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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4일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가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건너편 교보문고 앞 인도에서 개최한 '촛불이 꿈꾼 세상을 향해, 대전 촛불혁명 1주년 기념대회'에서 노래하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
 2017년 11월 4일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가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건너편 교보문고 앞 인도에서 개최한 '촛불이 꿈꾼 세상을 향해, 대전 촛불혁명 1주년 기념대회'에서 노래하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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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열린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실현! 민중생존권 쟁취 대전민중대회'에서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과 전교조 대전지부 몸짓패 ‘노조원’의 공연 장면.
 지난 7월 8일 열린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실현! 민중생존권 쟁취 대전민중대회'에서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과 전교조 대전지부 몸짓패 ‘노조원’의 공연 장면.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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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추운 겨울엔 입김을 불어 손을 녹여가면서 거리에서 노래한 이들이 있다. 광우병소고기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부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까지. 지난 10년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투쟁 현장에서 노래한 그들.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이 10주년을 맞아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의 무대는 바람 부는 거리였다. 관객은 늘 억울하고 분노한 노동자, 농민, 시민이었다. 그들에게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담아 '놀'은 노래했다.

'노래의 꿈'이라는 주제로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대전 중구 선화동 상상아트홀에서 '10주년 정기공연'을 펼치는 '놀'은 대전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노래패다.

지난 10년 동안 대전지역의 중요한 집회와 투쟁현장에는 항상 그들이 있었다. 수고비 한 푼 없지만,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 노래했다. 더 잘 부르지 못해, 더 큰 힘이 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서던 발길이 벌써 10년이다. 그 사이 푸르고 푸르던 청년들은 아이를 둔 학부모로 변했다.

이제 10살을 맞은 '놀'에게는 어떤 '꿈'이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놀'의 신윤실(38) 대표를 만나 '10주년 공연'의 의미와 '놀'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했다.

23일 동구 자양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 대표는 인터뷰 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 학교에서 '책 읽어 주는 모임'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일상에서 그녀는 평범한 주부이자 학부모다.

그런 그는 지난 10년 동안 '놀' 활동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도 바로 '아이'라고 말한다. 저녁 집회에서 공연할 때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고맙다'고, '또 와 달라'고 인사하는 분들 때문에 보람을 느끼고 힘이 난다고 말한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세월호 2주기 추모행사'를 꼽았다.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노래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노래를 부르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노래를 부를 자격이 있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했나'하는 생각을 했단다.

그는 또 멤버들이 노래를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멤버들의 나이가 '청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부르는 곳'이 있다면 계속해서 노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10주년 공연의 주제가 '노래의 꿈'인데, 이 노래의 가사처럼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누군가와 연대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7일(월) 저녁 7시 30분 대전 중구 선화동 상상아트홀에서 10주년 기념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신윤실(38) 대표.
 11월 27일(월) 저녁 7시 30분 대전 중구 선화동 상상아트홀에서 10주년 기념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신윤실(38) 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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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신윤실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대전청년회 '놀'이 10주년을 맞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놀'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놀은 민중가요를 부르는 모임이다. 대전청년회 안에 소속된 모임이지만, '놀' 활동이 더 많은 것 같다. 주로 노조의 투쟁현장이나 시민단체의 집회현장, 시민대회, 노동절 집회 등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 '놀'은 무슨 뜻인가?
"놀자라는 뜻의 놀이다. 처음에 이름을 지을 때는 10년씩 갈지 모르고 가볍게 지었다. 사람들이 어렵다고들 하신다. 노을? 놀이? 이렇게 오해를 많이 한다."

- 함께하는 멤버는 몇 명인가?
"총 8명이다.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했다."

- 어떻게 모임을 시작하게 됐나?
"그냥 처음엔 문예모임으로 시작했다. 몸짓도 하고, 민요도 부르고... 대전지역은 문예의 불모지다. 조금 재능이 있거나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서울로 간다. 왜 꼭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종민 회원이 처음 모임을 만들었다. 저는 그냥 같이 노래방에 놀러 갔다가 발탁(?)됐다.

