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오른발 슛으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53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오른발 슛으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는 '잔류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상대 팀의 조급함을 잘 알고 기다렸다가 제대로 한방을 터뜨렸다.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 밀려날 수도 있었던 하위권 싸움에서 끝내 살아남은 것이다. 곧 입대하는 김도혁의 추가골은 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8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9위 자리를 지켜내며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 역사를 이어나갔다.

갈 길 바쁜 상주 상무, 여름 퇴장 악재

어웨이 팀 상주 상무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같은 시각에 열리는 '대구 FC vs 전남 드래곤즈' 경기 결과에 따라 극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승점 3점을 위해 과감한 공격 축구를 들고 나왔다.

득점 감각이 최고조에 이른 간판 골잡이 주민규와 함께 묵직한 왼발 실력을 자랑하는 김병오가 공격에 나선 것이다. 경기 시작 후 7분만에 김병오에게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가 찾아왔지만 마무리 동작이 섬세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더구나 김병오는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전반전도 끝내지 못하고 30분에 벤치로 물러나며 미드필더 신진호가 들어왔다. 한 순간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던 상주 상무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이었다. 더 심각한 시련은 전반전 종료 직전에 찾아왔다.

주장 완장을 차고 중원을 지휘하던 미드필더 여름이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한석종을 상대로 위험한 태클 반칙을 저질러 직접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이에 상주 상무 선수들이 억울하다고 항의했고 고형진 주심이 VAR(비디오 판독 심판) 도움으로 영상 확인 절차까지 밟았지만 퇴장 판정은 돌이킬 수 없었다.

김도혁의 큰 절 "군대 다녀오겠습니다"

10명의 상주 상무를 상대로 후반전을 시작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짧고 정확한 연결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급한 쪽은 상주 상무였기에 결코 덤빌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심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석종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빠른 드리블을 자랑으로 삼는 문선민의 자신감이 반짝반짝 빛났다.

53분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잔류를 확인시키는 멋진 선취골이 터졌다. 한석종의 전진 패스를 받은 문선민은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공을 몰고 들어가며 상주 상무 선수 세 명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골문으로부터 11미터 지점에서 오른발 슛을 부드럽게 성공시킨 것이다. 문선민의 발끝을 떠난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떨어졌지만 제1부심의 깃발이 높이 올라갔다. 공이 골 라인 안쪽에 떨어진 것을 정확하게 지켜본 것이다.

 59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이 왼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59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이 왼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그리고 6분 뒤 인천 유나이티드 홈팬들이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선취골 주인공 문선민이 세워놓은 공을 탄력 받은 미드필더 김도혁이 밀고 들어가며 왼발 대각선 슛을 정확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시즌이 끝나고 다음 달에 입대하며 아산 무궁화프로축구단(경찰청) 선수가 되는 김도혁은 골문 바로 뒤에서 기뻐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앞으로 달려가 거수 경계와 큰 절 세리머니로 잔류의 기쁨과 석별의 정을 함께 나누었다. 최근 팬들로부터 프로 통산 100경기 출장 기념 선물을 받은 김도혁이 입대 전 마지막 경기에서 멋진 골까지 터뜨렸으니 누가 뭐래도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시간이 비교적 많이 남았지만 10명이 뛰어야 하는 상주 상무의 입장에서는 따라붙을 뒷심이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하창래, 김경민 두 선수가 상주 골잡이 주민규를 고립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지난 시즌 최종전 승리 기억을 떠올리며 '잔류왕'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에 상주 상무는 11위에 머물러 같은 시각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아산 무궁화를 3-0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K리그 챌린지(2부리그) 2위 팀 부산 아이파크와 홈&어웨이 일정으로 승강 플레이오프 벼랑 끝 승부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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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 결과(18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0 상주 상무 [득점 : 문선민(53분,도움-한석종), 김도혁(59분,도움-문선민)]

◇ 2017 K리그 클래식 하위 스플릿 최종 순위표
7위 포항 스틸러스 52점 15승 7무 16패 64득점 60실점 +4
8위 대구 FC 47점 11승 14무 13패 50득점 52실점 -2
9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39점 7승 18무 13패 32득점 53실점 -21
10위 전남 드래곤즈 35점 8승 11무 19패 53득점 69실점 -16
11위 상주 상무 35점 8승 11무 19패 41득점 66실점 -25 *** 승강 플레이오프(vs 부산 아이파크)
12위 광주 FC 30점 6승 12무 20패 33득점 61실점 -28 *** K리그 챌린지 강등
축구 김도혁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클래식 문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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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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