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현지 시각)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경기에서, 보스턴 측이 애플워치를 이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쳤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인 훔치기는 예전부터 존재했던 암묵적인 관행이었지만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 장비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가 발각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장비는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더그아웃에서 스마트장비 이용을 제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지난 2015년부터 애플워치 착용을 허용했습니다.

또 축구에서는 VAR(비디오 판독)이 이슈입니다. K리그는 지난 7월부터 VAR 판정을 도입했습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심판이 보지 못했거나 잘못 판단한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거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경기장에 14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오심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진행의 문제점과 아직 실험적인 단계다 보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심판들의 지나친 VAR 의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그리고 카메라 기술 등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한 기술들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인간의 삶을 매우 편리하고 풍족하게 해줬고, 위와 같이 스포츠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승리하기 위해, 더 공정한 경기를 위해 기계를 이용하게 됐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100%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간혹 메이저리그에선 타자가 상대팀의 사인을 훔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면 상대팀의 보복을 받게돼 벤치 클리어링(경기 도중 선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모두 벤치를 비우고 싸움에 동참하는 일-편집자 주)도 일어납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다르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순간 영원히 양현종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이 경기 종료 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017.10.26

KIA 타이거즈 양현종 선수는 지난 10월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제재금 1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 연합뉴스


얼마 전 국내 프로야구 경기 중 양현종 선수(KIA 타이거즈)가 더그아웃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조사 결과 아무런 정보 교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스마트기기의 소지만으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전자장비가 경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며, 전자 장비로 스포츠 정신을 침해하는 행동에 대한 경계를 의미합니다.

VAR에 대해선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반대 측은 VAR이 스포츠에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심판은 경기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믿고 결정해야하고, 선수들은 심판의 눈을 피해 게임의 변수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반면 VAR은 변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스포츠는 완벽하지 않아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신축성 있는 판단을 배제한, 완벽한 룰의 준수는 컴퓨터 게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뛰어난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될 것입니다. 아마 스포츠 분야에서도 기술 발달의 흐름에 맞춰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몸으로만 경쟁하던 스포츠를 경험해 온 우리에게 과연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일까요?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해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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