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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프로야구팀 감독.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동안 두산 베어스 감독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NC 다이노스 팀의 감독이다. 대부분의 프로야구팀 감독 재임기간이 3년 미만인걸 생각해 보면, 10년 넘게 감독 생활을 하는 그는 특별하다. 그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특별하다. 흔히들 1등만이 기억되고 살아남는 세상이라고 하지 않은가.

2008년 한국시리즈, 김 감독은 여론의 비난에도 한 선수를 끝까지 기용했다. 그 선수는 평소 잘하던 선수였지만,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영 신통치 않았던 터. 그런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가 될 겁니다. 그에게 이런 큰 경험은 분명 자산이 될 테니, 믿고 끝까지 기용 하겠습니다."

그 선수는 한국시리즈 내내 중요한 순간 찬물을 끼얹는 플레이를 했고, 두산은 패배했다. 시간이 흘러 결국 그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김 감독 밑에서는 이렇게 선수들이 성장을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한다고 하여, 그의 야구를 '화수분 야구'라 부르기도 한다.

안목이 크면 천지가 작게 보인다

눈앞의 결과보다는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 다만 그 안목은 현실의 포기나 간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하게 지금 당장의 결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보며 지금 해야 하는 진짜 중요한 것을 해낼 수 있는 인내력과 배짱, 통찰력이 모두 있어야만 속된 말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이하 배움터경당)의 2017년 가을겨울학기 울학 수업이 바로 그런 큰 그림을 그리는 화수분 수업이다. 배움터경당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배움을 하는 바람빛학당 빛길과정 친구들 두 명과 선생님 세 명으로 이뤄진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는 지난 9월 30일 열렸던 마을감사장터,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 개장, 새들2017축제-영원 등을 총괄·기획하고 행사가 끝나면 그 내용을 토대로 기사 작성 및 검토를 하고 있다.(관련글: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아헤매듯)

울학 수업은 매주 수요일 하루 종일 진행되는데, 지난 11월 8일 수업은 '울'의 개장식을 사흘 앞두고 진행되었다. 당연히 개장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했으리라. 맞다. 개장식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것만 하지는 않았다. 조금은 뜬금없게. 2018년 향후 계획을 나누었다.

이 바쁜 와중에 내년 계획을 이야기하다니. 게다가 장소는 백운 호수 근처 카페였다. 너무 한가로운 것 아닌가. '울' 개장 준비는 한창이고, 교육문화연구학교는 중반도 못 넘었으며, 새들2017축제-영원도 남아 있다. 2017년에 이렇게 할 일이 한참이나 남았단 말이다.

그러나 크게 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며, 그에 기초하여 지금을 살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눈앞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진짜 지금 해야 하는 것과 누가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할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누군가 과도하게 책임을 떠맡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이 적절한 때에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18년 겨울계절학교, 바람빛학당 진학맞이여행, 2018년 향후 계획. 이것들을 이야기하며, 바로 지금 여기서 이뤄지는 우리의 만남이 단순히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울학 수업 다섯 명뿐 아니라, 배움터경당 뿐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정표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 소회 하나. 울학 수업이 끝나고 돌아와 다음날 뿌리별학당의 한문고전-한문장암송 수업 준비를 했다. 이 날의 주제 문장은 '안대건곤소, 심고대악비(眼大乾坤小, 心高岱岳卑) - 안목이 크면 천지가 작게 보이고, 마음이 높으면 태산이 낮게 보인다'였다.  학기 초, 미리 세워놓은 수업계획서 순서대로 진행했을 뿐인데. 아.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인생은 지금 명심할 가르침을 이처럼 소름 돋는 타이밍으로 알려준다.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 조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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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을 기자로 만드는 울학 수업

다시 야구 이야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야구 감독 이야기 하나만 하자. 야구 감독이란 자리에는 배치의 미학이 가득하다. 선수를 선발할 때, 굳이 모든 걸 잘하는 선수를 찾을 필요는 없다. 뚱뚱해도 힘이 좋으면 4번 타자로, 홈런을 좀 못 쳐도 발이 빠르면 도루를 하는 1번 타자로 기용하면 된다. 그리고 타순 1번부터 9번까지. 똑같은 선수들이라도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 수비 역시 상대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우리 편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수비수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하며 경기를 치른다.

울학 수업의 매력도 이런 배치의 미학에 있다. 마을의 이모삼촌들, 배움터경당 학생들의 재능과 필요를 고려하며 때에 맞게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배열한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탄생한 결과물은 가장 적절한 때와 장소를 만나서 의미가 더해진다.