- 첫 공연은 언제였나?
"2007년 한미FTA반대 투쟁이 있을 때 처음 3명이서 공연을 했던 것이 시작이다. 그때 꽃다지의 '불태우자'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힘찬 투쟁곡을 아주 맑고 고운 목소리로 부른 기억이 난다. 정말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선배들이 수고했다고, 잘했다면서 예뻐해 주셨다. 그리고 다음에 또 부르겠다고 하셨다. 그때 우리는 '그렇게 부를 사람이 없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 보면 선배들이 우리를 일부러 아껴주시고 키워주신 것 같다. 지역에도 우리 같은 노래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 그 이후로 10년이 지났는데, 실력은 많이 나아졌나?
"실력으로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그저 민망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우리는 실력으로 노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노래는 '연대'였다. 투쟁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노래로서 연대하는 우리의 투쟁 방식이었다. 결코 초대된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런 마음이었기에 지난 10년 동안 노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보수에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가야 했다. 갓난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며 노래했다. 가수가 아닌, 동지로서 노래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활동을 소개해 달라. 몇 번 정도 공연한 것 같나?
"한미FTA반대 투쟁을 시작으로 광우병소고기수입반대 촛불집회는 60일 정도를 연속으로 매일 공연했다. 그리고 노조의 투쟁현장, 평화의 소녀상 앞 수요집회, 장애인차별철폐집회, 최근에는 2016-2017 박근혜퇴진 촛불집회까지 아마도 500-600번은 노래한 것 같다. 그밖에도 노조 등에서 몸짓 패나 노래패가 생기면 가서 교육도 해 주고, 어떤 때는 새로 생긴 노조에서 조합원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가르쳐 주기도 했다."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10주년 정기공연 포스터.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10주년 정기공연 포스터.
ⓒ 대전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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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의 공연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면?
"철도민영화 투쟁 때인데, 철도노조의 파업이 매우 길어졌던 시기였다.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그날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날씨도 무척 추웠다. 노동자들은 비록 우비를 입었지만 비가 많이 와서 다들 몸이 흠뻑 젖었다. 저희가 무대에 올라갔는데, 마이크를 들고 있으니까 감전 위험도 있고 그래서 노조원들이 우산을 씌워줬다. 그런데 비를 맞고 우리를 바라보는 그 분들을 보니 도저히 우산을 쓰고 노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도 같이 비를 맞으며 공연했다. 그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하나는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 때 '노래여 날아가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무대 가장 앞쪽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의 사진을 들고 계셨다. 노래 부르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데, 자기 감정 때문에 노래를 망쳐서는 안 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노래하기 힘들었다. 또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그 유가족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기 너무 힘들었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날 저는 '내가 과연 이 분들 앞에서 노래할 자격이 있나', '나는 그 동안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부끄러웠다. 실수하거나 못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말 하고 싶지 않다. 하하하."

- 그럼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현장에서 우리 노래에 호응을 많이 해 주실 때가 가장 보람 있다. 그리고 '와 줘서 고맙다', '덕분에 힘이 난다'고 해 주시면 그게 가장 기쁘고 보람 있는 것 같다. 사실 집회 현장에 가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어떤 때는 방송차 앰프로 노래하기도 하고, 각 마이크 마다 앰프가 다르거나 스피커가 다르기도 하다. 있는 실력, 발휘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우리가 대체 뭐라고,  '고맙다'고 해 주시고 그러니까 정말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노래가 위로가 되고 연대가 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아이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다 보니까 저녁집회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 그래서 그 추운 겨울거리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한다. 한 번은 제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제 아들이 도로로 나가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마 교통정리하는 것을 따라했던 것 같은데, 노래를 하고 있는 중간이라 제가 내려갈 수도 없고, 아이 좀 봐 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랬다. 그래서 노래하는 동안 계속 아이를 바라보며 노래한 기억이 난다."

- 10년이 지나다 보니 멤버들 나이가 많아졌는데, 언제까지 노래할 계획인가?
"사실, 저희들끼리 이번 정기공연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멤버들 마음이 그만둘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왜 그만둬? 찾는 곳이 있으면,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가야 하지 않겠어?'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불러주는 곳이 있는 한 계속 노래할 것 같다."

- 10주년을 맞은 소감은 어떤가?
"숫자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10년이 됐는지 몰랐을 것이다. 저에게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놀은 아마추어 노래패다. 아마도 그렇기에 지금까지 유지됐던 것 같다. 최근에 윤민석 씨가 폐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중가요를 부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다 윤민석씨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슴 아프다. 민중가요를 부른다는 것은 정말 굳은 심지와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10년이 되어 감격하기에는 정기공연 연습에 너무 바쁘다."

11월 27일(월) 저녁 7시 30분 대전 중구 선화동 상상아트홀에서 10주년 기념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신윤실(38) 대표.
 11월 27일(월) 저녁 7시 30분 대전 중구 선화동 상상아트홀에서 10주년 기념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신윤실(38) 대표.
ⓒ 신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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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주년 공연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거리에서 부르던 노래와 이번 공연은 확연히 다르다. 거리에서는 주로 힘찬 노래를 많이 불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다양한 노래를 부를 계획이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노래의 꿈'이다. 노래의 꿈이기도 하지만 '놀'의 꿈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가사가 '나는 누군가의 가슴을 안고 이 땅에 태어나서 아무도 날 찾지 않을 때까지 살다 가지. 내겐 작은 꿈이 있어 그대 여린 가슴에 들어가 그대 지치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려 해. 때론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대 행복할 때 때론 그 사랑이 너무 아파 눈물질 때. 때론 지난 세월이 그리워 그대 한숨질 때 그렇게 난 언제라도 그대와 함께 하려네'이다. 정말 이 가사가 우리의 마음이다. 누군가 불러준다면 가서 노래하겠다는 마음, 우리를 부르지 않는 그 날까지...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공연이다.

또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 김원진 회원의 자작곡도 발표할 예정이다. 노래 제목은 아직 미정인데,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밝은 노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10년 동안 놀을 많이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이번 10주년 공연에도 많이 보러 와 주시길 부탁드린다."



태그:#놀,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신윤실, #10주년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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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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