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그는 결국 자신의 생일 촛불을 켜지 못했다. 수능을 마친 학생과 시민들이 대신 촛불을 들었다. 고 이민호군을 위한 촛불이 확산되고 있다. 이군은 제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하며 현장실습 도중 제품 적재기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어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숨졌다.

제주, 전라도, 서울 곳곳에서 이군 추모

이날 처음 열린 제주도 추모문화제에는 시민 50명 이상이 모였다. 전라남도 순천에서도 이날 처음 촛불 집회가 열렸다.

서울시 곳곳에서도 이군을 기리는 촛불이 이어졌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비롯해 혜화역과 신림역, 노원역 근방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170명 이상의 시민이 이군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며 안전한 현장실습 대책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에 따르면, 23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수능을 끝내고 온 학생들까지 다양한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날 제주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이군의 죽음을 '어른들이 만들어낸 시스템'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추모문화제의 주제는 'THE SADDEST BIRTHDAY'(가장 슬픈 생일)이었다. 시민들은 한 손에 촛불을, 다른 손에 국화꽃을 들었다. 이들은 '현장실습 폐지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다짐을 이어갔다.

반성없는 제주도교육청, 사과문 없는 학교

제주도교육청의 무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영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14일째가 됐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한 시민들 역시 어른의 무책임을 탓했다. 김재근씨는 "이군이 사망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이군이 다닌 학교는 아직까지 사과문 하나 내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특성화고 교사는 "이군의 사망은 낯선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학교 학생 중에도 현장실습 과정이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군의 사고가 우연히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라남도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은 하루에 5분씩 총 3번만 쉬게 했던 실습 과정을 고발했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현장실습 사례의 제보를 모아 이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사 단체들을 비롯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라며 "연대를 확대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