 다섯 편의 기사를 하나씩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섯 편의 기사를 하나씩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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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오전에는 무려 다섯 편의 글을 검토했다. 울학 수업 지난 후기, 교육문화연구학교 기사 두 편, 농사준비팀의 탐방 기사 두 편. 이렇게 다섯 편. 각 글쓴이의 직업은 모두 달랐다. 언론사 기자, 주부, 신학대학원 학생, 초등학교 교사, 올 여름 퇴사 후 온갖 일을 도맡아 하는 프리랜서까지. 각 글들은 다양한 이들의 고유한 색이 빛나고 있었다.

각자 경험 및 취재한 내용의 얼개를 충실히 담았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자기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었다. 유명 언론사에서 다루는 보도 기사처럼 전문적으로 보이진 않을지라도, 각자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나도 기자다'라며 외치는 다섯 편의 기사들이었다.(관련글: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연재 페이지)

 검토중인 기사 초고들. 이후 오마이뉴스에 송고됐다
 검토중인 기사 초고들. 이후 오마이뉴스에 송고됐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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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모든 이들이 언론사 기자처럼 혹은 기자를 흉내내며 기사를 쓸 필요는 없다. 각자 자기 인생의 결대로 현재 정황대로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면 된다. 자기가 경험한 그것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진심을 다해 글을 쓰면 그것은 공적 글쓰기가 되고, 누군가에게 정보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는 훌륭한 기사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써진 기사 다섯 편을 검토하는 시간은 문자 그대로 황홀했다. 김훈, 최명희 작가의 글처럼 수려한 것은 아닐지라도, 지극히 평범한 이들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글이었다. 외형은 소박할지라도 속에서 깊은 울림을 전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자아도취만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기사들은 오마이뉴스에 송고됐는데, 그 중 두 편은 버금 등급을 배정받아,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대문에 한 줄 기사로 걸렸다. 한 줄 기사라 비웃지 마시라. 매일 정치, 사회 분야에서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전국적 언론인 오마이뉴스에서 이런 평범한 내용의 기사가 한 줄이라도 이름을 올리는 게 쉽지는 않단 말이다.

시간과 공간을 배치하는 울학 수업의 매력

사흘 앞둔 '울' 개장식의 준비도 뜨겁게 나눴다. 개장식 순서를 검토하고, 공간 꾸미기 구상안을 확인했다. 이미 섭외된 공연자들의 순서는 어떻게 배치할지, 100명은 족히 넘게 찾아올 개장식 공간 구성은 어떻게 할지.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의 개장을 앞두고 공간 배치를 고민하고 있는 울학 수업 구성원들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의 개장을 앞두고 공간 배치를 고민하고 있는 울학 수업 구성원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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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개장식에서 직접 낭독하고 공간에 인쇄하여 전시할 <혼불>의 구절을 선택했다. 울학 수업의 구성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소설 <혼불>을 읽기 수업도 함께 하고 있다. <혼불> 6권까지 읽으며 발견했던 주옥같은 문장들. 과연 어떤 문장을 선택할지. 어느 구절을 낭송하고 어느 구절을 전시해 놓을지. 워낙 명문장이 많아 그것을 함께 고르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렸다. 각자가 구절을 선택하고, 다섯 명이 함께 모여 하나씩 꼼꼼하게 검토했다. 그렇게 준비한 구절들은 '울' 개장식의 심장으로 자리를 잡았다.(관련글: 울에서 울리는 만남의 바람)

개장식에 참석했던 이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낭송되는 구절에 공감했다. 개장 후에도 '울'의 한 쪽 공간에 전시된 구절들은 손님들의 눈길을 한참이나 사로잡고 있다. 열권이나 되는 <혼불> 전집을 당장 읽겠다며 도전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이만하면 열풍까지는 아니더라도 <혼불> 바람을 일으켰다고는 할 수 있겠다.

 울학 수업 멤버들은 '울'개장식에서 소설 <혼불>의 구절을 한 구절씩 낭독했다.
 울학 수업 멤버들은 '울'개장식에서 소설 <혼불>의 구절을 한 구절씩 낭독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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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수업에서는 많은 이야기와 결정이 동시에 일어났다. 한 시즌 144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장기 레이스처럼, 울학 수업은 이번 학기 끝까지 쉴 새 없이 달려갈 것이다. 한 걸음씩 뚜벅뚜벅 땅을 밟고 걸으면서도, 눈은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있다. 큰 안목으로 지금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시간·공간·인간을 적절하게 배치해간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 뿐 아니라 모두가 성장하여 각자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화수분 과목. 울학 수업이다.

덧붙이는 글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 새들생명울배움터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facebook.com/saedeullifef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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