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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사적 제284호로 지정된 서울역 옛 역 건물이 오는 28일부터 승객을 받는다.
 사적 제284호로 지정된 서울역 옛 역 건물이 오는 28일부터 승객을 받는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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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이 13년 만에 부활한다.' 서울역에서 지금 멀쩡히 수만 명의 승객을 태우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승객들을 태우는 번쩍번쩍한 역사 말고 1925년부터 수많은 승객을 태웠다가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 갤러리, 전시공간이 됐던 '사적 제284호' 서울역 옛 역사(역 건물)가 부활한다는 이야기이다.

구 서울역은 모든 기능을 빼앗긴 상태였다. 맞이방, 탑승구 등 역의 핵심적인 기능은 2004년 이후 신역사로 옮겨졌고, 호화 식당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울역 '그릴' 역시 신역사로 이동했다. 역사였음을 알 수 있는 실질적인 흔적 역시 구 역사 광장 앞 옛 한국철도 마크의 동판 외에는 없으니, 13년간 서울역 옛 역사는 동면 상태였다고 할 만하다.

 경의선 서울역으로 전철 타는 곳이 변경된다는 이전 안내문.
 경의선 서울역으로 전철 타는 곳이 변경된다는 이전 안내문.
ⓒ 한국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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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은 이전처럼 수많은 이용객을 나르는 새마을호, 무궁화호 대신 경의선 서울역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부활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앞서 오는 12월 인천공항과 강릉을 잇는 경강선 KTX가 서울역을 지나게 되는데, 이에 따른 조치로 경의선 서울역 역사를 구 서울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오는 28일부터 승객을 다시 태우게 되는 서울역 옛 역사가 경의선 운행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철도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역 옛 역사, 현재는 '문화역 서울 284'로 불리는 이곳에 걸어보는 기대, 그리고 바라는 점 몇 가지를 하나씩 짚는다.

'노숙인 천국'으로 버려졌던 이곳

 옛 서울역 역사의 1층 데크에서 경의선 전철 취급을 위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옛 서울역 역사의 1층 데크에서 경의선 전철 취급을 위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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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KTX 개통 직전 버려지다시피 한 서울역 옛 역사는 그대로 '동결 상태'에 들어갔다. 서울역 옛 역사의 부속건물로 1988년 세워진 서울역 선상역사가 롯데마트로, 쇼핑몰로 탈바꿈한 것과 배우 비교되는 일이었다. 문화재였기 때문에 그대로 비워진 채 동결된 서울역 구 역사는 출입이 통제되고, 그 앞 광장은 '노숙인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문화재청이 이 역 건물을 기부체납해 2009년부터 '문화역 서울 284'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할 계획을 세웠다. 서울역의 사적번호인 284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2012년 완공돼 '철도문화전'이 두 번 개최되고, 여러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이어지는 등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건물 자체에 출입이 가능한지도 모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역 옛 역사의 북측 끝부분이 경의선 전철을 수송하기 위해 다시 사용되는 것이다. 전체 역사 모두를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문화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보존 절차를 수립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보존과 개방 동시에 진행해야

오래된 역사가 현재까지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적지 않다. 1914년 지어진 일본의 도쿄 역의 '마루노우치 입구'로 불리는 역사는 10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민들을 태우는 역사로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2003년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도쿄 대공습 때 망가진 부분을 복구하고, 2012년 재개장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북 군산의 임피역, 강원 원주의 반곡역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상황에서 승객을 모시는 역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옛 곡성역은 아예 관광철도, 레일바이크 및 곡성 관광의 시점으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렇듯 서울역 옛 역 건물 역시 일부나마 다시 역으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문화재 보존의 문제로 인해 본 역사 대신 북측 부분을 개조하여 새로 여객취급을 하는 서울역 옛 역 건물.
 문화재 보존의 문제로 인해 본 역사 대신 북측 부분을 개조하여 새로 여객취급을 하는 서울역 옛 역 건물.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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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2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인기 없는 문화시설로 전락한 옛 서울역의 철도역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옛 서울역사 자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존재해 바로 전철역, 기차역으로 재개장하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JTBC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천하의 좋은 집도 '들어가지 마시오' 3년이면 흉가가 되게 되어 있다. 42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경회루 나뭇바닥은 잿빛이 되어 건물 회복에 많은 시일이 걸렸다"라고 했다. 역사는 사람들이 밟는 역사로 관리될 때가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모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태어날 '서울역'을 기대해

 서울역 역명판이 설치된 옛 서울역 역사.
 서울역 역명판이 설치된 옛 서울역 역사.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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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개장을 목표로 건설중인 서울역 동측 승강장. 이 곳을 경의선 전철이 새로이 사용하게 된다.
 28일 개장을 목표로 건설중인 서울역 동측 승강장. 이 곳을 경의선 전철이 새로이 사용하게 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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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쿄 역의 현재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올해로 103년이 된 마루노우치 입구는 현재도 전철, 신칸센, 특급열차 등을 타러 온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심지어 1921년 독립운동가 양근환 의사가 친일 단체 국민협회의 수장 민원식을 척살했던 장소인 역사 내 '도쿄 스테이션 호텔'이 현재까지 영업하며 많은 여행객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할 정도이다.

그에 비해 서울역 옛 역사는 번쩍번쩍한 신역사와 마트가 입점한 선상역사 사이에 사실상 홀로 방치되며 13년을 지냈다.

이렇듯, 구 서울역에 다시 들어온 경의선을 시작으로 더욱 많은 열차를 '사적 284호' 서울역에서 탑승할 수 있었으면 한다. 비록 '펌핑 가위'로 잘라내는 옛날의 표로 열차를 탈 수는 없더라도, KTX나 ITX-새마을 같은 열차부터 시작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열차들을 옛 서울역 개찰구를 통해 탈 수 있다면 그만한 상징적인 일이 또 있을까.

 서울역 옛 역사에서 치루어진 제2회 철도문화전에서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서울역 옛 역사에서 치루어진 제2회 철도문화전에서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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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대딩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