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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지난달 30일 재난안전대응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경주시제공>
 경주시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지난달 30일 재난안전대응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경주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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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가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유치원, 어린이집, 장애인 시설 등 재난취약시설에 지진 대피 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지진 방재모자 2만개를 제작 보급하기로 했다.

지진 방재모자는 평상시에는 의자에 방석 또는 등받이로 사용하다가 지진이 발생하면 머리에 착용하고 안전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둔 포항시민들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왜일까?

지난 15일 포항 지진 당시 <경주포커스>는 경주시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노란 방재 모자를 쓰고 대피하는 모습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방재 모자를 쓴 어린이들 사진이 보도되자 일부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자신의 자녀들은 본 적도 없는 방재 모자를 경주시청 어린이집 원생들만 쓰게 된 경위를 묻기 위해서였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시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쓴 방재모자는 지난달 실시된 '2017 재난대응 안전훈련'에서 모의 대피 훈련에 사용된 물품이다. 경주시 안전문화운동 추진 예산의 일부인 175만원으로 방재모자 100개를 구입했다.

경주시장 조기 진화에도 "모자 하나만의 문제 아냐"

방재모자를 쓰고 대피하는 모습을 보도한 당시 기사.
 방재모자를 쓰고 대피하는 모습을 보도한 당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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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 예산으로 구입한 방재 모자가 하필 시청 어린이집에만 있는 것은 문제"라는 일부 학부모단체의 비난여론이 확산됐다. 결국 지난 18일 최양식 경주시장은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경주시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인 시설에까지 방재모자 2만개 보급을 지시했다.

경주시의 이번 조치는 학부모들의 비난여론이 쇄도한 데 따른 대응성격이 짙다. 물론 시민여론을 수렴한, 일견 발빠른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시청 어린이집을 제외한 다른 국공립 및 민간어린이집과의 형평성 시비를 자초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경주 지역 학부모임에서는 이번 방재 모자 논란을 계기로 형평성 및 예산사용의 적정성 문제와 함께 지난해 9.12 지진 발생 이후 경주시의 방재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경주 아이맘 카페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지금 시민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단지 모자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두차례의 큰 지진을 겪으며 경주시가 시민에게 보여준 실망감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지난해 경주지진으로 온국민의 관심 속에 타 도시에서 보여준 대처와는 달리 진앙지였던 경주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시민은 이어 "학교, 다리등 안전진단및 내진보강, 대피소 정비, 물품비치, 메뉴얼개발및 시민대상교육등 많은 것들이 시행되어야 하는데, 내진보강등의 약속은 언제 완료되는지 알수가 없고, 지진대피소로 가면 우왕좌왕할 일들이 즐비하다"고 경주시를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주포커스 , #포항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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