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구설수로 한화에서의 두번째 방출을 자초한 김원석 (일러스트: KBO 야매카툰 최감자 작가)

SNS 구설수로 한화에서의 두번째 방출을 자초한 김원석 (일러스트: KBO 야매카툰 최감자 작가) ⓒ 최감자


프로야구 팬들 중 다수는 이른바 우여곡절을 가진 선수들에게 우호적인 시선과 함께 격려섞인 응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올시즌 신인왕인 넥센 이정후처럼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로 주목받았던 선수들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세계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무명선수가 험난한 과정을 거쳐 어엿한 프로선수로 자리잡게 되면 실제 성과 이상의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1군 선수로 도약한 한화 이글스 김원석의 활약은 팬들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에 7라운드 60순위로 지명받고 투수로 입단한 김원석에게 이렇다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입단 1년 만에 방출되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프로의 벽을 넘지 못한 무명 신인들의 많은 사례와 다를 바 없지만 김원석의 이후 행보는 사뭇 달랐다. 현역 입대 후 제대한 김원석은 독립구단인 연천 미라클에 입단해 외야수로 뛰며 미래를 준비했다.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시절의 김원석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시절의 김원석 ⓒ 연천 미라클


연봉도 나오지 않는 독립구단에서 야구의 끈을 놓지 않은 김원석은 테스트를 통해 본인을 방출했던 한화의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었다.

독립 구단을 거쳐 자신을 방출했던 구단에 재입단한 자체만도 인간승리에 가까운데 김원석은 2017시즌 1군에 콜업되어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간의 설움을 일거에 해소할 만한 활약이었다.

한화 팬들을 포함 무명 선수들의 활약을 주시하는 야구팬들은 '미생' 김원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팀과 상관없이 바닥에서 치고 올라온 '미생'이 천재들의 전쟁터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과정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준다. 김원석 역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험난했던 과정을 말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김원석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김원석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김원석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2017시즌 김원석은 0.277의 타율에 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백업으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왼손 상대로 1이 넘는 OPS(장타율+출루율)를 기록했기 때문에 대타 요원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원석의 향후 입지는 탄탄해 보였다. 입단 후 1년 만에 팀에서 방출되었던  5년 전 상황을 떠올려 보면 감개무량할 일이었다.

그러나 2017시즌 종료 이후 김원석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정 야구 커뮤니티에서 김원석의 팬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김원석과 사적으로 나눈 SNS 대화 내용을 한 가지씩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공개되는 대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김원석의 소속팀인 한화를 비롯해 감독, 동료 선수, 팬, 치어리더 심지어는 특정 지역, 대통령까지 원색적인 문구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인터뷰에서 가슴 짠한 이야기들로 호감을 샀던 김원석이기에 SNS를 통해 드러난 그의 속내는 그를 지지했던 이들에게 큰 상처와 배신감을 남겼다.

심지어 본인을 지탱하는 힘이라 말했던 연천 미라클 시절을 부끄러운 과거로 여기는 모습은 김원석에 대한 실망감을 더했다.

들끓어 오른 비판 여론은 식지 않았고 한화 구단은 마무리 캠프 중이던 그를 귀국시켰다. 그리고 지난 20일 야구단의 품위를 손상시킨 김원석을 방출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팬들에게 야구판 '미생'처럼 비쳐줬던 김원석의 야구 인생 2막은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주며 어이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김원석은 군 전역 이후 서른 살 이전까지 야구 선수로서 후회없는 도전을 해보겠다며 부모님을 설득하고 연천 미라클의 유니폼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독립 야구단의 선수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들이 회비를 내서 훈련비용을 마련해야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을 방출했던 구단에 다시 입단해 1군 선수로 도약한 김원석의 모습은 한때 몸 담았던 연천 미라클 구단의 팀명처럼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졌던 본인의 생각과 속내가 외부로 비쳐진 것과는 달랐다는 이중성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며 그간 이뤘던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모든 프로 선수들이 기부를 하거나 선행을 베풀 필요는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일반인의 평균 기준 이상으로 인성이 뛰어나거나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프로스포츠 종사자가 존립 기반인 팬들을 모욕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다는 것은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직업 윤리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KBO와 선수협, 그리고 구단들은 특정 선수의 일탈로 이 사안을 어물쩡 넘길 것이 아니라 프로스포츠 종사자로서 직업 윤리를 확립할 수 있는 의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관련 기사] [견제구] '5년' 낭비한 한화, 한용덕이 돌아왔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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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야구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그런데 다스는 누구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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