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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는 '평창 롱패딩' 500장을 판매했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를 반영하듯 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는 '평창 롱패딩' 500장을 판매했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를 반영하듯 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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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는 '평창 롱패딩' 500장을 판매했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를 반영하듯 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는 '평창 롱패딩' 500장을 판매했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를 반영하듯 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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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미국 유명 가수)가 온 줄 알겠어"

지나가는 시민의 말 그대로였다. 22일 오전 8시, 백화점 개장 2시간 반이 남았지만  '평창구스롱다운점퍼(평창롱패딩) 판매가 예정된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밤을 새며 기다린 시민들은 '번호표'를 받기 위해 서 있었다. 심지어 롱패딩 구입이 가능한 선착순 300명 안에 들지 못한 시민들도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하면서 백화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하철역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무슨 일이냐"고 백화점 직원에게 물어보는 등 그야말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22일 판매하는 평창 롱패딩은 총 500개. 1인당 1개, 번호표를 받아야 구매가 가능하다. 그중 1~200번까지는 지난 18일 판매 당시 번호표를 받아간 이들의 차지였고, 당일에는 선착순으로 201번~500번까지 받았다. 22일 당일에 번호표를 받아 살 수 있는 롱패딩은 300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평창 롱패딩'을 향한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22일 오전 10시 30분에 번호표가 배부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인 21일 오후 8시 30분부터 지하철 통로와 연결된 백화점 지하1층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마지막 번호표인 500번을 받은 홍아무개(30, 남)씨는 "5시가 되기 조금 전에 대기줄이 끝났다"고 말했다.

왜 그들은 '평창 롱패딩'을 사려고 하는가?

오전 10시 30분, 기다림 끝에 번호표를 부여받는 사람들.
 오전 10시 30분, 기다림 끝에 번호표를 부여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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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선 사람들
 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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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라이선스 상품인 '평창구스롱다운점퍼'는 거위 솜털80%, 거위 깃털 20%로 채워진 외투다. 14만 9000원에 판매되어 시중에 판매되는 동급 거위털 점퍼보다 절반 이상 싸면서도, 보온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평창 롱패딩의 판매처인 롯데백화점 측은 생산된 3만장 중 2만 3천장이 모두 팔렸고, 남은 7000장은 22, 24일, 30일 나눠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22일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영등포점, 평촌점, 김포공항점 네 곳에서 3천장이 풀렸다.

밤샘과 노숙을 감수할 만큼 평창 롱패딩이 가치가 있는 걸까? 시민 10여명에게 '구입에 도전한 이유'를 물어보니 공통적으로 "가성비가 좋다" "비슷한 제품들은 30만원 대다"라며 가격이 저렴한 점을 꼽았다. '희소성'이나 '올림픽 프리미엄'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은 드문 편이었고, '디자인'등의 요소를 꼽는 시민은 없었다.

친구와 함께 어제 오후 11시부터 기다려 259번 번호표를 받은 곽아무개(25, 남)씨는 "가격이 거의 반값이지 않느냐"며 "햄버거 3개 먹고 커피 마시면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한아무개(20, 남)씨는 "인스타그램을 보니 가까운 잠실점에선 이미 새벽 1시에 선착순 1000명 중에 600명이 줄을 서 있다고 해서, 새벽 3시쯤 영등포로 왔다"고 밝혔다. 평창 롱패딩을 사고 싶은 시민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대기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사람들만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75세 노인이라고 밝힌 여성은 "딸이 새벽에 자리를 맡아줘서 아침에 왔다"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제품 품질이 괜찮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착순 300명 안에 들지 못해 번호표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일찌감치 발길을 돌리기도 했지만, 계속 기다리거나 직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라인 밖에 계시는 분들, 마감됐습니다. 해산해주세요"라고 외쳤으나 소용이 없었다.

영등포역 근처에 산다는 소모방(71)씨는 "오늘 10시 반에 번호표 준다고 해서 6시 반에 왔는데, 옷 못 준다고 하더라"며 "어제 8시부터 기다렸다고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여기서 잤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문체부 장관 제대로 하라고 해.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데 옷을 몇 장만 찍는다는 게 말이 돼"라며 정부까지 비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잘 팔리라고 예상 못했다. 저희도 당황스럽다"며 "2주전부터 매장에서 팔고 있었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방송 나간 후에 팔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어렵게 얻은 평창 롱패딩, 하지만 사이즈가 없다?

'평창 롱패딩'을 받아가는 시민
 '평창 롱패딩'을 받아가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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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줄을 선 300명의 시민들은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번호표 순서에 따라 들어가서 구매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는 18일 발행된 1번~200번 번호표를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구매를 하면서, 이들의 구매시간이 뒤로 미뤄졌다.

평창 롱패딩을 받아서 나오는 시민들의 표정은 피곤해서인지 대체로 덤덤하고 차분해보였다. 직원들의 안내에 받아 질서정연하게 옷을 받아갔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환하게 웃는 설아무개(27, 남)씨는 눈에 띄었다. "이런 건 처음이다. 친구들 있는 단체대화방에 자랑하고 있다"면서 기자에게도 자신이 받은 하얀색 100사이즈의 패딩을 보여줬다.
설씨가 자신이 산 하얀색 패딩을 보여줬다
 설씨가 자신이 산 하얀색 패딩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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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두가 즐겁게 '평창 롱패딩'을 받아가진 못했다. 500장의 '한정 물량'이어서, 밤새 줄을 서서 어렵게 패딩을 살 수 있게 되더라도, 막상 원하는 사이즈와 색깔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400번 이후의 번호표를 받은 시민들은 옷을 받기 전부터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딸에게 사주기 위해서 왔다"는 주아무개(40, 남)씨는 번호표 494번을 받았다. "내가 받을 때 쯤이면 원하는 사이즈가 없을 것 같다. 교환은 안 되니까 인터넷에서 팔고, 인터넷에서 다시 사이즈 맞는 걸 구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블랙 95' 사이즈는 100장밖에 재고가 없어서 일찌감치 품절됐다. 그 자리에서 "사이즈가 맞느냐"면서 교환을 시도하려는 시민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판매가 끝나갈 때쯤 구매했던 사람들을 관찰하니, 작은 사이즈를 구매하지 못해서 억지로 큰 사이즈 혹은 마음에 안 드는 색깔을 구입하는 듯했다.

480번대 번호표를 받은 조아무개(24, 남)씨는 "'블랙 95' 사이즈를 원했으나 '차콜 105'사이즈를 사게 됐다"며 "200장을 18일에 온 사람들에게 주는 게 어디있냐"고 말했다. 그는 "옷 입을 거냐"는 질문에 그는 "팔아야죠"라고 답했다. 기자가 "사이즈 별로 기다리게 했으면 어땠을까요?"라고 물었더니 "그게 맞겠네요..."라면서 자리를 떴다. 새벽 4시부터 와서 기다렸으나, 정작 자신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얻지 못한 것이다.


태그:#평창롱패딩, #롱패딩, #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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