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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가족도 미수습자 가족 앞에서는 "죄인"이 됐다. 19일 서울아산 장례식장을 찾은 김영오씨와 고 권재근.권혁규씨(미수습자)의 유가족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가족도 미수습자 가족 앞에서는 "죄인"이 됐다. 19일 서울아산 장례식장을 찾은 김영오씨와 고 권재근.권혁규씨(미수습자)의 유가족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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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죄인이죠, 죄인…. 그때 진도 팽목항에 있었을 때, (박근혜) 정부가 참사를 은폐하려는 걸 알았을 때 우리가 같이 기다렸다가 함께 돌아와야 했는데. (시신을) 찾았다고 이분들보다 먼저 돌아온 게 계속 미안하고 죄송하죠."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가족도 미수습자 가족 앞에서는 "죄인"이 됐다. 19일 추모를 뜻하는 노란색 점퍼를 입고 장례식장에 나타난 김영오씨(단원고 2학년 10반 고 김유민양 아버지)의 말이다. 가족들이 1300일 넘게 기다렸으나 찾지 못하고, 결국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게 된 세월호 미수습자(고 권재근씨·권혁규군)의 장례식장에서다.

19일 오후, 이들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김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미수습자 가족에) 죄송한 마음", "죄인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유해도 아니고, 유품으로써만 하늘에 고인을 보내주는 가족들 마음이 얼마나 애타겠느냐"라며 "(혼자 살아남은) 아이는 또 앞으로 어떻게 살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어 "당시 정부가 참사를 은폐하려는 걸 알았을 때 함께 기다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은 안 됐을 것"이라면서 "(시신을) 찾았다고 먼저 돌아온 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께 혼자서 장례식장을 찾아온 김씨는 유족과 인사하고 커피 한 잔만을 마신 뒤 서둘러 일어섰다. 경기 안산에 마련된 단원고 미수습자(고 남현철·박영인 학생, 고 양승진 교사)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서였다.

유가족도 '죄인' 된 미수습자 빈소

유가족도 '죄인'이 되는 세월호 미수습자 빈소에는 민주당·정의당 지도부 등 정치권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19일 비서 한 명만을 대동하고 조용히 서울아산 미수습자 장례식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모습.
 유가족도 '죄인'이 되는 세월호 미수습자 빈소에는 민주당·정의당 지도부 등 정치권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19일 비서 한 명만을 대동하고 조용히 서울아산 미수습자 장례식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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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합니다.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1순위가 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세월호를 떠나보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아닐까요." (안희정 충남도지사,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조문 이틀째인 이날, 일반인·단원고로 나뉘어 미수습자 장례식이 진행되는 경기안산 제일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인들과 시민사회,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 등을 지속해서 찾으며 세월호 미수습자들과 만나 온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오후 서울 장례식장을 찾았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에 위로의 뜻으로 떡을 보내기도 한 안 지사는 이들 미수습자 가족에게 계속 관심을 보낸 이유를 묻자 "대한민국 국민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니겠습니까"라 물으며 "가족의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하고 항구에 앉아 있는 가족들을 누가 잊었겠습니까.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이정미 당대표는 국회 내 정당 대표로서는 처음 미수습자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안산장례식장 조문 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겨울, 국민이 촛불을 든 것은 돈보다 생명이 더 중요한 사회를 바랐기 때문"이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파악해 안전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 정치권에 맡겨진 임무다. 유족들을 위로하고, 저희가 2기 특별조사위를 구성해 이를 확실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러 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미수습자 마지막 한 분까지라도 다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유족들께서 국민을 걱정하시면서 수습을 중단하셨다"며 "그 고통스러운 마음의 크기를 정치권이 잘 받아 안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서 지진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수능을 연기한 데에도 "오늘도 여진이 네 번이나 있었다. 국민 안전을 고려한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께 조용히 서울아산병원 권씨 부자의 빈소를 찾았다. 비서 한 명만을 데리고 조용히 혼자 나타난 안 대표는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안전불감증에 걸린 기업 등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이 '세월호'라는 창을 통해 나타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수습자 가족들이 정말 큰 결심을 해주셨다. 이제는 사회적 참사법 통과로 정치권이 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2기 특조위 구성 등이 담긴 해당 특별법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안철수·안희정 등 비롯해 일반 시민도 조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고(故)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의 빈소를 원내지도부와 함께 찾아 조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고(故)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의 빈소를 원내지도부와 함께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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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단체로 직접 빈소를 찾아와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빈소를 찾은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고인 영정 앞에 헌화·묵념한 뒤 "오는 24일 '사회적 참사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우 원내대표는 "유해조차 찾지 못해 안타깝지만, 진상규명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2기 특조위를 만들어 수색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문을 마친 진선미 의원은 이날 오후 경기안산 장례식장에도 찾아가 미수습자 남현철 군 아버지 남경원씨 손을 부여잡았다. 남씨는 그에게 "진심 다해준 거 안다, 고맙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조문 뒤 앞서 빈소를 방문한 '유민아빠' 김영오씨와도 약 한 시간 동안 대화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씨는 "진상 규명은 시작도 안 됐다. 특조위 2기 구성과 사회적 참사법(통과)을 잘 이끌어달라"고 말했고 진 의원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이름 없는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찾아와 애도를 표했다. 오후 3시께 '세월호 추모 노란 팔찌'를 하고 장례식장에 온 43세 여성은 빈소 앞에서 눈물을 닦으며 한참을 서 있다가 겨우 조문을 마쳤다. 그는 울먹이면서 "오늘이 제 생일인데, (고) 권혁규군이 저와 같은 동네에 살던 아이라 마음에 걸려서 왔다"며 "유족들에게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인 권오복씨(고 권재근씨의 친형)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시민분들이 따로 많이 오신다. 혁규 사진을 뉴스에서 보고 왔다는 분들도 있었다. 기억하고 함께 아파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진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오씨가 19일 오후 단원고 남현철·박영인 군과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장례식장인 경기도 안산시의 안산제일장례식장을 찾아 한 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 안산 장례식장 찾은 진선미의원, 유민아빠 김영오씨 진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오씨가 19일 오후 단원고 남현철·박영인 군과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장례식장인 경기도 안산시의 안산제일장례식장을 찾아 한 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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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또한 "어제 새벽 1시 넘어서, 오늘도 새벽 6시부터 조문 오신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와 김혜진·최종진 위원 등도 왔다.

한편 이날 빈소 안팎에는 정치인을 비롯해 시민사회 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이 보내온 조화(弔花)들이 많았다. 빈소 안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국무총리 조화를 비롯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종훈 민중당 대표 등이 각기 추모의 뜻으로 조화를 보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세월호 선체조사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 등도 각기 "잊지 않겠다"라는 약속이 적힌 조화를 보내왔다.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미수습자와 관련한 긴급 기획을 편성해'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들 미수습자는 오는 20일 각 장례식장을 떠나 평택 서호추모공원과 인천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안치된다(긴급캠페인 http://omn.kr/olvf).

[관련 기사]
지옥에서의 3년 7개월, 엄마는 무서웠고 아빠는 미쳐갔다 (고 남현철 학생 부모의 이야기)
http://omn.kr/olv9
그 날 이후, 엄마 아빠는 상복을 세 번 입었다 (고 박영인 학생 부모의 이야기)
http://omn.kr/om6x
"이 매정한 사람아..." 아내는 남편 흔적 하나 못 찾았다 (고 양승진 교사 아내의 이야기)
http://omn.kr/omdq 


태그:#미수습자 장례식, #세월호 미수습자, #세월호 안철수, #세월호 사회적참사, #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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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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