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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사진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당시 모습.
 국회 본회의장. 사진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당시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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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자신의 자녀를 데리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 22일 일본 구마모토 시의원인 오가타 유카(42)는 시의회 정례회의에 생후 7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시의회 의장은 '의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아기의 퇴장을 명령했고, 오가타 유카 시의원은 친구에게 아기를 맡기게 됐다.

오가타 유카 의원은 본회의 종료 후 "육아 세대를 대표해 어린이와 함께 의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것을 주장하려고 했다"라면서 "육아 여성도 활약할 수 있는 시의회가 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여성 시의원, 생후7개월 아들 데려왔다가 퇴장... 일본 '시끌").

"지금까지 그런 사례 없었다"

국회의원이 아이랑 등원한다? 한국에선 불가능.
 국회의원이 아이랑 등원한다? 한국에선 불가능.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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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정은 어떨까. 한국 국회의원은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제1회의장에 들어가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까.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관(보건복지여성팀)은 "불가능할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조 조사관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역대 국회에서 의원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본회의에 참석했던 전례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국회법 제151조 '회의장 출입의 제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회의장 안에는 의원·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기타 의안심의에 필요한 자와 의장이 허가한 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라고 명기돼 있다.

조 조사관은 "국회 본회의는 상당히 공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질서 유지에 차원에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국회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 회의가 열릴 경우, 위원장과 동료 의원들의 동의가 있다면 가능할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한국 국회에서 법률상·규정상 자녀를 동반한 등원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없는 상태다.

일본 시의원은 쫓겨났지만... 아닌 나라도 있다

2010년 9월 22일 젖먹이 아기를 안고 유럽의회에 참석한 리치아 론줄리(이탈리아) 의원.
 2010년 9월 22일 젖먹이 아기를 안고 유럽의회에 참석한 리치아 론줄리(이탈리아) 의원.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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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 자녀의 출입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일과 육아(양육)의 병행 차원에서 유럽의회,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에서는 자녀 출입이 허용되거나 모유 수유도 가능케 하고 있다.

이탈리아 우파 정당 '포르차 이탈리아' 소속 정치인인 리치아 론줄리는 2010년 유럽의회 개원 당시 생후 6주(44일)밖에 안 된 딸을 데리고 등원했다. 리치아 론줄리는 이후 6년 동안 딸과 함께 유럽의회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호주 상원의회 규정을 바꿔 '어린 자녀를 둔 국회의원 및 직원들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엔 라리사 워터스 전 상원의원(녹색당, 이중국적으로 7월 사임)이 호주 역사상 최초로 모유 수유를 하며 연설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9일 뉴질랜드에서는 신임 트래버 맬러드(노동당) 국회의장이 동료의원의 생후 3개월된 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이를 달래며 사회를 보는 일도 있었다. 트래버 맬러드 의장은 취임 당시 '국회를 보다 현대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이날 일부 여성의원들은 젖먹이 자녀를 데리고 등원했다.

뉴질랜드 국회가 애초에 자녀 동반 등원을 허용해왔던 건 아니다. 국회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은 제한적으로 가능했는데, 뉴질랜드 국회는 여성 의원이 데리고 오는 아기의 본회의 입장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규정을 변경했다.

"단순 등원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장치 유무"

지난 11월 9일 뉴질랜드 국회의장이 동료의원의 아기를 안고 국회 본회의 의사를 진행했다. 한국으로 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아기를 안고 의사봉을 때리는 것과 같다.
 지난 11월 9일 뉴질랜드 국회의장이 동료의원의 아기를 안고 국회 본회의 의사를 진행했다. 한국으로 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아기를 안고 의사봉을 때리는 것과 같다.
ⓒ 1뉴스 나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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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에서 '자녀 동반 등원'은 앞으로도 불가능할까.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단순히 본회의장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라면서 "회의장에 함께 등원은 하지 못하더라도, 의원이 자녀를 데리고 국회에 왔을 때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베이비시터 등)가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어린이집이 존재하지만, 따로 인원이 선발돼 운영되는 만큼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어 조 조사관은 "일-육아 양립 차원에서 근로자가 자녀를 데리고 나와서 근무할 수 있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돼야 한다"라면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 평가 때 이런 요소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족친화인증'이란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직장문화조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 및 기업에 대해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에 확인한 결과, 국회는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적이 없다. 또한 공공기관이지만 입법기관이라 '가족친화인증' 의무화 대상 기관이 아니다.


태그:#국회, #본회의, #모유수유, #일육아양립,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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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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