기도 했다. '어디서 결정돼 내려오는 것인데 아직 안 받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이들 업소들은 동계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방값이 비싸진다는 점을 노려 예약을 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강릉시가 운영하는 '공실정보안내시스템'에 등록된 업소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강릉시가 현실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것을 잘 알면서도 언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요란한 구호만 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펜션 업주는 "도대체 바가지 요금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단속한다는 것이냐" 며 "강릉시가 제시한 30만원을 받으면 합법이고 40만원을 받으면 바가지고 불법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피서철인 한 여름 성수기 때 바가지 요금도 못 잡는 판국에 그보다 수백배 수요가 많은 올림픽에서 어떻게 숙박 요금을 잡을 수 있냐"며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인 줄 뻔히 알면서 강릉시가 언론 플레이를 위해 무리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사줌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강릉시, #시사줌뉴스, #강릉시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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