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은 인터뷰 내내 <고백부부>의 성공에 대해 "나라 누나에게 많이 배웠다"라든지 "작가님의 대본이 탄탄했다"라든지 "감독님이 디렉션(지시)을 잘 주셨다" 같은 말로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렸다. 오죽했으면 기자가 "다른 사람 말고 배우 손호준이 이번 드라마에서 이것 하나만큼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을까. 손호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는 반도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대답했다.

 KBS <고백부부>의 배우 손호준

KBS <고백부부>의 배우 손호준 ⓒ YG


"그 친구의 행동이나 하는 것들을 내가 이해하고 공감을 하게끔 만들어야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도라는 친구를 나 혼자 공감하고 이해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연기를 해줬기 때문에 비로소 반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

손호준이 반도라는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은 게 있다면 반도가 "진짜 가장이었다"는 점. 한국의 남성 가장이 가진 대표적인 모습을 그리려 했고 그 무게나 책임감까지 고스란히 안으려 했다는 것이다. 손호준은 "나의 아버지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아버지도 이렇게 힘드셨을 텐데 표현하지 않으셨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장나라의 대사처럼,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손호준은 <고백부부>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이유로 '공감대'를 들었다. "드라마에서 진주(장나라 분)가 '엄마 없는 자식이 어딨어'라고 말한다. 엄마는 다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할 수 있게끔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부모님이 있고 그분들의 자식이기 때문에 자기 자식과의 이야기도 공감할 수 있고." 그 역시 시청자로서 1화가 나왔을 때 너무 재밌게 봐서 '이 드라마가 잘 될 것 같다 아니다'는 생각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대신 그는 실제로 <고백부부>를 찍으면서 부모님과의 연락을 더 많이 늘렸다고 한다.

"시청자 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들 부모님이랑 좀 더 전화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몰랐던 가장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의 짠함도 알게 됐고 그런 것들을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다."

 KBS <고백부부>의 배우 손호준

"반도도 분명 힘들었다. 서진이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 정말 너무 슬펐다. 이 친구를 이해하면 할수록 장모님(김미경 분)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 ⓒ YG


"제 주위의 친구들도 그렇고 결혼하신 분들이 많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보면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잊고 있었던 것들이 다시 생각나 와이프랑 같이 여행을 가려 한다', '지금 드라마 보면서 맥주 마시고 있다'고 하신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드라마가 뭔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드라마였구나 싶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고 좋은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다 보니 안 그래도 즐겁고 화기애애한 촬영 현장이었는데 더 많이 신났던 것 같다. 너무 즐겁게 촬영을 했고 계속 붙어 있다가 이제 자주 보지 못한다는 게 섭섭하다."

"아직 배우라는 직업을 배우는 중"

실제 타임슬립(시간여행)을 해 1999년으로 돌아간다면 손호준은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손호준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재밌게 본 연극을 통해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케이스다. 그래서인지 연극 대신 공부를 재밌게 즐겼으면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다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행복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KBS <고백부부>의 배우 손호준

반도라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손호준의 말. "반도를 얼마만큼 더 이해할 수 있느냐의 차이다. 장모님을 봤을 때 진짜 슬퍼야 하는 거고 아내인 진주를 봤을 때 진짜 미안해야 하는 거고 딸인 서진이를 봤을 때 너무 보고 싶어 해야 맞는 거고 그 차이인 것 같다." ⓒ YG


<고백부부>는 그 화제성도 화제성이었지만 모든 배우들이 연기 호평을 받은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나는 배우가 돼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시청자분들이 배우로 인정해줘야 배우가 되는 것이지, 나 혼자 '나는 배우다!'라고 외쳐 봐야 배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예전에 이순재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아직 연기를 잘 모르겠다'고. 그런 선생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감히 내가 연기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한참 더 배워야 한다. 계속 배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영석과 친한 손호준, 혹시 예능 욕심? "배우가 먼저"

손호준은 예능에도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딱 잘라 "배우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단계라 그게 먼저"라고 했다. 대신 그는 "영석이 형(나영석 피디)이 부르면 가는 거다"라면서 웃었다.

그는 "가끔 술 마시고 영석이 형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며 "술을 마시면 용기가 나서 맨정신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한다. 주로 감사하다고 말한다"고 고백했다.

 KBS <고백부부>의 배우 손호준

"주위의 동생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걸 선배님이나 형들에게 나도 똑같이 하려고 노력한다. 또 선배님이나 형들에게 감동받고 따뜻함을 느꼈던 걸 동생들에게 해주려 한다. 나는 그게 맞는 거라 생각한다." ⓒ YG


이어 손호준은 <응답하라1994>로 인연을 맺은 신원호나 나영석 감독님도 딸이 있다며 "감독님들이 항상 딸하고 영상 통화하는 걸 보고 딸이 예쁘다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도 딸을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며 "아빠랑 엄마가 서로 예쁘게 잘 사신다. 나도 빨리 내 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딸로 연을 맺은 서진(박아린 분) 같은 딸이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면서 "내가 실제 아빠도 아닌데 '아빠에게 와야지?'하면 내게 온다. 그때 벅찬 감정이 든다"고 했다. "어느 순간 아린이의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서운해하시더라. 진짜 아버지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왔을 때는 좀 미안했다."



손호준 고백부부 장나라 타임슬립 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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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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